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사재 출연"...홈플러스 단기채권 처리 방향은?

2025-03-16     김호성 기자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오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는 홈플러스 본사에서 9시에서 10시까지 MBK의 책임을 묻는 1인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입하는 소상공인들이 원활히 결제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출연규모와 금융채권에 대한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회장이 추가적인 입장을 표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포브스 선정 기준 한국 자산가 순위 1~2위를 다퉈온 김 회장의 명성에 걸맞게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재 출연을 결단한데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홈플러스 주주사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입장문에서 김 회장의 구체적인 출연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전자단기사채(ABSTB) 등 금융채권과 관련해서도 '채권자와 홈플러스간 협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취지를 밝히긴 했지만 'ABSTB가 설령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더라도 피해를 전제으로 보상하겠다' 등과 같은 명쾌하고도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홈플러스 소상공인 거래처에 지급돼야 할 금액이 파악되는대로 MBK 측이 출연 규모와 지원 방안을 다시 밝힐 가능성이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신용등급 하락 이후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달 4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난달에만 총 11차례에 걸쳐 1807억원의 단기채권을 발행(ABSTB 1517억원, 단기사채 160억원, CP 130억원)한데다, 지난달 25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이후에도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단기채권 중 2000억원 이상이 개인과 일반법인을 상대로 판매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졌고, MBK 책임론과 함께 김 회장도 그간 사재 출연 압박을 받았다. 채권자들은 최대주주가 자구 노력 없이 채무 탕감을 노리고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결단은 이 같은 불안과 반발을 가라앉히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MBK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로 인해 임직원분들과 여러 이해관계자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빠르게 졸업하고, 다시 정상 궤도로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과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MBK는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최선의 조치였다고 거듭 설명했다.

MBK는 "1만9000여명 홈플러스 임직원분들, 임차점포와 납품업체들을 포함한 6000여개의 상거래처들이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강구해야 했다"며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로 홈플러스가 부도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 방법은 회생절차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규모 지급불능을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됐다는 점을 예로 들며 "회생절차를 통해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돼야만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의 변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MBK는 "회생법원의 보호 아래 홈플러스가 정상 영업 활동을 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여러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채권 처리 방향은?

MBK는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ABSTB와 관련해선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분들과 홈플러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주주사로서, 투자운영사로서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홈플러스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격려와 성원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ABSTB 등 단기채권을 판매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거래 채권 문제를 해소하고 나면, 자동적으로 금융채권도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4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되면서 총 4019억원의 홈플러스 ABSTB의 원리금 상환이 중단됐다.

개인 투자자와 일반법인에게 팔린(개인·일반법인이 투자한) 홈플러스 단기채권 규모는 5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에게 2000억원대, 일반 법인에 판매된 규모는 3000억원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카드대금 기초 ABSTB·단기사채(STB) 등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총 5949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증권사 일선 지점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676건), 일반법인에 판매된 규모는 3327억(192건)이다. 일반법인에는 기술·전자·해운업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홈플러스는 물품 구매대금 결제를 위해 신한·롯데·현대카드의 구매전용카드를 사용했다. 이때 카드사들에 발생한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증권사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해 ABSTB를 발행해 왔다.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것이다.

납품업체들은 카드사를 통해 이미 대금을 회수했고 카드사들은 채권에 대한 권리를 ABSTB 투자자에게  넘긴 상태다. 결국 ABSTB에 대한 손실 보상 문제는 홈플러스와 투자자 간의 문제가 된 상태다. 상거래채권을 기초로 파생된 만큼 법적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홈플러스는 ABSTB 미지급금을 '기타금융유동부채', 즉 금융채무로 분류하면서 이달 5일과 10일 각각 만기가 돌아온 ABSTB 상품의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았다. 회생절차에서 일반 무담보 금융채권은 법원의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되지만, 공익채권이나 담보권부채권보다 후순위로 밀린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홈플러스 ABSTB를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인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되면 금융채권보다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ABSTB는 기본적으로 1억원 이상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손실이 적지 않다. 이 대목에서 김 회장이 앞으로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