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부터 BMW까지… 인증중고차 시장 '활짝'

5월부터 현대차그룹 중고차 사업 조정 권고 조치 해제 코오롱모빌리티, 3분기부터 온라인 중고차 판매 플랫폼 만들 예정

2025-05-07     양정민 기자

정부가 현대자동차·기아에게 권고해오던 중고차 사업 조정 권고 조치가 4월부로 종료되며 인증중고차를 비롯한 중고차 시장이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업계는 엔카, 케이카를 비롯한 기업형 중고차 업체부터 KB차차차, 헤이딜러 등 믿을 수 있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의 덩치가 커진 데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입으로 소비자 신뢰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골목상권'으로 꼽혀왔던 영세업체가 자칫 불법의 길로 접어들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인증중고차 판매 센터. 사진=현대차그룹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가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내린 사업 조정 조치가 해제됐다. 중기부는 대기업의 인증중고차 시장 진입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2023년 5월부터 1년간 현대차·기아에 대해 각각 전체 중고차 거래 대수의 2.9%, 2.1%만을, 2024년 5월부터 1년간 4.1%, 2.9%만을 판매하도록 제한해왔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의 사업 확장으로 중고 시업의 피해 우려가 있을 경우 3년 이내에서 사업 연기 및 수량, 품목 제한 등을 권고하는 조치다.

족쇄 풀린 현대차·기아, 신뢰도로 대결한다

현대자동차의 온라인 인증중고차 판매 홈페이지. 사진=현대 인증중고차 페이지 캡처

현대차·기아는 이미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친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아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 목적으로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했다. 중고차 사업과 대규모 중고차 매매단지 조성에 넓은 부지가 필요한 만큼 관련 시설을 미리 준비해 둔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측은 매입-상품화-출고 전 과정에서 현대차의 첨단 정밀 진단 장비 디지털 PDI를 활용해 품질을 점검 중이며 고객의 안전을 위해서 현대자동차에서 인증된 부품만 사용해 상품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행거리 제한 없이 3일 이내 사고가 나지 않을 경우 차량 대금을 환불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제조사가 5년·10만㎞ 이내의 선별된 차량만을 직접 매입하고 판매하며 국내 업계 최다 품질 점검 항목인 270여개의 항목에 대한 품질 점검을 통과한 차량만 판매한다는 조건을 대외적으로 걸어둔 만큼 소비자들에게 신뢰도로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의 인증중고차 판매 센터. 사진=현대차그룹

특히 기아는 지난 2023년 중고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품질 등급제를 비롯해 전기차 특화 상품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고 전기차 품질 등급제는 차량 배터리 상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등을 종합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기아 관계자는 "이번 조치 해제 이전부터 인증중고차 사업은 지난 2023년부터 계속 진행돼왔었다"며 "점유율 제한이 해제된 만큼 좀 더 우수한 품질의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산차 KGM, 수입차 코오롱… 기업 주도 인증중고차 시대 열린다

다른 국산 자동차 업계와 수입차 업계도 인증중고차를 비롯한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은 중고차 시장이 신차 시장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판매 대수는 234만6267대로 163만8506대를 판매한 신차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중고차는 약 58만대, 신차는 약 40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22년 작성한 보고서에서 인증중고차 업계를 비롯해 국내 중고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시장 규모도 2021년 20조원에서 2026년 3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이구 코오롱모빌리티 대표가 현장 경영에 나섰다. 사진=코오롱모빌리티

수입차는 코오롱모빌리티가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다. 기존 BMW, 벤츠 등 넓은 수입차 네트워크와 서비스센터를 가지고 있던 코오롱모빌리티는 오는 3분기부턴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인증 중고차 사업을 운영할 방침이다.

코오롱모빌리티 관계자는 "보증기간이 만료된 수입차의 경우 AS에 대한 부분을 고객들이 많이 꺼리는 측면이 있었는데 코오롱모빌리티의 경우 딜러 역할과 AS 역할을 같이 해왔던 만큼 정비 공장도 있고 워런티 상품을 마련해서 이미 판매도 해오고 있다"며 "기존에는 고객들이 트레이드인 방식으로 중고차를 외부 매매단지에 매각하는 물량이 있었다면 이번 3분기에 추진하려는 사업 내용은 5년·10만㎞ 수준 양질의 중고차를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웹사이트로도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BYD도 'BYD코리아오토'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중고차 시장에 눈독을 들인다. BYD코리아오토는 사업 목적에 ▲자동차·중고차 및 관련 제품 수입 ▲자동차·중고차 및 관련 제품·서비스 유통·판매·알선·정비 ▲부동액·엔진오일·트랜스미션 등 수출입 및 판매 등을 기재했다.

KGM 인증중고차 판매 센터. 사진=KG모빌리티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KG모빌리티가 지난해 5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23년 3월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 계획을 알린 KGM은 5년·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매입 대상으로 삼고 'KGM 군포 광역서비스센터'에서 정밀진단과 품질개선 등의 상품화 과정과 품질 인증 절차를 거친 뒤 중고차를 판매 중이다.

KGM 측은 인증중고차는 총 7단계(입고검사 - 정밀진단 - 성능개선 - 외관개선 - 상품화 점검 - 인증점검 - 출고검사) 프로세스와 국내 최다 수준인 280여가지 항목의 진단검사를 거쳐 고객에게 투명하게 제공된다며 까다로운 상품화 프로세스 과정을 통과한 인증 중고차에 대해 소비자 구매 시점 기준 1년·2만km까지 무상 보증(신차 판매 시 제공된 무상 보증기간을 포함)을 통해 품질에 대한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중고차 업체도 환영… 영세업체 엇나가지 않게 지침 필요

사진=엔카닷컴

기업형 중고차 업체도 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올바른 판매 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분위기다. 동시에 이들은 가격과 물량 측면에서 인증 중고차 업계보다 더 싸고 더 많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엔카닷컴은 ‘엔카믿고’ 서비스를 내놓으며 저렴한 중고차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를 공략한다. 일반 딜러 매물 중 엔카가 직접 진단하고 확인한 차를 온라인으로 신청해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2025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중고차 유통 부문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케이카는 지난 2014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품질보증 연장 서비스 상품인 ‘케이카 워런티(K Car Warranty)’를 통해 중고차 구매 후 발생할 수 있는 고장 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줄이고 있다.

헤이딜러 역시 중고차 기술 진단 과정을 공개하는 ‘쓰루’ 서비스와 신규 기능 ‘중고차 숨은 이력 찾기’, ‘내차 사기’ 등의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중고차 판매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추세다.

SK렌터카와 롯데렌탈 등 렌터카 업체도 중고차 사업에 참전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SK렌터카는 오는 7월 1일 충남 천안시에 연면적 7만7586.30㎡(2만3470평) 규모의 중고차 경매 단지도 개장하며 롯데렌탈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에 중고차 매매센터를 연 데 이어, 지난달 경기도 부천시에 두 번째 센터를 설립했다. 올해 중고차 판매 목표는 9000대로, 오는 2028년에는 연간 4만3000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용불량자 등에게 차량을 판매하는 부천시 내 영세 중고차 C업체. 사진=갈무리

다만 제조사 인증 중고차와 기업형 중고차 업체의 약진에 영세업체가 불리해지고 있다는 입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상생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중고차·장기렌트 기업의 출고 후기에선 본인을 저신용자, 신용불량자라고 소개한 소비자들이 정책 변경 이전인 4월 이전 게시글에도 현대자동차, 기아 차량을 구매한 후기가 이어졌다. BMW 등 외제차 구매 후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정책 시행 이전부터 영세업체가 신용불량자 등을 타깃으로 중고차, 리스차 등을 판매하는 경향이 포착된 만큼 업체들이 더 엇나가지 않도록 정부 당국의 지도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매매단지의 딜러들은 기본적인 검증만 하고 차량을 팔다 보니 가격 차원에선 저렴할 수 있겠지만 자본력의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품질 보증 차원에선 인증 중고차가 훨씬 뛰어나다"며 "발품을 팔면서 차량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분들은 매매단지에서 나쁘지 않은 품질의 중고차를 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소비자들은 인증 중고차 시장에 많이 기대는 형태로 시장 형태가 바뀔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