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보험사 인수 끝이 아닌 시작"...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재신임 '훈풍'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인가에 비은행 부문 강화 '속도' 인수가격 평가도 긍정적...보험 자회사 재무건전성 개선 부담 덜 듯 부당대출 관련 제재는 변수...금감원장 퇴임 후 처리방향 나올 수도
금융위원회가 5월 2일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면서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중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우리금융의 비은행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이 역성장한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로 순이익이 10%가량 증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임기가 1년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조직 안팎에서의 재평가와 이를 기반으로 그의 2연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금융 정관에는 임 회장이 2025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회장직을 맡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시기를 고려하면 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로 볼 수 있지만, 이에 앞서 올해 말이면 그의 연임 또는 후임에 대한 하마평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이 승인되는 등 임 회장이 보험사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의 숙원이었던 비은행 강화면에서는 임 회장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이 주주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아 연임하려면 '신뢰 회복'과 '비은행 강화' 등 두가지 요소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한 보험업 진출에 앞서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통해 비은행 부문 가운데 증권업에도 다시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이 인수한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의 합병을 승인했다. 이와 동시에 금융위가 합병 증권사의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을 승인하면서 지난해 8월 1일 종합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했다.
이는 2014년 우리금융이 증권 자회사를 NH농협금융에 매각한지 10년만이다. 포스증권 인수 등 일련의 과정은 임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2023년 3월 임기 3년을 보장받고 취임한 임 회장은 임기 2년 이후부터 증권업, 보험업 진출을 통해 비은행 사업을 속도감 있게 마무리지었다. '비은행 강화'면에서 임 회장의 공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두 보험사 자회사 편입 승인은 끝이 아닌 시작"
5월 2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이 나온 직후, 임 회장은 임직원에게 서한을 보내 "아직 최종 마무리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라며 "그룹사 모두 그간 준비해온 여러 과제들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을 빼고 기다려온 보험사 인수 승인에 대한 자축을 뒤로 하고, 오히려 임 회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당부의 메세지를 임직원들에게 보낸 것이다. 임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골자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내부통제와 재무구조개선 등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 부대조건으로 우리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개선 계획과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2027년 말까지 이행실태를 반기별로 금감원에 보고토록 했다.
금감원은 보고 내용을 점검해 연 1회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730억원 불법대출을 포함해 2000억원대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발견되면서 이번 금융위 인가가 조건부로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2월 4일 금감원의 정기검사 발표에서 이같은 부당대출 뿐 아니라, 사고 이후 보고·수습 등 과정에서 내부통제 실패까지 드러나면서 올해 3월 중순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떨어졌다. 우리금융지주가 3등급을 받은 것은 2004년 이후 21년만으로,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근 십수년간 이같은 사례는 찾기 어렵다.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는 리스크관리(40%), 재무상태(30%), 잠재적 충격(30%) 등 크게 3가지 부문으로 분류된다. 당시 등급 하향 조정은 내부통제 등을 다루는 리스크관리 부문과 자회사관리 등을 다루는 잠재적 충격 부문에서 점수가 하향 조정된 결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임 회장 취임 이후에도 불법 대출이 상당수 취급됐음을 별도로 명시하는 등 '책임론'을 꾸준히 강조하기도 했다.
인수협상 성공적...재무부담 덜고 신뢰 회복 '집중'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내부통제와 재무구조개선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우리금융은 부당대출 사건으로 추락한 신뢰를 금융권, 자본시장, 주주들을 향해 다시 쌓아야 한다. 이는 임 회장의 연임의 성패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 회장이 자축보다는 '긴장의 끈'을 강조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번 승인 과정에서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인프라 개선에 향후 5년 간 약 1000억원을 투입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2027년까지 13%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동양·ABL생명을 시장 예상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인수함으로써 회계상 발생하는 염가매수차익도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28일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각각 인수하기로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패키지 딜 인수액은 총 1조5494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말 기준 두 보험사의 총자본 2조1780억원보다 6000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이처럼 인수 가격이 피인수 기업의 순자산 가치보다 낮을 경우, 회계적 이익인 염가매수차익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이는 우리금융의 재무적 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임 회장이 이끈 이번 딜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염가매수차익에서 자본 비율을 인정하는 범위가 높아져 2025년 말 기준으로 (보험사) 인수에 따른 자본 비율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동양·ABL생명의 통합법인에 자금을 투입함으로서 보험 자회사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등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조건부' 승인에 맞춰 내부통제 혁신 및 재무건전성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고위험자산 축소, 유휴 부동산 정리, 자산 리밸런싱 등을 통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추진하면서, 보험 부문 확장을 위한 안정적 자본기반 확보에도 나선다.
우리금융은 금감원으로부터 통보받은 경영실태평가 조치요구사항 총 21건 중 그룹 준법감시체계 강화, 그룹 의사전달체계 운영 강화, 경영계획 변경·보고절차 강화, 자회사 성과평가 강화, 그룹 위기대응체계 운영 및 자회사 리스크부문 성과평가 강화 등 17건에 대해서는 이행을 완료한 상태다. 컨설팅 등을 통해 충당금 산출 방법론 개발이 필요한 나머지 4건에 대해서는 조속히 완료할 예정이다.
아울러 혁신방안의 강력한 추진을 통해 그룹의 내부통제 수준을 한층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더욱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그룹의 내부통제 인프라 구축에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 시스템 고도화와 컨설팅 실시, 솔루션 도입 등을 추진한다.
기존 준법지원부 외에 그룹사 점검기능을 수행하는 조직과 소비자보호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을 별도 신설하는 등 그룹의 내부통제기능을 대폭 강화해 선제적인 사고예방시스템도 구축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지난해 계열사 임원선임에 대한 그룹 회장의 사전합의제를 폐지한 데 이어 회장 3연임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절차를 신설해 주주 통제권과 검증절차를 강화 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한다. 그룹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2027년말까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자회사 편입은 인가했지만...제재 절차는 진행? '촉각'
금융당국이 자회사 인가 신청에 대해 승인을 결정한 이후 시장이 관심을 두는 또 하나의 대목은 부당대출 사건과 이에 대한 보고·수습 등의 과정에서 내부 통제에 실패한데 따른 우리금융 전현직 임원에 대한 제재 여부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임기만료가 6월초로 한달여 남았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방향이 공식적으로 발표될지 주목된다.
올해 2월 4일 금감원이 '금융지주 및 은행의 검사 결과 발표(중간 브리핑)'에서 우리금융, 우리은행 및 다른 시중은행들에 대한 검사를 통해 적발된 부당대출건에 대해 밝혔고, 이어 3월 19일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에 대해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징계 여부와 수위 등 제재 관련 공식적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은 앞서 2023년 1월 19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과 함께 해당 직원의 부장 및 본부장, 단장(상무급)에 대한 제재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킨 것 이외 별도로 밝혀진바 없다.
은행법 제34조의3(금융사고의 예방)에서는 '은행은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사고에 관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발생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내에 그 내용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여 공시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같은법 54조에서는 '이 법을 위반한 은행 또는 임직원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금융 부당대출 사건와 관련해 "명확하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며 책임자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 의지를 피력한바 있다.
이 발언에 대해 우리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와는 별도로 제재 절차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이후 올해 2월 10일 은행장 간담회 직후에는 "우리금융 내에 현실적으로 파벌(한일·상업은행 출신간 파벌)도 있고 내부통제가 흐트러진 상황에서 임 회장이 그만두면 거버넌스와 관련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임 회장이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기회 될 때마다 사석에서 많이 밝혔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그간 이 원장이 우리금융의 이전 경영진 때부터 발생한 부당대출 사건을 두고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강조했던 것과는 스탠스가 180도 바꼈다는 시각이 나왔다. 이날 발언 전까지만해도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임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제재심 절차는 해당 금융사에 사전 통보→제재심 개최→대심제 운영→제재 수위 결정→최종 제재 통보 순으로 진행된다. 이후 제재심에서 의결한 내용을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 회의 등을 거쳐 확정하게 되는데 이같은 절차를 감안하면 임기가 1달여 남은 이 원장 체제의 금감원에서 이를 진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과거 사모펀드(옵티머스 DLF 사태 등) 환매 등의 사태에 있어 내부통제와 관련 금융지주사, 증권사 등에게 내린 중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잇따라 금융위가 패소하면서 신분 징계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CEO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소급적용은 쉽지 않다.
이에 금감원은 내부통제 관련 법원 판결에서 금융당국 주장이 인용된 부분을 살펴보며 우리금융 부당대출 사건에 대한 제재방향을 고심해 왔지만, 명확한 결론은 발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남부지방검찰에서 진행되는 수사 상황을 살펴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6.3 대선 결과도 변수다. 만약 정권이 교체될 경우 새로운 금융당국 수장 체제에서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입장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