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부담 커지는 'CORSIA' 온다

CO₂ 저감 보고서 제출 해야 2027년부터 본격 시작…규제 모호해 아직 명확한 대응책 없어

2025-04-28     양정민 기자

환경 중시를 강조하는 유럽연합(EU)의 '탄소 상쇄·감축제도(CORSIA, 코르시아)' 회초리가 항공사를 때린다.

28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포함한 항공사들은 CORSIA 2025년 이행 일정에 따라 지난해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검증보고서를 오는 30일까지 국토교통부에 제출해야 한다.해당 조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모든 항공사에 적용된다.

2024년부터 1단계 시행 중인 CORSIA. 사진=갈무리

CORSIA 규제란?

CORSIA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주도하는 국제항공 온실가스 감축 메커니즘이다. 지난 2016년 몬트리올 글로벌 시장 기반 조치(GMBM) 합의에 따라 항공사들은 2024년 배출량 검증 자료를 제출하고 향후 상쇄 의무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126개국이 1단계 참여를 약속한 상태다.

오는 2026년까지의 1단계는 자발적 참여 형태지만 배출량 보고와 검증은 모든 참여국에 의무사항이다. 이 때문에 국내 항공사들은 탄소배출 감축 전략,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 탄소 비용이 곧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지 우려하는 중이다.

항공사들이 5월 1일까지 국토부에 이산화탄소 배출 검증보고서를 제출하면 국토부는 한국 항공사들의 지난해 CO₂ 총배출량 및 SAF 사용량을 집계해 ICAO 중앙레지스트리(CCR)에 보고해야 한다. 이후 국토부는 11월 30일 각 항공사별 2024년 상쇄의무량을 계산하여 통보한다.

대한항공이 지난헤 8월 SAF 상용 운항 취항 행사를 열었다. 사진=대한항공

국내 항공사 중 가장 적극적인 항공사는 대한항공이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인천~하네다 노선에서 주 1회 1% SAF 혼합 운항을 시작한 상태다. 계약에 따라 첫 6개월은 에쓰오일이 만든 SAF를 썼으며 올해 3월부터는 SK에너지가 생산하는 SAF를 사용 중이다. SK에너지 측은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를 각각 친환경 정제 원료로 활용해 ICAO의 CORSIA 인증을 받은 제품을 공급한다고 알려졌다.

최근 A220-300, A321-NEO 등 좌석당 탄소배출량을 20~25%까지 감축 가능한 신규 기종을 비롯해 오는 2030년까지 신형기 총 143대도 도입할 예정이다. 반면 A330, B777-200ER 등 저효율의 경년 항공기는 순차적으로 송출할 계획으로, 국내 FSC업체 중 가장 낮은 수준인 평균 11.7년의 평균기령을 유지 중이다.

델타항공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다방면의 CORSIA 기후규제 대비책을 보유한 업체로 알려져 있는 델타항공은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10년간 약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 받을 계획이다.

특히 기존기단 교체를 통한 운항 효율화를 통해 지난 2023년 총 43대의 차세대 기종을 도입했으며 2019년 수준 대비 연료 효율을 5.5% 개선했다.

환경 부담 커지나…  파리 협정과의 중복 우려도

28일(현지시간) 100% 지속가능 항공유(SAF)를 사용한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 항공기가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을 출발해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항공업계에 SAF 열풍이 불어오는 가운데 파리 협정과의 중복 여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는 2027년부터 의무화되는 2단계에선 파리협정과의 정합성을 위해 배출권 상쇄 인정 기준이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항공사들의 상쇄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오는 2027년부턴 이 조치는 모든 국가를 상대로 의무사항이 된다. 1단계에 참여하지 않은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에게도 시간이 2년이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이영철 SK에너지 마케팅본부장(왼쪽)과 알렉스 맥고완 캐세이퍼시픽항공 운영 및 서비스 제공 최고 책임자(오른쪽)가 10일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 본사에서 SAF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SK에너지

항공우주, 해운 중심 글로벌 법률 회사인 홀맨 펜윅&윌란(HFW)은 관련 보고서에서 "국내 항공 활동을 포함해 각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책임져야 하는 파리 협정과 달리 CORSIA는 국제 영공에서의 항공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다뤄 범위가 더 넓다"며 "CORSIA와 파리 협정은 별도의 조약 및 회계 장부이므로 기술적으로는 이중 계산이 없지만 이중 청구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수의 항공사들은 CORSIA 불이행에 대한 실제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불확실성을 겪고 있다"며 "의무 준수 비용과 불이행 비용을 비교하기 어렵게 만들어 항공사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CORSIA를 지키지 못했을 경우 제재와 처벌은 각 국가에게 달려 있다"며 "1단계 참여국은 CORSIA SARP의 상쇄 요소를 국내법에 아직 완전히 적용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항공기 운영자의 준수 불이행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국토부에 자료 제출해온 국내…2027년 '분수령'

항공산업이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공급해야하는 지속가능항공연료(SAF) 물량 전망. 출처=국제항공운송협회, 한국 딜로이트 그룹

마감일인 오는 30일이 임박한 만큼 항공사들은 이산화탄소 관련 보고서 마감 작업에 한창이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국토부가 제정한 '국제항공 탄소 배출량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SAF 공급 여력과 계약 단가 등에 변동이 있어 트럼프 관세 대응처럼 100% 매끄럽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당장 오는 2027년 합병을 앞둔 아시아나와 다른 LCC 들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고단가의 SAF 비용이 부담인 LCC들은 저탄소 기체나 엔진 교체를 모색 중이나 항공기 제조사의 인도 지연에 따라 계획에 차질을 겪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해 2월 최대 이륙중량이 5.7톤 이상인 항공기가 국제선 운항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이 연간 1만 톤 이상일 경우 이 항공기를 운영하는 항공사를 국제항공 탄소를 상쇄·감축해야 하는 '이행 의무자'는 항공연료 사용량 및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모니터링 계획, 배출량 보고서 등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법령을 제정했다.

당시 기준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인천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등 9개 항공사가 '이행 의무자'에 포함된다. 탄소배출량을 허위로 보고하거나 보고하지 않는 항공사는 벌금 혹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SAF는 기존 항공유와 동일한 에너지를 제공하지만 탄소 배출량은 80% 이상 줄일 수 있다.사진=셔터스톡

아시아나항공은 과거 쉘 SAF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대응방안으로 모니터링과 실증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오는 2027년이 대한항공 공식 합병 첫 해인 만큼 한진그룹의 방침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측은 "매년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었고 올해도 계획에 따라 제출한다"며 "지난해 4분기부터 인천~후쿠오카 노선 대상 1% 혼합 급유 중이고 올해 역시 동일 조건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 측은 "인천~파리, 구마모토 등에 SAF를 상용화 추진 중이나 정유사와 계약 상 대외비 사항이 많아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일본 도쿄 나리타행 항공기에 SAF를 1% 혼합한 연료를 주유해 처음 운항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1년 동안 매주 금요일 운항하는 인천~나리타 노선 여객기에 SAF를 급유하고, 다른 노선으로도 사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에어도 지난해 11월 부로 인천~기타큐슈 노선에 SAF 1% 혼합 급유 중에 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 측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제조사와 이미 대량의 구매 계약을 체결한 업체와 달리 신형기 물량 인도에 차질을 빚는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탄소감축 리스크에 취약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라대 항공운항과 김광일 교수는 "모든 항공사들이 기존에도 국토부에 관련 보고를 해왔고 유럽에 취항하는 항공사는 이 지침이 의무가 되지만 대한항공이 한국에서 이 분야를 가장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의 움직임을 타 항공사가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항공기 기종을 바꾼다고 해서 탄소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고효율 엔진을 사용할 때 탄소가 저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옥수수로 만드는 SAF는 아프리카 지역 식량 이슈가 있는 만큼 재활용 쓰레기를 활용한 SAF 제조 기술로 정유사와 항공사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며 "아직 규제가 완전히 시행되려면 약 1~2년의 시간이 남은 만큼 국토부는 그 즈음까지 벌금, 과태료 관련 규정을 확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