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업계 1위' 정조준…수익성 앞세워 판도 재편[CEO파일]
보수적 계리·GA 역량 강화로 실익 중심 승부 "절판마케팅 대신 수익성"...실익 중심 성장 '박차'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가 '업계 1위' 도약을 선언하며, 손보업계 최정상 자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DB손해보험을 제치고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선 메리츠화재는 철저한 수익성 관리와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앞세워, 부동의 1위로 손보업계의 절대왕좌를 거머쥔 삼성화재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무한한 기회가 앞에 놓일 것...맹렬한 시도로 현격한 차이·격차 만들자"-2025년 신년사-
김 대표는 2025년 신년사에서 "2024년은 1등에 도전하기 위한 힘을 축적하는 한 해였다"며 "올해 이 순간부터 1등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맹렬한 실행' ▲'고객 중심 경영' ▲'자족과 관료주의 경계'를 주문한김 대표는 "우리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며 "안주하지 말고, 기민한 의사결정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 강조했다.
실무·경영 전반 아우른 '실무통'
김 대표는 메리츠화재에서 실무부터 경영까지 두루 경험한 '실무통'이다. 특히, 경영과 컨설팅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과 더불어, 리더십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메리츠화재의 성장세를 이끌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AT커니 컨설턴트를 거쳐 2015년 메리츠화재에 합류했다. 변화혁신TFT파트장, 자동차보험팀장, 상품전략실장,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하며 상품 전략과 경영 전반에 폭넓게 관여했다.
2022년, 메리츠화재가 8683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당시 메리츠화재는 김 대표를 두고 "목표 대비 193.9%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달성하며 리스크 관리와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보수적 계리 전략으로 수익성 방어…CSM 중심 실질 가치 추구
메리츠화재는 올해 1분기 462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 DB손보(4470억 원)를 앞서며 손보업계 2위에 올랐다.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4% 줄어든 3598억 원이었지만, 투자손익이 29.3% 늘어난 2621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순익을 견인했다.
1분기 장기보험 신계약 매출은 283억 원으로 전년보다 5.8% 감소했지만, 이는 절판 마케팅에 참여하지 않은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SM(보험계약마진) 상각이익은 2876억 원으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1분기 신계약 CSM은 3568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326억 원 증가했다.
자동차 보험은 폭설과 한파, 일반보험은 산불 등의 영향으로 각각 69억 원, 2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일부 상품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절판마케팅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실질 가치를 중시하는 전략을 이어갔다.
메리츠화재는 2분기 이후 장기보험 부문에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지난 4월,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 가정이 보수적으로 변경되면서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최소 1%에서 최대 30%까지 인상한 반면, 김 대표는 오히려 보험료를 인하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택하며 보험 시장에서의 메리츠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는 김 대표가 IFRS17 도입 이후에 보수적인 계리 가정 설정과 손해율 통제를 기반으로,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하며 선제적으로 보수적인 해지율 가정을 적용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 대표는 "4월 무·저해지 가격 인상 이후에도 메리츠화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업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장기 인보험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은 둔화되겠지만, 메리츠화재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A 채널 1위 탈환 노린다…설계사 조직·플랫폼에 총력
2023년 말 기준 메리츠화재 등록 설계사는 총 4만409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80.8%가 전속 설계사이며, 국내 손해보험업계 전체 설계사 가운데 27.8%가 메리츠화재 소속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속채널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3월에는 디지털 기반 영업 플랫폼인 '메리츠 파트너스'를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설계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대학생, 자영업자, 주부 등 다양한 계층의 관심을 끌었고, 출시 한 달 만에 2000건이 넘는 상담이 이뤄졌다.
같은 해 12월에는 영업관리 시스템을 개편해 본사와 현장을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절감된 운영 비용은 상품 경쟁력 강화와 설계사 지원에 재투자하고 있으며, 현장 교육과 보장분석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GA컨퍼런스에서 김 대표는 "GA 채널 1위를 다시 확보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김 대표는 펫보험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 중이다. 보장 구조를 슬개골 탈구, 구강질환, 피부질환 등 자주 청구되는 항목 중심으로 정교하게 설계하고, 일부 병원에서는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 편의성도 높였다. 손해율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한편,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무리한 확장보다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김 대표의 경영 방향에 따라 향후 손보업계의 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