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 (甲)' 자리매김한 GA

몸집 키운 GA에...보험사, 영업 채널 재편 나서

2025-05-10     박수아 기자
사진=ChatGPT

전통적인 보험 영업 질서가 GA(법인보험대리점) 중심으로 굳혀졌다. 상품을 만들고 판매 채널을 통제하던 보험사는 더 이상 '갑(甲)'이 아니다. GA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일각에서는 GA가 '보험사 목줄을 틀어쥐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보험업계에서 GA의 영향력은 하늘을 찌른다. 

GA 질주에 흔들리는 보험업계 주도권

보험업계에 따르면, GA를 통한 2024년 생명보험 신계약 건수는 324만건에서 443만건으로 36.7% 늘었고, 손해보험도 1340만건에서 1429만건으로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보 수입수수료는 53.4%, 손보는 28.7% 증가했다. GA에 소속된 설계사도 13.9% 늘어 22만8000 명에 달한다.

이처럼 몸집이 커진 GA는 보험사와의 관계에서도 수년전의 '슈퍼을(乙)'의 입지를 훌쩍 뛰어넘어 대형 보험사들마저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무소불위 ‘슈퍼갑(甲)’의 위치에 도달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GA에서 보험사에 시책 비용을 요구하거나 보다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며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보험사들은 이에 대응해 자회사형 GA를 설립하거나, 전속 설계사 채널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GA 의존도를 낮추고, 내부 영업망을 다변화해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잇따라 자회사형 GA를 확대하거나 내부 판매 채널을 강화하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화생명, '자회사형 GA 삼총사'로 영업 승부수

한화생명은 생명보업계에서 자회사형 GA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보험사 중 하나다. 한화생명은 2021년 4월, 기존 전속 설계사 조직을 독립시켜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를 새롭게 설립했다. 이후 2023년에는 독립형 GA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했고, 자회사형 GA인 '한화라이프랩'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형 GA는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 한화생명의 영업 전략에서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기준 한금서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21% 급증한 1525억원에 달하며, 설립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피플라이프 역시 같은 해 1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6% 성장했고, 한화라이프랩도 순이익이 68억원으로 183% 늘었다.

이들 3사의 합산 순이익은 2023년 757억원에서 2024년 1732억원으로 129% 증가했다. 이는 같은 해 한화생명 연결기준 순이익 8660억원 중 약 2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한화생명 GA 자회사들의 약진은 곧바로 모회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한화생명은 설계사 유치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2024년 말 기준, 한금서와 피플라이프, 한화라이프랩의 설계사 수는 각각 2만5332명, 4258명, 3086명으로 나타나 전반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전속 강화하고 인재 영입… 삼성생명式 정면 승부

삼성생명은 전속채널을 중심으로 한 영업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24년 말 전속 설계사 수를 약 3만7313명까지 끌어올렸다. 올해도 약 6000명가량을 추가 채용해 전속 설계사 4만명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전속채널이 GA 대비 높은 생산성과 조직 안정성을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해 실적발표회(IR)에서 GA 설계사가 평균 약 20만원 수준(월 보험료)을 판매할 때 전속 설계사는 약 50만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면에서도 전속 조직이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 교육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신입 설계사 교육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교육 내용은 건강보험 등 소비자 수요가 높은 상품 중심으로 개편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4분기 채널별 신계약 APE와 조직 현황 추이. 그래픽 제공=삼성생명

그 결과, 2024년 기준 삼성생명 전속 설계사의 1인당 연납화보험료(APE)는 전년 대비 34.2% 증가한 2100만원을 기록했으며, 전속채널의 APE 합산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이외이외는 전속대리점, 일반GA, BA(방크슈랑스) 등이 40%가량을 차지했다. 전속채널의 APE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외부 인재 영입에도 나섰다. 삼성생명은 최근 초대형 GA 출신 인사 2명과 대형 손해보험사 출신 3명을 새롭게 합류시켰다. 이들은 GA 채널 운영 전략과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한 상품 기획 등 핵심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채 출신과 내부 인재에게만 영업 주요 보직을 맡겼던 관행을 깨고, 경쟁사 출신 인재들까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보험사들은 이렇듯, 자회사형 GA 및 내부 전속판매채널 확대를 통해 GA의 영향력 강화에 대응하면서도 자사 상품 중심의 영업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GA 채널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양측의 긴장 관계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슈퍼갑'으로 자리 잡은 GA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보험사들의 고군분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느냐보다, 소비자에게 보험이 얼마나 신뢰 가능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전달되느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주도권을 쥐든 GA가 확대되든, 핵심은 얼마나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험이 판매 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