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기술력 인정받은 에이비엘바이오, 배경엔 이상훈 대표 ‘뚝심’ [CEO파일]

‘4조 빅딜’ 이어 BBB 셔틀 추가 잭팟 예고…“2025년, 폭발적인 기업가치 상승의 해”

2025-04-19     김민지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빅파마를 대상으로 뇌혈관장벽(BBB) 플랫폼 기술 이전이라는 잭팟을 터트렸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약물 기술 이전이 아닌 플랫폼 기술 이전 계약을 달성하는 사례는 드문 만큼 이 회사의 플랫폼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받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의 뚝심이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6년 에이비엘바이오를 창업하고 여정을 새롭게 시작한 결과, 경쟁력있고 차별화된 기술력 하나만으로 기술 이전 성공사례를 써 내려가며 글로벌로부터 인정받는 기업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4조 기술이전 달성한 에이비엘바이오…K제약바이오 역대 2번째 규모

이상훈 대표는 미국에서 유학과 박사후연구원 시절을 거친 후 아스트리제네카와 제넨텍, 엑셀레시스 등 다국적 제약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신약 개발과 관련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이후 유학시절 인연으로 2009년 유진산 파멥신 대표와 파멥신을 공동으로 창업하며 항체기술을 연구했다. 

이후 그는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는 의지로 파멥신을 나와 대기업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에 연구소장으로 입사했지만, 회사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회사가 바이오 사업부을 접으면서 사업을 억지로 정리하게 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당시 14명의 석박사급 연구 인력들과 함께 이중항체 기술 하나를 토대로 회사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이중항체 바이오기업 에이비엘바이오가 탄생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뚝심은 성과로 나타났다. 최근 이 회사가 영국계 제약사 GSK와 4조원 규모의 플랫폼(원천기술) 기술을 21억4010만파운드(4조10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는 2020년 알테오젠이 미국 머크와 체결한 4조6700억원 규모 기술 이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다. 

에이비엘바이오는 3850만파운드(730억원)의 계약금을 포함해 총 7710만파운드(1500억원)을 수령하게 된다. GSK가 개발한 약물이 상업화되면 합의된 비율에 따라 로열티(판매 수수료)도 받을 수 있다.

빅파마를 사로잡은 기술은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 ‘그랩바디-B’다. 뇌질환 약물 개발의 가장 큰 난관인 뇌혈관장벽(BBB)를 극복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BBB는 외부 유해물질과 인자가 뇌로 유입되는 것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치료제의 뇌 투과를 어렵게 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관해서는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그랩바디-B는 BBB 침투를 돕는 셔틀 역할을 해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IGF1R)를 통해 약물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하고 뇌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9일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열고 올해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랩바디-B 타깃 확장…추가 기술이전 ‘자신감’

이 대표는 9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이번 계약에 대한 의미를 소개했다.

그는 “이번 GSK와 계약은 그랩바디-B가 글로벌 빅파마에 첫 기술 이전된 사례로 직간접적으로 가장 좋은 BBB 셔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회가 됐다”며 “BBB 셔틀의 시대는 작년부터 도래했다. 그랩바디-B는 차세대 셔틀이 될 IGF1R 기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임상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통해 얻은 에이비엘바이오의 노하우를 GSK로 전달하는 게 이번 계약의 핵심”이라며 “GSK는 우리의 플랫폼을 이전 받은 후 GSK가 보유하고 있는 항체와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등 다양한 모달리티에 BBB 셔틀인 그랩바디-B를 적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표는 BBB 셔틀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siRNA, 항체·약물 접합체(ADC), ASO를 포함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모달리티 확장을 통해 기술이전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BBB 셔틀과 관련해 항체 부분에서만 계약을 해왔다”면서도 “미국 회사와 모달리티 확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고 듀얼 BBB 셔틀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항체, 메신저 리보핵산(mRNA),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로 그랩바디-B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아밀로이드 베타, p-타우 등 타깃을 세분화해 기술이전 기회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질환의 주요 바이오마커다.

회사는 기술의 확장성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플랫폼 기술 이전 계약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Unmet needs(미충족 수요)가 높은 CNS(중추신경계) 시장에서 이번 GSK와의 계약으로 글로벌 위상이 높아졌다. 그랩바디의 기술이전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에이비엘바이오의 폭발적인 기업가치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