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주 다각화 '박차'…우크라이나 재건, 건설업계 기회될까

국내 침체 건설사, 우크라·동유럽서 '잭팟' 노린다③ 24조 규모 체코원전 수주 임박…정부, 해외수주 목표 500억달러 설정 종전 기대감 속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주목

2025-04-06     박영규 기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두 건물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주 시장인 중동을 포함해 유럽과 아시아 신흥 시장으로도 진출을 확대하며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이 국내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371억달러)보다 34.8% 증가한 500억달러로 설정했다. 정부가 수주 목표치를 상향한 것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이 3~4월 중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대 수주 사업장인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플랜트 증설 공사(약 11조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또 현대건설이 8조원 규모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을 하반기 체결 예정이어서 목표치를 상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럽은 원전·인프라, 중남미는 고속·공항 철도, 동남아시아는 신도시·플랜트, 중동은 재건사업·도시개발 등을 중점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8월 투자자 승인을 받은 베트남 끼엔장 신도시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 유럽·중앙아시아 등 해외시장 다각화 박차

대우건설은 중동을 포함해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한수원·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등)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신규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사업에 대한 최종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앞서 팀코리아는 지난해 7월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1000㎿ 규모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체코 원전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가 24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시공 주간사를 맡았다.

대우건설은 중동·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우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된 1조원 규모의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비료공장 프로젝트도 올해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이라크 알포 해군기지 건설 프로젝트(1조8000억원), 리비아 인프라 재건 사업(9000억원) 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베트남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자 승인을 받았다. 끼엔장 신도시는 약 96만3000㎡ 규모의 주거, 상업, 아파트, 사회주택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3억9000만달러(5655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신도시로 조성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전체 사업 지분 중 51%를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로 2024년 수주 실적(9조9128억원)보다 높은 14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주 목표를 대폭 높인 것은 지난해 지연됐던 해외 프로젝트 계약이 올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외 어려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올해 매출 목표는 보수적으로 수립했으나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신규 수주 목표는 확대했다”며 “체코 원전, 이라크 해군·공군기지,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비료공장 등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확대를 통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전경. 사진=코즐로두이 원전

현대건설, 유럽·북미서 원전 수주 확대

현대건설은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원전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 설계계약(ESC)을 따낸 현대건설은 올해는 코즐로두이 원전 2단계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공사 규모는 8조원으로 추정된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전통 대형 원전과 차세대 SMR 모두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인 수주 토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 대형 원전에서의 핵심은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업”이라며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7, 8호기의 2단계 설계·조달·시공(EPC) 전환이 올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지난 2월에는 슬로베니아 크루슈코 원전 2호기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를 공동으로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대형원전 기술을 넘어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SMR 개발업체 홀텍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300㎿(메가와트)급 소형모듈원자로(SMR) 2기 건설 추진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난 2월 현대건설은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소에서 ‘미션 2030’ 행사를 열고 연말에 ‘펠리세이즈 SMR-300 최초호기(FOAK)’ 프로젝트를 착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체코 원전 프로젝트 등 한국 건설사들이 유럽 내 수주 저변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인 흐름”이라며 “유럽은 한 권역으로 묶여 있어 주변 시장으로의 확장성이 크고,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가보다 리스크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700조 규모 우크라이나 재건, 국내 건설업계 기회 될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이 국내 건설사들의 새로운 해외 수주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연구원이 발간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주택·기반시설·산업시설·피란민 지원 등을 포함한 재건 사업 규모는 총 4863억달러(약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재건 비용 투입이 예정인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도 인프라·플랜트·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2023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참여를 모색하기 위해 파견한 재건협력단에 참여해 일찌감치 현지 진출 타진해왔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공항 확장공사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력공사와 송변전 신설·보수공사에 관한 협약도 맺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크리비리흐시와 건축 사업과 비료·화학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삼성물산은 우크라이나 리비우시와 스마트시티 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다. 대우건설도 폴란드건설협회·현지 3위 건설기업 이알버드(ERBUD)와 재건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필수적인 건설 장비와 기반 시설 관련 기업들도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중간 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전후 복구지원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우크라이나측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항 인근에 곡물터미널을 준공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지 터미널 가동 정상화에 대비해 현지 영농기업을 접촉하며 종전에 대비한 추가 사업 기회를 보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 이후에도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도 향후 사업 기회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정부의 외교적 대응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가 선행돼야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적개발원조(ODA) 등 공사 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된다면, 큰 시장인 만큼 충분히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종전이 본격화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참여할 계획”이라며 “현재 국내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