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라고 협정 설계자, “비밀 통화 합의는 없다”
스티븐 미란, 강달러 원칙 재확인 베센트·가토 “환율은 시장이 결정”
1985년 플라자합의의 현대판으로 거론된 ‘마라라고 협정’ 구상을 제안했던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CEA)은 “미국 행정부는 강달러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달러 패권은 미국 경제의 토대”라고 못 박았다. 최근 외환시장을 달군 ‘달러 약세를 위한 비밀 통화 합의’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계획은 전혀 없다. 이번 행정부만큼 투명한 정부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마라라고 협정 구상은 ‘메뉴판’일 뿐
스티븐 미란은 2024년 11월 트럼프 당선 직후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제조업 부활의 해법으로 달러 약세와 고율 관세를 병행하는 ‘‘마라라고 협정’ 시나리오를 제안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백안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로 임명한 뒤, 외환시장에서는 이 구상이 정책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을 의심해 왔다. 그러나 미란은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보고서는 정책 메뉴를 설명했을 뿐 특정 방안을 추진하자는 뜻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의 달러약세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9일 ‘상호주의 관세’를 유예한 이후 달러지수는 취임 후 대비 6 % 이상 하락했고 아시아 통화는 빠르게 절상됐다. 같은 기간 대만 달러는 10% 가까이 상승했고, 이달 초에는 1988년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한국 원화는 5월 이후 강세를 보이며, 6.4% 상승했다. 엔화도 5월 19~23일 주간 기준 달러당 0.9 % 절상됐다. 시장에서는 1980년대 플라자합의처럼 미국이 비밀리에 달러 약세에 합의할 가능성을 점쳤지만 백악관 경제자문 위원장은 이를 부인한 것이다.
G7에서도 “환율은 시장 몫”
이 같은 입장은 베센트 재무장관의 발언과도 일치한다. 21일 캐나다 밴프에서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환율은 시장이 결정해야 하며, 현재 달러-엔 환율은 펀더멘털을 반영한다”고 확인했다.
베센트 장관은 후보 시절 달러 약세 합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나, 취임 후에는 줄곧 강달러 원칙을 지지해 왔다.
미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 규모를 고려하면 최근의 변동성은 놀랍지 않다”고 진단하면서도 “이 같은 변동성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