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훨훨’ 롯데마트는 ‘주춤’…대형마트 1분기 실적 엇갈려

이마트 1분기 영업이익 471억원, 8년만 최대 실적 롯데마트, e그로서리·통상임금 여파로 영업익↓

2025-05-13     서다예 기자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지난 3월 4일부터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1분기 실적이 공개됐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가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기록한 데 반해, 롯데마트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취임한 정용진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이번 실적에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에 입장하는 고객 모습. 사진=이마트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5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인 471억원 대비 238.2% 급증한 수치로 2018년 3분기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분기 이익이다. 이마트의 이번 실적은 증권사의 추정치도 약 200억원 가량 웃돌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7조21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2%) 증가했다.

이마트 별도로 보면, 총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6258억원, 13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0.1%, 43.1% 급증한 수치다. 이마트 측은 이번 실적에 대해 이번 실적에 대해 오프라인 유통의 ‘3박자’인 가격과 상품, 공간에 대한 고강도 혁신이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고강도 혁신을 통해 확보한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을 다시 점포 신설과 고객 혜택에 재투입하며 고객 수 증가와 실적 상승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실적 상승의 배경에는 지난해 3월 취임한 정용진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10% 매입하는 등 책임경영과 실적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이에 힘 입어 이마트 실적은 정 회장의 승진 직후인 지난해 2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개선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47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 회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본업 경쟁력 강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합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나섰다. 아울러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 간의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해 원가 절감과 상품 경쟁력 개선에 힘썼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주요 생필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하는 ‘가격파격 선언’, ‘고래잇 페스타’ 등 대형 프로모션을 잇따라 도입했다.

아울러 경쟁사와의 차별점으로 점 찍은 트레이더스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2월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3월 말까지 트레이더스 23개 점포 중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자랑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이마트는 올해 하반기 인천에 트레이더스 구월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식료품 특화 매장인 ‘푸드마켓’과 쇼핑몰 형태의 ‘스타필드 마켓’ 등 공간 혁신을 통한 차별화 전략도 병행했다. 대표적으로 푸드마켓의 경우, 이마트의 식료품 특화 매장으로 마트의 본업인 ‘신선식품’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이마트는 지난해 ‘푸드마켓 대구 수성점’을 1호 매장으로 선보인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는 고덕점을 개점했다.

‘국내 사업 부진’에 발목 잡힌 롯데마트

롯데마트가 지난 4월 ‘롯데마트 제타’ 앱을 출시했다. 사진=롯데쇼핑

반면, 롯데마트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올해 1분기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281억원으로 전년 대비 34.8% 줄었다. 구체적으로 국내 마트 부문은 67억원으로 1년 사이 급감했지만, 해외 부문은 2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증가하며 적자 폭을 줄였다. 같은 기간 순매출은 1조4873억원으로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과 마찬가지로 매출 역시 국내 사업 매출은 1조184억원으로 3.4% 줄었지만, 해외 사업 매출은 4689억원으로 9.5% 늘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8.2%, 10.0%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실적을 견인했다.

약진한 해외 실적과 달리 저조한 국내 실적이 롯데마트의 전체 실적 감소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쇼핑 관계자는 “마트와 슈퍼는 소비 침체의 여파를 가장 크게 받은 사업부로 꼽힌다”며 “여기에 ‘e그로서리’(온라인 식료품 사업) 이관에 따라 롯데온 인력이 롯데마트로 이동하며 발생한 인건비, 초기 투자 비용과 통상임금 관련 비용도 수익성을 갉아 먹었다”고 분석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인 ‘오카드’와 협업해 AI 장보기 서비스인 ‘롯데마트 제타’ 앱을 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마트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경쟁력이 경쟁사에 비해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마트의 경우, 매달 진행하는 ‘가격파격 선언’과 분기별로 진행하는 ‘고래잇 페스타’를 통해 1년 356일 할인을 진행한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한편, 롯데마트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행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롯데마트의 창고형 포맷인 ‘롯데마트 맥스’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도 꼽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향후 대형마트 업계의 2, 3분기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대부분 유통사의 주가 흐름이 양호하다”라며 “홈플러스 사태 발생으로 유통 산업 내 경쟁 완화도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유통사가 작년까지 지속적인 주가 부진을 이어갔던 근본적 이유 중 하나는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작년 하반기부터 혼인 건수가 증가하면서 올해는 출산율 반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작년 12월에 저점을 찍은 소비심리는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관세 이슈에 따른 수출 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아직 남아 있으나, 금리 인하가 지속되고 있고 조기 대선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