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산업, 성장·대중화 위해 실증사업 확대돼야”[ER인터뷰]

이정민 딥파인 CTO 인터뷰 “해외 시장 진출…XR 대중화 선도 목표”

2025-03-25     김효경 기자
이정민 딥파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딥파인

거센 인공지능(AI)의 흐름 속에 확장현실(XR) 기술이 본격 개화를 앞두고 있다. 애플,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XR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다양한 폼팩터 라인업을 통한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의료, 교육, 제조업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XR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기업들이 공간컴퓨팅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제도 있다. 바로 인재 양성과 지속적인 투자다. XR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산업 생태계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XR 공간 컴퓨팅 플랫폼 기업 ‘딥파인’ 이정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XR 산업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XR 산업 대중화, 지원체계 마련돼야”

이정민 딥파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딥파인

이정민 CTO는 “XR 산업의 성장을 위해 기업들도 시장에서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계속되면서 한국 기업이 주도권을 갖기 위해 정부 주도 실증 사업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국가별 XR 산업 동향 및 경쟁력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XR산업 경쟁력이 주요 국가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XR산업에 대한 전문가 인식조사 결과, 한국은 종합점수 75.4점으로 미국(95.6), 중국(85), 일본(78.8)과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의 격차를 5점 차이로 평가했으며 미국과는 2년, 중국과는 1년의 격차가 있는 셈이다.

미국은 선제적 투자로 XR 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디바이스부터 플랫폼까지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후발주자인 만큼, 글로벌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개최된 상반기 '갤럭시 언팩 2025'에서 관람객이 XR 기기 '프로젝트 무한'의 디자인을 관람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 CTO는 “XR 산업이 최근에 급부상한 만큼 정부의 지원 사업이나 체계가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다만 기존에는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부품, 모듈, 렌즈 등에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쪽에 지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XR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기술을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재들이 전 세계적으로 진출해 활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XR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변하는 트렌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CTO는 “기존 증강현실(AR) 콘텐츠가 사용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재미 요소였다면 현재는 가상과 현실을 연결해 산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질적인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며 “XR과 3D 기술 분야에서도 AI와의 융합이 굉장히 큰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대중화를 위해 디바이스적인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XR 기기가 업무용으로 쓰이는 것을 넘어서기 위해 착용감이나 배터리 지속 시간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디바이스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더 나은 가치 창출”

이정민 딥파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딥파인

딥파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이다. 이 CTO는 “딥파인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접근성과 기술력”이라며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고가의 라이다 장비와 전문가 없이도 제조 현장에서 디지털 트윈을 손쉽게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딥파인은 XR 공간정보 구축 솔루션 ‘DSC’와 스마트 글라스를 활용하는 원격 협업 솔루션 ‘DAO’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DSC는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기기에 부탁된 카메라, 센서를 통해 주변을 디지털 공간으로 변환하는 솔루션이다. 해당 기술을 통해 손쉽게 3D 공간을 구축, X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DAO는 AR 글라스를 활용한 실시간 원격 협업·통합 관리 솔루션이다. 제조 현장을 통합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라스를 착용한 작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현장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XR 솔루션 고도화, 물류 시장 진출 ‘속도’

한진이 스마트 물류를 위해 현장 도입을 준비 중인 드론과 스마트 글래스. 사진=이하영 기자

딥파인은 올해 의료, 콘텐츠 시장과 더불어 물류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으로 솔루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물류 분야에서는 VPS 기술과 AR 내비게이션을 결합해 물류 흐름을 최적화, 실시간 위치 기반 관리로 물류 프로세스 생산성과 정확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앞서 딥파인은 풀무원·아워홈 등 식품 제조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과 DAO 솔루션의 기술 검증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한진과 협력, 물류현장에 스마트 글래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스마트글래스 활용 XR 업무 관리 솔루션. 사진=딥파인

이 CTO는 “물류 현장에서 피킹이 전체 업무 과정 중에 5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영역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이 부분이 수작업과 작업자 숙련도에 대한 의존이 높다”며 “WMS(창고관리시스템)와 스마트 글래스가 연동돼 주문 정보를 시각화하고 그 물품을 포장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안내해준다. 해당 솔루션을 활용하면 물류 포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하고 있는 작업자의 음성 명령이나 AR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오차 등을 수정할 수 있다”며 “현장 대응력이 뛰어난 것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딥파인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이 CTO는 “딥파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XR 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고도화하는 한편,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솔루션 기업으로서 자리매김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편리성을 내세워 기술적 범용성을 높이고 XR 시장의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