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홈플·MBK 감리조사 전환 임박했나...조사 쟁점은?
배당금 사용처·국민연금 RCPS 상환조건 변경 등 조사 회계 위반 발견시, 감사인 불러 조사 강제성 높일 듯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 조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강제성이 있는 감리 조사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금감원 조사의 초점은 6000억원에 육박하는 홈플러스 단기채권의 사기 발행·판매 혐의 적용의 근거가 될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과정에 맞춰지고 있다.
또한 MBK파트너스의 계좌추적을 통해 홈플러스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어디로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중이다. 이에 더해 금감원은 국민연금이 홈플러스에 투자한 이후 투자조건을 변경한 이유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다.
30일 금감원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 조사와 관련해 기업 회생절차 신청 과정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특히 홈플러스가 언제부터 회생절차 신청 준비를 시작했느냐, 언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느냐 등에 집중해 살펴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2월 말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되자 나흘 만인 지난 3월 4일 0시경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어 법원은 대표자 심문을 한 뒤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에서 "신용등급 하향으로 단기채무를 차환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려 지급불능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는 3월 18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준비를 시작한 시점은 2월 28일부터이고 공식적으로 회생신청을 결정한 이사회 결의는 3월 3일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회생신청 준비나 필요성 판단 시기 등은 홈플러스가 회생을 계획하고도 6000억원에 육박하는 단기채권을 발행한 것인지, 즉 사기 발행·판매 혐의가 있는지를 입증하는데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홈플러스 사태 조기 해결과 의혹 규명을 위해 3월 19일 함용일 자본시장 부원장 산하에 '홈플러스 사태 대응 TF'를 설치했다. TF는 불공정거래 조사, 검사, 회계감리, 금융안정지원 등 4개반으로 운영된다.
금감원은 3월 13일 홈플러스 기업어음(CP) 발행사인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 2개를 대상으로 검사에 착수했다. 3월 19일에는 MBK파트너스 검사와 홈플러스와 관계사 불공정거래 조사를, 같은달 21일에는 홈플러스 회계심사를 시작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홈플러스 회계 심사를 강제성이 있는 감리조사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의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돼 감리조사에 착수하면, 감사인 등을 불러 깊이 있는 조사에 나서게 되며 이는 제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감원은 MBK파트너스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MBK파트너스에 지급된 홈플러스 배당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최종 정착지가 어딘지 파악 중이다.
국민연금 RCPS 상환권 변경...동의 있었나?
홈플러스에 투자한 국민연금의 거액 손실이 우려되는 가운데, 금감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출자자(LP)인 국민연금공단의 이익침해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RCPS는 상환전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로, 우선주 중에서 상환과 전환이 모두 가능한 주식이다.
좀더 짚어 보자면, ▲상환권(Redeemable: 투자계약서상 명시된 상환 청구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 투자금을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을 경우 등을 대비한 경영권 견제 수단, 단 전년도 주주총회에서 승인한 재무제표상 회사에 배당 가능한 이익이 있을 때만 상환 요청이 가능함) ▲전환권(Convertible: 의결권이 없는 상태인 우선주를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 통상 전환비율 조정 '리픽싱'이 붙음) ▲우선권(의결권은 없지만, 그 대신 배당시 보통주보다 우선권 갖음)을 모두 갖춘 주식이다.
이에 RCPS는 형식은 자본(전환권의 성격을 감안)이지만, 실질(상환권의 성격을 감안)은 부채 성격을 갖고 있다. 회계기준에 따라 RCPS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차이가 있는데, 비상장사에 적용되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은 RCPS를 자본으로 인정(K-GAAP 제15장: 우선주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보는 관점)하는 반면, 상장사가 의무 채택하는 K-IFRS는 RCPS 실질을 따진다.
K-RFIS 상으로는, RCPS에 리픽싱 조항이 붙거나 투자자가 상환권을 보유했다면 부채로 판단한다. 통상적으로 RCPS 대부분에 리픽싱 조항과 투자자 상환권이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K-IFRS는 RCPS를 부채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K-IFRS 상으로도, 회사가 상환권을 가지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RCPS 투자가 논란이 된 이유는 '상환권을 홈플러스가 갖느냐, 국민연금이 갖느냐' 때문이다. 상환권을 어느 쪽이 갖느냐에 따라 투자금을 '자본이냐 부채냐'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자본으로 해석할 경우 변제순서는 부채보다 후순위가 된다.
국민연금은 2015년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RCPS 5826억원,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보통주 295억원 등 모두 6121억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RCPS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인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했다. 국민연금은 이중 현재까지 원금 942억원과 이익금 2189억원 등 3131억원을 회수했다.
문제는 한국리테일투자가 올해 2월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RCPS는 회계상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됐고,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이 대폭 개선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경우 RCPS가 회계상 자본으로 전환되면서 향후 기업회생 절차에서 변제순서가 후순위로 밀려나게 돼 손실을 볼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RCPS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 측이 RCPS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기는 것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7일 "국민연금은 RCPS 발행조건 변경에 합의한 적이 없고,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 조건은 투자 당시와 비교해 변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는 SPC인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한 것으로, 홈플러스가 한국리테일투자에 발행한 RCPS와는 별개이기 때문에 상환권을 넘기는 데 국민연금의 동의를 구할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측이 같은 주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변제순서에 있어 선순위가 되느냐 후순위로 밀려나느냐를 가르는 쟁점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PC가 중간에 껴있지만, 두 개의 RCPS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란 해석이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 측이 국민연금의 묵인 없이 투자조건을 변경하는 게 가능했을지를 둘러싸고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RCPS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상환조건을 홈플러스 측에 유리하게 바꾸는 것을 동의해준 것인지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금투업계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금감원 검사 결과 기관경고 이상 제재를 받을 경우,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LP들은 기존에 투자한 자금도 다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블라인드펀드 4, 5, 6호를 아직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몇 가지 사유에 한해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대해 해산명령, 6개월 이내 업무정지, 계약 인계명령, 위법행위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