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해킹 사태 정면 돌파… "보안 강화·고객 신뢰 회복 총력"
리눅스 백신·EDR 시스템 도입 등 기술적 대응 강화 알뜰폰 사업자 지원책 마련, 유심 교체 작업도 속도 시민단체 고발·가입자 이탈 등 위기 속 문제 해결 의지 강조
SK텔레콤(SKT)이 전례 없는 유심(USIM) 해킹 사태로 인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보안 시스템 강화, 고객 및 알뜰폰 사업자 지원, 신속한 유심 교체 작업을 병행하며 문제 해결과 고객 신뢰 회복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SKT는 우선 기술적인 보안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23일 열린 일일브리핑에서 류정환 SKT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은 "리눅스 기반 장비의 보안 강화를 위해 백신, EDR(엔드포인트 위협 탐지·대응) 시스템을 설치 중"이라며 "텔코 장비의 민감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지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며 전반적인 보안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감염 의심 장비는 즉시 망에서 격리 조치했으며, 현재 작동 중인 장비는 안전하다"고 말하며 고객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고객 불편 해소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도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임봉호 SKT MNO사업부장은 "고객의 불안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불편을 최대한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SKT는 이달 말까지 예약 고객의 50%가 유심 교체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3일 0시 기준 누적 354만 개의 유심이 교체되었고 539만 건의 예약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알뜰폰 사업자들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SKT는 "알뜰폰 사업자를 대상으로 택배비 등 유심 교체에 드는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며, 이는 이미 사업자들에게 공지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는 SKT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 역시 가입자 이탈과 민원 폭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이러한 SKT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 표명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유심 해킹 사태 이후 SKT는 약 40만 6040명의 가입자가 이탈했으며, 순감 규모는 36만 2293명에 달했다.
SKT의 알뜰폰 자회사인 SK텔링크에서도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약 4만 4000명의 가입자가 줄어드는 등 SKT 망 알뜰폰 사업자들의 피해도 상당하다. 다만 역설적으로 SKT 이탈 가입자 등이 알뜰폰으로 이동하면서 전체 알뜰폰 가입자는 976만 명을 넘어서며 1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유영상 대표이사를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지난 23일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서민위는 SKT가 3년 전부터 해킹 사실을 알고도 은폐하고 거짓으로 일관했으며, 최 회장이 진정성 없는 사과와 국회 청문회 불출석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최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 사퇴와 철저한 수사 및 보상을 촉구하며, 1인당 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다. 경찰은 이와 별개로 법무법인 대륜 측이 유 대표 등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SKT는 가입자 이탈과 법적 분쟁이라는 거센 후폭풍 속에서 보안 강화와 고객 지원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