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금융, CEO 경영 평가 잣대된다
[녹색금융 은행 CEO 평가의 새 잣대②]
ESG 시대, 전환금융이 만들어갈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주요 금융지주 CEO들도 분주하다.
최근 국내 금융권은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금융 실현을 위해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을 적극 추진중이다. 이러한 활동은 주요 금융그룹 회장의 경영 실적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금융배출량 산출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권 금융배출량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투자 및 대출 등 금융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여한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산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만약, 금융그룹이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을 적극 추진하지 않을 경우, 동반성장지수 등에 있어서 금융그룹의 평가등급이 하락하고 ESG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음으로서 정부 및 공공기관의 금융 지원이나 우대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자금 조달과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진다.
특히 가장 우려해야 할 대목은 투자자 신뢰 하락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점증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중요시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녹색금융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이는 주가 하락이나 투자 유치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에 주요 금융그룹은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평가 등급 하락, 금융 지원 제한, 투자자 신뢰 하락 등 경영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금융그룹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ESG보고서를 통해 기후대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객관적 지표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각 금융그룹사별로 기후공시(금융배출량)를 하는 자산규모, 기준 시점, 글로벌 공시기준(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ISSB 공시기준, 재무정보 공개협의체 TCFD 기준, 탄소배출량 국제 측정 기준 GHG프로토콜) 등이 제각각이다.
무엇보다 금융사들을 포함해 각 기업들의 기후공시 자체가 의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 3월 6일에 기후 공시 최종안을 발표하고,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에 대해 기후 공시를 의무화했고, 중국·인도·호주·싱가포르 등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하는 계획을 확정했으며, 유럽연합(EU)은 이미 2023년에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이르면 2027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는 2026년부터 상장대기업을 중심으로 기후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배출량 산정 표준을 제시하고,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객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실 금융회사들이 직접 화석 연료를 태워 철강이나 석유화학 제품 등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들에게 자금줄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금융배출량(기업에 대한 대출 및 투자로 간접적으로 발행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금융사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경우, 앞으로는 투자자 및 금융소비자들에게도 외면을 받게될 것으로 것이라는 긴장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그간 주요 금융그룹사 CEO들도 자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명확히 밝히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기후 변화 등에 대응...미래를 열어가는 실천하겠다"
먼저,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날씨의 바뀜이 아닌 기후변화, 인구 감소, 사회 양극화, 국제적 지경학 리스크 등 많은 문제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KB금융그룹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미래를 열어가는 작은 실천에 앞장선다면 긍정적 나비효과가 우리 사회에 지속가능하고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또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재무적 가치 성장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고객과 사회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균형 있게 헤아리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그러한 기업만이 진정한 시대적 소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취임 이후 첫 조직개편에서 지주 및 은행의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이를 통해 ESG를 금융 비즈니스에 직접 구현하여 '지속가능한 상생모델'을 구체화하고자 했다. ESG상생본부 내 환경경영을 전담하는 팀은 총 4명으로 구성됐으며 그룹 자산 탄소배출량(금융배출량) 관리, 친환경 이니셔티브 관리, 그룹 환경경영 활동 지원, 생물 다양성 활동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0년 금융권 최초로 환경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 14001' 인증을 획득하고, 갱신 심사를 통해 인증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21년에는 에너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 50001' 인증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탈도 ISO 14001 인증을 유지하며 국제표준에 따른 환경경영시스템을 운영중이다.
환경성과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해 KB국민은행은 2020년부터 'KB Green Wave Report'를 발간하고 있으며, 2024년에 발간된 '2023 KB Green Wave Report'에는 ESG 상품·투자·대출 규모 확대, 탄소중립 기반 마련 등과 관련된 환경경영 활동이 상세히 담겨있다.
KB금융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세계 최대의 자발적 기업 이니셔티브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하여 환경문제 개선을 위한 글로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연수원과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KB국민은행은 2023년에 6개소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추가하여 총 37개소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KB증권과 KB손해보험도 연수원이나 사옥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친환경 금융으로 지구환경 보호 ...'일류 신한' 도약"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역시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금융 실현을 위해 녹색금융 및 전환금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가치를 높이고자 최선을 다하고 고객과 사회로부터 좋은 평가와 인정을 받는 기업, 신한의 모든 임직원이 꿈꾸는 일류 신한의 모습이다"
그가 2023년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제시한 신한금융그룹이 나아가야 할 비전은 그룹내에서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 금융을 향해 금융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간결하고도 압축된 CEO 메세지로 꼽힌다.
'고객 중심, 일류(一流) 신한'을 경영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진 회장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ESG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신한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해 왔다. 주주 서신을 통해서도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일류(一流)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최근에도 진 회장은 "외형과 손익이 미래의 생존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신한금융은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를 유지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본인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질적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주주 서신에 적었다. 신한금융그룹 측은 진 회장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같은 주주서신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진 회장은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친환경 금융을 통한 지구환경 보호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정성을 다했고, 투명한 경영을 펼치고자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ESG 경영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신한금융그룹의 녹색금융 누적 실적은 13조1000억원으로 전년(8조2000억원) 대비 4조9000억원(59.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누적 실적(5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으며 2020년 누적 실적(2조원)보다는 6.6배 정도 증가한 규모다.
2023년 신한금융그룹의 녹색금융 신규 실적은 5조500억원으로 전년(2조8200억원)보다 2조2300억원(79.1%) 늘어났다. 항목별로는 친환경 대출 실적이 2022년 4730억원에서 지난해 1조9410억원으로 4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친환경 투자 실적은 1조5160억원에서 2조4620억원으로 9460억원(62.4%) 증가했으며 친환경 PF 실적은 8310억원에서 6470억원으로 1840억원(22.1%) 줄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내일을 위한 큰 걸음...녹색 경제로의 전환 가속"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금융 실현을 위한 녹색금융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온화한 성품과 더불어 세심한 리더십으로 정평이 난 함 회장은 2023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녹색금융 강화와 관련해서도 기후 변화가 미치는 노동생산성의 저하 등 현실적 문제, 생물다양성 보존 등 앞으로 나아갈 구체적이고 세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선 그는 녹색금융을 포함해 전반적 ESG 비전에 대해 "'내일을 위한 큰 걸음(Big Step for Tomorrow)'이라는 ESG 비전 아래 사회공동체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폭염으로 전 세계적으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주요 작물 가격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 및 노동생산성 저하 등으로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함 회장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하나금융그룹은 저탄소 환경체제 이행 촉진을 위하여 유럽·호주 등에서 녹색금융 관련 투자 참여 등 글로벌 ESG 협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K-택소노미를 반영한 ESG금융 심사 시스템 구축을 통해 기업의 친환경 경제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며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 생물 다양성 회계금융연합(PBAF)에 적극 참여하여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양한 환경분야에 대한 금융회사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6월 함 회장은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재무부를 방문하여 기후에너지 총괄인 알렉스 히스 차관보와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호주 정부 주도의 '그린뱅크' 등 녹색금융 투자와 민간 기업의 ESG 경영 모범 사례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다양한 투자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알렉스 히스 차관보는 하나금융의 ESG 경영과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하나은행 시드니지점은 호주 현지에서 ▲그린론 ▲재생에너지 투자 ▲지속가능연계대출(SLL, Sustainability Linked Loan) 등 다양한 방식의 ESG 금융을 실천하고 있으며, 호주 정부가 주도하는 '스마트 미터 사업'에 그린론 사업자로 참여하는 등 K-녹색금융을 앞세운 친환경 자산 증대 활동을 통해 호주 정부는 물론 현지의 금융시장 참여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알렉스 히스 차관보는 "하나금융은 기후변화 대응 등 ESG 경영을 위해 세운 중장기 전략 목표 '2030&60'을 공표한 지 3년 만에 45% 가까이 달성해내는 등 놀라운 속도로 추진해왔다"며 "하나금융이 호주의 친환경 정책과 방향을 같이 하는 다양한 녹색금융에 참여해왔듯, 호주의 주요한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와 협력을 진행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녹색분류체계 내재화...민관 합동 금융지원 적극 참여"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금융 실현을 위해 다양한 녹색금융 활동을 강조해 왔다. 금융투자업 등 비금융 강화 기조에 맞춰, 미래에너지펀드, 기후기술펀드 등을 언급한 것이 주목된다.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임 회장은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진정성 있게 사회적책임을 실천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 가장 신뢰받는 금융그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후 위기를 엄중히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되겠다"며 "저탄소사회로의 전환 및 녹색산업의 육성과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녹색투자 활성화를 위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내재화와 미래에너지펀드' 및 기후기술펀드 등 민관 합동 금융지원 방안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2021년부터 2024년 8월 말까지 총 1조800억원 규모의 ESG 특화 대출상품을 지원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저탄소 전환과 관련 규제 대응을 위한 자금 지원으로, 삼성전자와 주요 금융지주사간 협력을 통해 총 2조원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탄소 감축 설비 투자 등 저탄소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우리은행은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500억 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조달된 자금은 친환경 풍력발전 및 태양광 발전사업 프로젝트에 지원되어 녹색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5대 금융지주회사와 삼성전자간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에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앞으로 우리금융그룹은 중소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강조한바 있다.
각 금융그룹의 이사회는 녹색금융 및 녹색여신과 관련된 내부 규정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사회는 녹색여신 책임자의 임명 및 역할을 승인하고, 녹색금융 전략 수립과 실행을 감독하며, 관련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각 금융그룹은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