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이은 ‘크보빵’ 신드롬…스포츠 마케팅 전성시대
크보빵 출시 3일 만에 100만봉 판매 롯데자이언츠도 전용 제품 출시 검토
KBO리그 개막과 함께 SPC삼립이 출시한 ‘크보빵(KBO빵)’의 인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출시 3일 만에 100만개 이상이 팔렸으며 현재는 ‘없어서 못 파는’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열풍에 유일하게 크보빵과 협업하지 않았던 롯데자이언츠도 뒤늦게 롯데웰푸드를 통해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도미노피자, 연세우유까지 참전하며 ‘프로야구 마케팅 전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크보빵, 포켓몬빵모다 잘 나가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은 지난달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업해 ‘크보빵’을 출시했다. 크보빵은 롯데자이언츠를 제외한 프로야구 9개 구단의 특징을 담아 빵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9개 구단별 대표 선수와 마스코트 등 사진이 담긴 탈부착 스티커, 이른바 ‘띠부실’ 215종이 무작위로 들어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프로야구 팬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 띠부씰을 얻기 위해 크보빵을 대거 구입하는 현상이 벌어지며 마케팅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그 결과 크보빵은 불과 3일 만에 100만봉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SPC삼립의 신제품 출시 최단 기간 기록으로, 같은 기간 75만봉을 기록했던 히트작 포켓몬빵 속도보다도 빠르다.
크보빵이 출시된 지난달 20일부터 2일까지 편의점 GS25의 크보빵 판매율은 약 9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입고 물량이 100개면 97개가 바로 팔리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호랑이초코롤(기아 타이거즈) ▲쌍둥이딸기샌드(LG 트윈스) ▲곰발바닥꿀빵(두산 베어스)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는 “크보빵 출시 이후 주말에만 첫 발주를 넣은 수량이 모두 떨어졌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크보빵 띠부실을 판매 또는 구매하겠다는 게시글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인 김도영(KIA 타이거즈) 등 인기 선수들의 띠부실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빵값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될 정도다.
이 같은 인기에 올해 SPC삼립의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켓몬빵 흥행 당시에도 SPC삼립의 분기 매출이 400억원을 넘겼고, 연간 영업이익은 35.2% 증가했다. SPC삼립의 주가도 크보빵의 인기에 따라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크보빵이 출시된 지난달 20일 이후 이날까지 SPC삼립의 주가는 25.6% 올랐다.
팬심 저격 프로야구 마케팅 확산
크보빵 열풍이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유일하게 SPC삼립과의 협업에 불참했던 롯데자이언츠도 롯데웰푸드를 통해 전용 제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롯데자이언츠 팬들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자이언츠는 롯데 계열사인 롯데웰푸드가 제빵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번 SPC삼립과 협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자이언츠 팬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롯데웰푸드를 통한 전용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프로야구 마케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 SPC삼립과 롯데웰푸드만이 아니다.
편의점 CU도 지난달 18일 두산베어스·연세우유와의 협업해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을 출시했다. 먹산 생크림빵은 출시 첫날부터 CU 커머스 앱 포켓CU의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고, 6일 만에 12만 개 이상 팔려 나가며 CU의 디저트 매출 1위 상품에 등극했다. 먹산 생크림빵의 인기 덕분에 CU의 전체 디저트 매출은 일주일 사이 19.4% 증가했다.
도미노피자는 KBO와 협업해 1인 피자 ‘썹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썹자는 KBO 리그 10개 구단 로고가 새겨진 특별 패키지에 한 손으로 가볍게 잡을 수 있는 길쭉한 모양의 피자다. 지난 4일부터 서울 잠실본점과 개봉점, 명동점 3개 매장에서 판매 중에 있다.
웅진식품 역시 프로야구 시즌에 맞춰 ‘하늘보리 KBO 에디션’을 선보였다. 이번 스페셜 에디션은 롯데자이언츠를 제외한 9개 구단 종합 버전과 각 구단별 마스코트가 담긴 개별 에디션까지 총 10종으로 출시됐다. 롯데자이언츠는 크보빵과 마찬가지로 롯데 계열사 롯데칠성음료가 음료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협업 구단 목록에서 제외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프로야구 마케팅’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브랜드·팬심·콘텐츠 소비가 어우러진 하나의 기업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야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반에 걸쳐 스포츠 마케팅이 강화되고 있는 흐름”이라며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닌 경험을 소비한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