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해킹 피해 고객 책임 약속... 비상경영 최고 단계 돌입

출국 전 유심 교체 못한 경우 피해 보상...공항 로밍센터 북적

2025-05-03     최진홍 기자

SK텔레콤이 최근 발생한 유심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고객이 출국 전 유심을 교체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태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인식하고 비상경영체제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SK텔레콤은 3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일일 브리핑을 열어 이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희섭 SK텔레콤 PR 센터장은 "비정상 인증 시도 차단(FDS)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어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 출국했다고 해서 정보가 모두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비행시간이 임박해 유심을 교체하지 못하고 출국한 경우 이번 해킹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류정환 인프라 전략기술센터 담당 부사장 역시 해외에서 현지 유심으로 교체하면 해킹된 유심과 달라져 해킹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5월 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해외 출국 고객들이 인천국제공항 등 공항 로밍센터에 대거 몰리면서 유심 교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현재 '유심보호서비스'와 로밍 상품을 동시에 이용할 수 없어 출국 전 유심 교체가 필요한 상황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고객 불편에 대해 사과하며 출국하지 않는 일반 고객은 공항 로밍센터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휴 기간 임직원 약 700명을 로밍센터에 투입해 지원할 예정이지만, 출국 시각 임박 기준이 모호해 유심 교체 패스트트랙 서비스는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SK텔레콤 유심보호서비스 총 가입자는 1천714명, 유심 교체 이용자는 92만명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오는 14일부터 로밍 상품과 함께 이용 가능한 '유심 보호 서비스 2.0'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해외에서도 정상 단말기와 비정상 단말기를 구분하는 기술을 개선해 적용한다.

영업 정책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초 2천600개 T월드 매장에서만 신규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했으나, 전날 입장을 바꿔 판매점과 온라인 채널에서도 신규 가입 유치를 최대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판매점에 대한 영업 손실 보상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번 사이버 침해 사고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규정하고 비상경영체제를 최고 단계로 격상한다고 공지했다. 유 대표는 고객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모든 임원진이 책임을 통감하고 현장에서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최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라온 SK텔레콤 고객 개인정보 판매 게시글에 대해 이번 해킹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센터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결과 고객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게시글은 별개의 건이며 경찰 조사로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인터넷침해대응센터를 방문해 사이버 침해 모니터링 및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통신 3사, 네이버·카카오·쿠팡·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의 정보보호 현황을 살폈다.

유 장관은 SK텔레콤 침해 사고가 국가 네트워크 전반의 보안에 경종을 울리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보보호 체계 전반을 전면 재검토하고 미흡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들에 정보보호 투자 확대와 다양한 사이버 위협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