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기위해 일했지만 학생들은 세상 이끌어 달라"…윤근 여사, 40억원 부동산 '충남대'에 기부

88세 맞아 30년간 운영한 6층 여관 건물 기부 '김밥 할머니' 이복순 여사통해 기부생각 품어

2025-03-19     윤국열 기자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평생 기구하게 살며 모아온 재산인데 고향 대학교에 기부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해 세상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충남대는 19일 부산 영도구 영선동에 거주중인 윤근(88) 여사가 40억원 상당의 건물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학 발전기금재단은 기부받은 부동산을 교육시설, 수련원 등 다각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윤근 여사 발전기금 전달식 모습. 출처=충남대

윤 여사의 고향은 충남 청양군 장평면으로 농사꾼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 2명이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만  불과 3살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자녀 셋을 둔 새 어머니와 함께하면서 어려운 형편에 초등학교 입학은 힘들었고 13살에는 아버지마저 사망하고 '남의집살이'까지 해야만 했다.

17살 때 고향에서 중석(텅스텐) 광산 인부로 일하던 남편과 결혼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자 19살에 무작정 상경해 도자기 공장, 행상 등으로 일해왔다.

이마저 여의치 않아 결국 서울생활에서 고향 청양으로 내려와 옷 행상을 시작해 상점을 냈지만 세 차례의 유산을 겪어야만 했다. 남편은 새 아내를 맞았고 다시 서울로 옮겨 사글세 흙집에 살면서 행상, 과일 노점 등을 했지만 살림은 신통치가 않았다.

1970년 서른 중반에 단돈 500원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가 가정집 가사관리, 숙박업소 허드렛일 등을 닥치는 대로 했다.

10년 만에 부산 영도 남항 인근에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2층짜리 '동남여관'(현 동남파크)을 인수했다. 여관은 날로 번창해 리모델링을 거쳐 1995년 같은 자리에 6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지었다. 88세를 맞은 올해 그녀의 현재와 역사가 담긴 동남여관을 충남대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윤 여사는 "타향살이하며 스스로 일궈 온 인생을 모두 보상받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렇게 30년 동안 숙박업을 꾸려 왔으며 현재도 여관 건물 맨 꼭대기 층에 거주하고 있다.

이어 "동남여관에는 저의 인생이 모두 담겨 있다"며 "35년 전 김밥 할머니가 충남대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품었던 일을 이제야 이루게 돼 너무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김정겸 충남대 총장도 "윤 여사님의 인생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역사 그 자체"라며 "뜻을 받들어 훌륭한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