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후진국 대한민국, 정부 욕으로 정신승리하는 '약쟁이'들이 판친다 [IT큐레이션]

AI 경쟁에서 밀려나는 한국 정부의 지원과 정책 실패 목소리 커져...기업 생태계는 완전한가

2025-04-10     최진홍 기자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중국 등 선두 그룹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미국 비영리 AI 연구·조사 기관인 에포크AI 조사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우 아예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부진의 원인을 두고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자, 전문가들은 물론 AI 현업인들도 "정부의 AI 정책 실패와 불확실성으로 한국의 AI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가상자산에서 메타버스로, 나아가 게임을 거쳐 이제는 AI 전문가로 잘 알려진 모 교수는 "한국 AI의 문제는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에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정부 탓'만 하며 핑계를 댈 때가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기업 특유의 경직된 문화와 구조적 한계 역시 AI 혁신을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이며, 기업 스스로의 뼈를 깎는 변화 없이는 AI 경쟁력 확보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정부 욕만 하지만 스스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사진=갈무리

정부의 패착
영국의 토터스 인텔리전스나 미국 스탠포드 대학 HAI가 발표하는 글로벌 AI 지수에서 한국은 종합 6~7위권을 유지하며 표면적으로는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1위 미국과 2위 중국이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양강 체제를 굳힌 반면, 3위권 이하 국가들은 촘촘하게 몰려 있어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최근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개방형 생태계 조성을 통해 13위에서 5위로 뛰어오르며 한국을 추월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지만 글로벌 AI 시장에서 한국 AI의 실력은 결국 '유리판 위에 선 뚱뚱보'다.

정부의 AI 정책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AI 국가 전략'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정책을 쏟아내며 AI 육성 의지를 강조해왔다. R&D 예산도 증액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다. R&D 예산의 절대 규모가 경쟁국에 비해 부족하고, 정권이나 정책 방향에 따라 예산이 급변하는 등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인 AI 연구개발을 위축시킨다.

규제 환경 역시 문제다. 2020년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데이터 활용의 길을 열었지만 가명정보 활용 범위의 제한, 복잡한 절차, 엄격한 처벌 규정 등으로 인해 기업들은 여전히 데이터 활용을 주저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기본법을 제정하며 속도를 냈지만 산업 진흥에 치우쳐 실효성 있는 안전 규제나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졸속 추진' 비판에 직면하며 오히려 '운영 환경' 지수 하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AI 인재 양성 정책 역시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질적 미스매치, 핵심 인재의 해외 및 대기업 유출 심화라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좋은 전략이 실행 단계의 문제와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간의 패착은 없나?

정부의 AI 정책적 실패는 자명하다. 그러나 한국 AI 경쟁력 부진의 책임을 온전히 정부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 내부에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네이버, 카카오가 한국어 LLM 개발에 나서는 등 일부 대기업의 노력은 눈에 띄지만 민간의 실패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수직적 위계 구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단기 실적 압박은 과감한 실험과 투자가 필수적인 AI 혁신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은 ROI가 불확실한 AI 도입을 주저하게 만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현을 억누른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 민간기업의 고질적 문제가 AI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자본과 인재가 소수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스타트업의 성장이 저해되고, 산학연 협력이나 데이터 공유가 원활하지 않다. 이는 AI 기술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생태계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대기업의 AI 활용률은 48.8%에 달하는 반면, 중견기업은 30.1%, 중소기업은 28.7%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실제 AI 개발에 나서는 대기업들이 하드웨어(반도체)나 자체 LLM 개발 등 기존 성공 방정식에만 집중하는 '경로 의존성' 역시 다양한 AI 응용 서비스 시장에서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국내 기업들의 AI 관련 특허 출원은 활발하지만 이를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성공적으로 상용화하여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비율도 낮다. R&D 성과가 비즈니스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도 취약하다. 기반 기술이 약하니 현실의 성과도 미약할 수밖에 없다. 이건 순수한 실력의 문제다.

민간 전체의 기반 환경도 녹록치않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8곳(78.4%)이 생산성 제고와 비용 절감을 위해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 AI 기술 활용률은 현저히 낮은 30.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AI 지수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허 경쟁력(개발 3위)이나 정부의 전략 수립 의지(정부 전략 4위), 우수한 인프라(6위)는 강점으로 꼽히지만, 정작 AI 기술이 실제 작동하고 활용되는 환경을 의미하는 '운영 환경'은 35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 연구 역량(13위), 상업화(12위), 고질적인 인재 부족 및 해외 유출(13위), 민간 투자(9위, 규모 면에서 미미) 등 핵심 분야에서도 선도국과의 격차가 크다. 특히 '정부 전략' 순위는 높은데 '운영 환경' 순위가 낮은 것은, 정부의 청사진이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제발 정신 차려야

네이버와 카카오 및 삼성전자, SKT, KT, LG유플러스 등 대기업부터 업스테이지 및 뤼튼 등 많은 스타트업들이 AI 시장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한국 AI 역량은 글로벌 수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 원인을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제일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정부 때문이다"로 말하면 마음은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팩트의 뒤에 숨어 민간 기업들의 늦은 시장 진입 타이밍, 경직된 조직문화,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력의 문제를 모두 덮어버리는 것은 '미친 짓'이다. '민간 기업인을 대한민국 AI 장관으로!'라 외치며 기존 정부 AI 정책에 불신을 보내는 것은 자유의지에 달렸지만, 그렇게 고함지르며 정부 탓만 하다가는 균형 잡힌 문제해결에서 순식간에 멀어진다.

AI 대폭풍을 예상하지 못했고 그 시장에서의 적절한 포지셔닝에도 실패했다. 반도체는 메모리의 달콤함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했고 글로벌 운영체제 수준으로 진화하는 AI 경쟁을 두고 "예전에 구글의 공습도 막았는데 AI도 할 수 있어!"라는 망상에 가까운 정신승리만 보여줬다. AI 시장의 안락하고 달콤한 '한글과컴퓨터 비즈니스 모델'만 꿈꾸면서 "한국의 AI 생태계가 있어야만 다가오는 극한의 경쟁에서 뭐라도 할 수 있지 않겠나"며 진실을 가리고, 이 모든 실패는 정부의 탓으로만 돌리며 마치 민간이 나서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 약을 팔았다.

물론 뭐라도 해야 했으며 이 시점에서 정부의 패착은 분명하다. 그러나 민간 기업은 지나치게 뻔뻔하다. 정부 지원으로 오픈AI나 구글처럼 규모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럼 딥시크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실력은 보였어야 하지만 그렇지도 못했다. 뭔가 하고는 있으나 명확한 성과는 아직 없다. 그러면서 정부 탓만 한다. 정신승리의 연속이다. 과연 정상인가? 지금부터라도 냉정해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AI 좀비 기업의 본산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