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Ink and Rating Cuts: 기사 속 영어로 읽는 미국의 재정 불안

신용등급의 역사부터 재정 적자까지, 외신에서 자주 등장하는 영어 표현

2025-05-21     황유진 기자
사진=연합뉴스.

2025년 5월, 무디스(Moody’s)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100년 넘게 유지해온 ‘pristine rating(완전무결한 등급)’에 금이 간 순간이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를 “a lagging indicator(뒤늦은 지표)”라며 의미를 축소하려 했지만, 3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5%를 돌파했다. downgrade(신용등급 강등)라는 한 단어가 수십조원의 자금 흐름을 바꾼 것이다.
국가 신용등급은 왜 이렇게 중요한 ‘시장 언어’가 되었을까?

철도 채권에서 출발한 신용등급

1900년대 초, 철도 산업은 미국 경제의 중심이었다. 기업들은 철도망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했고, 이에 따라 채권 발행이 급증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어떤 채권이 믿을 만한지 판단할 표준화된 기준이 없었고, 투자자들은 발행사가 제공하는 정보나 지역 브로커, 신문 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909년, 존 무디(John Moody)는 철도 회사들의 신용도를 등급화한 책자를 처음 발간했고, 이는 오늘날 Moody’s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후 Fitch(1924), Standard & Poor’s(1941)가 합류하며 ‘3대 신용평가사(Big Three)’ 체제가 자리잡았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투자자들은 발행사보다 제3자 평가에 더 큰 신뢰를 두기 시작했고, 1975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세 회사를 국가 공인 통계등급기관(NRSRO)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Big Three의 시장 지배력이 공고해졌다.

1909년판 무디스 『철도 투자 분석』

국가로 확장된 등급 평가
1980년대 중남미 외채 위기를 계기로 신용등급의 대상은 기업에서 국가로 확대되었다. 현재 국가 신용등급(national sovereign credit rating)은 IMF, 연기금, 글로벌 채권지수 편입 등에서 중요 지표로 사용된다.

비판 이후에도 지속되는 영향력
2008년 금융위기 당시 AAA 등급을 받은 주택담보부채(MBS)가 연쇄 부도로 이어지며, 신용평가사들의 ‘늦장 경고(lagging warning)’와 ‘이해 상충(conflict of interest)’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규제가 강화되고, 일부 중앙은행과 대형 자산운용사는 자체 평가모형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무디스(Moody’s), S&P, 피치(Fitch)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국제 자금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은 단 한 단계의 조정만으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채 수요를 움직일 수 있다.

이번 신용 등급 강등은 시장에 새로운 충격은 아니었고, 30년물 금리도 다시 안정을 되찾았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미국이 추진중인 감세안이 무디스가 지적한 “unsustainable debt path(지속 불가능한 부채 경로)” 및 “fiscal deterioration (재정 상황 악화)”와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지는 투자자들과 채권시장의 핵심 관심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