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이사회 독립성·투명성 높인다
사외이사 권한 강화…경영진 견제 기능 제고 기대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사외이사의 역할과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이사회 중심의 투명 경영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이달 각 사별 정기 이사회를 열고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승인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심달훈 사외이사, 기아는 조화순 사외이사, 현대모비스는 김화진 사외이사를 각각 초대 선임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사외이사들 가운데 대표 격인 선임사외이사를 선출해 사외이사의 권한과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국내 금융권의 경우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이 의무화돼 있지만, 비금융권 기업에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 3사가 자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여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선임사외이사는 앞으로 사외이사들만이 참여하는 별도 회의를 소집하고 주재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또한 사외이사들을 대표해 경영진에게 경영 현안 보고나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사외이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사회와 경영진에 전달하는 등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3사는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외이사회'도 신설했다. 이는 이사회 개최 전 사외이사들이 주요 안건에 대해 독립적으로 충분히 검토하고 사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각 사의 전체 사외이사로 구성돼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3사는 지난달 이사회 산하 주요 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위원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대폭 확대한 바 있다. 등기이사 보수 한도 등을 심의·의결하는 보수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 체제로 전환됐으며, 사외이사 후보 추천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역시 사내이사 1인을 제외한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과 사외이사회 신설, 이사회 위원회 사외이사 비중 확대 등을 통해 더욱 투명하고 독립적인 이사회 중심의 경영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 3사는 주주 가치 제고와 이사회의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주주로부터 직접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선임하는 '주주추천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하며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사회 산하 모든 위원회의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해 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이사 선임 시 성별, 국적 등 다양성 요소를 고려하고 있으며, 글로벌 비즈니스, 미래기술, 법무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영입해 이사회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달 주총에서 학계·정부기관이 아닌 기업 경영 전문가 3인(김수이, 벤자민 탄, 도진명 사외이사)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이사회의 비즈니스 관련 전문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재무, 회계, 자본시장, 반도체, AI, 수소 등 다양한 분야의 깊이 있는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의사결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