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 김포에 대규모 물류센터 확보…한국 진출 서두르는 이유는?
국내 판매자, 한국 상품 시범 판매 개시 트럼프 2기 ‘소액 면세 제도’ 폐지 영향으로 풀이돼
지난달 한국 직진출을 선언한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테무’가 김포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C커머스(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중 국내에 물류센터를 마련한 건 테무가 처음이다. 막대한 자본을 필두로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는 테무의 행보에 국내 유통 기업들의 긴장감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소액 면세 제도 개편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며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테무, 한국 진출 본격화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인근의 대형 물류센터와 장기 임차 계약을 맺었다. 이 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16만5000㎡로 축구장 23개와 맞먹는 크기로 지하 1층에서 지상 10층 규모의 상·저온 복합 설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특징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인천항 등 주요 공항과 항만과 가까운 입지에 자리했다는 것이다. 물류센터 운영은 롯데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맡는다.
물류센터를 확보한 테무는 향후 ‘낮은 가격’과 ‘빠른 배송’을 필두로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본래 한국 소비자가 C커머스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배송까지 통상적으로 1~2주가 소요됐다. 그렇기에 익일·당일 배송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에게 C커머스의 느린 배송 속도는 장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김포 물류센터에 한국에서 수요가 높은 상품을 미리 보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앞으로는 익일 배송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통상 인구수와 인터넷 쇼핑 이용자를 고려했을 때 서울, 수도권을 물류의 요충지로 구분하기 때문에 지리적 강점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센터를 잘 활용한다면 익일, 당일 배송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테무의 한국 진출 움직임은 물류센터 확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오픈마켓 판매자를 모집한 테무는 최근 국내 판매자의 한국 상품 시범 판매를 개시했다. 해당 상품들은 중국 등 해외에서 배송되는 다른 상품들과 달리 ‘현지 물류센터’ 태그가 붙어 있으며 이들 중 일부 상품은 익일 배송이 가능하다고 안내되고 있다. 품목도 의류, 전자제품, 뷰티 제품, 학용품, 주방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다양하다.
한편, 테무와 함께 대표적인 C커머스 기업으로 분류되는 알리익스프레스는 물류센터 건립에 신중한 입장이다. 테무보다 먼저 한국 직진출을 선언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2억 달러를 들여 국내 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 국내에 물류 거점은 없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와 신세계 그룹의 합작법인이 올해 상반기 출범할 경우 지마켓의 물류센터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활용할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美, 소액 면세 제도 개편 ‘기폭제’ 역할
테무의 속도감 있는 한국 진출 배경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월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면세 조치를 의미하는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현재 해당 제도에 따라 개인 사용 목적으로 수입되는 800달러 이하의 제품에 한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소포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기준 연간 646억달러에 달하며 이 중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새로운 관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도 폐지를 유예했지만, 임기 내 제도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미국 의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이번 달까지 발의된 소액 면세 제도 개편 관련 법안은 모두 5건이다. 이 중 올해 발의된 2건의 법안은 대중국 소액 면세 제도를 즉각 폐지하거나 이외 국가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렇기에 이 제도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미국 진출의 우회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무협)는 “이미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소액 면세 제도가 폐지된다면 미국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중국 업체들이 한국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에 유통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 C커머스가 더욱 세를 불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협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순위는 2023년 쿠팡, 11번가, 지마켓 순이었다가 불과 2년 만인 지난 1월 기준 쿠팡, 알리, 테무로 변동됐다. 국내 한 전자상거래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국내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C커머스가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한국을 대미 수출을 위한 우회로로 삼을 경우, 한국도 미국의 수입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전윤식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 조사를 강화할 필요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라며 “한국발 제품 조사가 엄격해지면 배송 지연, 규제 준수 비용, 무역 갈등 등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전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와 플랫폼 보호를 강화하고 중국의 우회 수출과 투자로 인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미국 시장에서 중국의 대체 공급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을 검토하고 글로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온라인, 전자상거래 상점, 플랫폼 등을 활용해 전 세계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