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사티아 나델라 '한국형 AI 오케스트라 지휘자' 지원한 이유는?

방한 후 ‘AI 투어 인 서울’ 참여 한국 AI 혁신 지원 발표...AI 생태계 입체적 확장 꾀하는 듯

2025-03-26     최진홍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의 AI 트랜스포메이션(AI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주요 AI 혁신 사례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26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인 서울(Microsoft AI Tour in Seoul)’에서 AI를 활용한 미래 핵심 산업 성장 전략을 발표하는 한편, 한국형 AI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자임하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이 등판했다.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 비즈니스 리더들과 만나 AI 발전 방향과 산업별 적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는 “AI가 한국의 일상과 업무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의 한국 기업들이 AI로 새로운 성장과 기회를 창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밝혔다. 

조원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창의성이 AI 중심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기반”이라며 이번 사례가 AI 혁신의 성과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가 기조연설에 나서고 있다. 사진=KT

'합종연횡'
사티아 나델라 CEO는 조주완 LG전자 대표, 김영섭 KT 대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경영자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입체적인 AI 가능성을 타진했다.

현장에서 다양한 협업의 결과물이 공개되기도 했다. 먼저 KT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AI·클라우드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M365 코파일럿 전사 도입과 CoE(Center of Excellence) 설립 사례를 소개하며 사내 AI 업무 시스템 구축 노력을 강조했다. 나아가 마이크로소프트 소버린티 클라우드 기반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개발을 통해 공공·금융 산업으로 AI·클라우드 도입을 확대하고, 한국어·문화에 최적화된 대형 언어 모델(LLM)을  출시해 고객 서비스를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KT 전시관도 관심을 받았다. ▲GPT-4o 기반의 한국적 AI 커스텀 모델 ▲보안 강화 퍼블릭 클라우드 ‘KT SPC’ ▲탄소 배출량 관리 어시스턴트 ▲GPUaaS ▲M365 코파일럿 기반 업무 혁신 사례 ▲대화형 AI 에이전트 ‘Works AI’ 등 총 6종의 AX 솔루션으로 구성되어 참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KT의 ‘한국적 AI’는 한국인의 사고와 정서를 반영한 GPT-4o 기반 커스텀 모델이라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줬다. 한국 일상과 비즈니스에 맞춘 안전한 활용을 목표로 상반기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나아가 전시에서는 일반 언어 모델과 비교해 한국적 AI가 시대별 ‘부의 상징’ 질문에 통찰력 있는 답변을 제공하거나, “Home, Sweet Home” 같은 관용어를 “내 집처럼 편안하게”로 자연스럽게 번역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KT

‘KT SPC(KT Secure Public Cloud)’도 의미심장하다. 데이터 주권을 지키며 금융·공공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한 보안 강화 퍼블릭 클라우드기 때문이다. 사용 중 데이터까지 암호화해 강력한 보안을 자랑한다. KT ds의 ‘클라우드 위즈’를 적용한 사례도 소개됐으며 이는 인프라 자동 배포와 거버넌스 정책 관리로 IF Design Award 2025에서 수상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여세를 몰아 전국 AI 교육 확대와 온실가스 관리 플랫폼 개발도 추진한다. 정우진 KT 전무는 “양사 협력으로 한국 시장의 AI 혁신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애저 오픈AI 서비스 기반 스마트 홈 로봇 ‘Q9’을 공개하며 공감지능 대화와 멀티 AI 홈 허브 전략을 제시했다. 정기현 부사장은 “Q9이 사용자와 소통하며 생활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씨젠은 AI 기반 개발자동화시스템(SGDDS)으로 연구 속도를 개선, 분자진단 혁신을 가속화했다. 천종윤 대표는 “AI와 정량 PCR 기술로 질병 없는 세상을 실현하겠다”고 전했다.

LG CNS도 등장했다. 제조기업 A사의 제품 설계 업무에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 클라우드를 활용한 생성형 AI 기반 검색 지능화 서비스를 도입한 사례를 발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직원이 채팅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생성형 AI가 설계 지침서와 과거 사례를 분석해 최적의 답변을 제공한다. 수백·수천 페이지의 지침서와 베테랑 직원의 노하우를 담은 ‘AI 해결사’로, 업무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GS리테일도 각광받았다. M365 코파일럿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 사례를 발표하며 유통 산업 혁신 가능성을 조명했다. 정향선 COE부문장은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애저 오픈AI 기반 AI 뷰티 카운슬러로 개인 맞춤 피부 진단을 제공한다. 노치국 팀장은 “고객 맞춤 상담으로 뷰티 경험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화큐셀은 애저 오픈AI와 IoT로 태양광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혁신하며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김태홍 전무는 “AI로 에너지 최적화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갤럭시 코퍼레이션은 ‘소라(Sora)’로 AI와 엔터테인먼트 융합을 구현했다. 최용호 대표는 “창의적 콘텐츠로 미래 가능성을 열겠다”고 전했다.

사진=LG CNS

사티아 나델라의 노림수는?
사티아 나델라 CEO는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에서 한국 AI 생태계에 후한 점수를 줬다. 물론 특정 나라를 방문하며 립서비스에 나서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글로벌 빅테크 중 유일하게 한국 생태계와의 협업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나델라 CEO는 방한 후 상대적으로 많은 한국의 기업인들을, 심지어 비 ICT 외 기업인들도 서슴치않고 만났다.

그는 "한국 시장은 뛰어난 인재와 활발한 개발자 생태계를 가졌으며 AI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력을 갖춘 나라"라며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는 KT를 향해서는 "최고의 파트너"라 추켜세우기도 했다.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AI와 오피스의 결합을 끌어낸 후 클라우드+AI 전략을 의욕적으로 키우는 중이다. 다만 최근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및 몇 건의 의미심장한 인수합병 등으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범용 AI 시장의 강자이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과 연합해 B2B 중심의 AI 로드맵을 구성하는 것은, 한국의 AI 생태계와 빠르게 연결해 또 하나의 먹거리를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한국 등 로컬과의 협력을 통해 범용 B2C AI를 꾸리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그러나 B2B에서 한국이라는 ICT 강국과 새로운 실험에 나서는 것은 매력적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가 한국 AI 생태계를 매료시켜 새로운 꿈을 꾸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한국 입장에서는 종속 이슈가 나올 수 밖에 없어 묘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에 추론(Reasoning) 모델을 적용한 두 가지 AI 에이전트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됐다. 

추론 기능은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맥락을 통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고도화된 AI 능력이다. 그리고 ‘리서처(Researcher)’는 오픈AI의 o3 추론 모델과 심층 검색 기능을 결합해 시장 전략 수립이나 고객 조사 같은 복잡한 분석을 지원하며, ‘애널리스트(Analyst)’는 연쇄 추론으로 수요 예측, 소비자 패턴 분석, 매출 트렌드 도출 등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4월부터 ‘프런티어(Frontier)’ 프로그램을 통해 M365 코파일럿 라이선스 고객에게 순차 제공된다. 나델라 CEO는 “코파일럿에 추론하는 에이전트를 탑재하면서 추론 모델을 적용, 웹뿐만 아니라 전사적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정교한 리포트를 만들 수 있다"면서 "코파일럿이 AI를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라고 강조했다.

AI가 인텔리전트 에이전트로 진화한다. 나아가 기존 인터넷 시대에서 운영체제나 포털이 담당하던 초연결로의 통로 역할이 AI 시대에는 코파일럿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발칙한' 주장이다. 이를 통해 에이전트의 통합 개발 가능성을 강조하는 한편 AI와 양자 컴퓨팅과의 결합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