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 해수욕장 옆 화약 냄새… 관광지 옆 군사훈련 이뤄지는 '이것' 정체는?
대천사격장, 국내 유일 지대공사격장… 주민 피해·훈련 필요성 우려 교차 인근 마을 주민들 "기준치 초과 중금속 검출"
#. 몇 달 전 가족과 충남 대천해수욕장을 찾았던 유상준(34·가명) 씨는 갑자기 나타난 군인의 통제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이곳 인근에 화포 사격이 예정돼 있어 돌아가야 한다는 부탁이었다. 유 씨는 일병 정도 돼 보이는 어린 군인이 부탁해 돌아갔다면서도 민간인이 쉽게 출입할 수 있는 곳에 공군 화포 사격장이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며 각종 군 행사·대회도 정상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대천 해수욕장 인근에서 개최되는 대공포 사격도 정상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대천지역 주민들은 사격장 화포 소음과 바다 오염 등을 이유로 사격장에 대한 불만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내 전투병과 '방공포병'…현실적인 유일 화포 실사격 평가 자리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군 전투병과는 ▲조종(전투기·수송기 운용 및 공중작전 수행) ▲항공통제(영공 감시 적기 요격관제) ▲방공포병(대공미사일·포병체계 운영)으로 운영된다. 육군, 해군에서 전투병과로 취급하는 정보과는 국무회의 등을 거쳐 오는 3월 공군 전투병과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 중 조종은 공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주로 담당해 실질적으로 병·부사관 등이 주기적인 주특기 사격을 하는 병과는 방공포가 유일하다.
대천사격장은 1961년 주한미군이 최초의 미사일 기지로 지은 이래 1977년 한국육군으로 이관됐고 1991년부터 현재까지 '사격 지원대'라는 이름으로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에서 운영 중이다.
육·해·공 각 군과 주한미군이 매년 약 100일간 20mm 발칸포, 신궁, 천궁 등의 각종 대공화기에 대한 사격훈련이 실시된다. 발칸은 상·하반기 연 2회 개최되며 신궁은 1년에 1번 사격대회를 개최한다.
사격대회 방식은 무기마다 다르나 발칸은 RC 비행기 등 연습용 비행기가 표적지를 달고 이륙하면 표적지를 맞추는 식으로 진행되며 신궁·천궁은 연습용 비행기를 격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발칸의 경우 비행단·포대·관제대 내 모든 대공방어대·대공포소대가 사격대회에 참가해 대회 규모가 가장 크고 기간도 매우 길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사격대회가 중단됐었지만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사격대회가 재개됐다는 것이 업계와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직 공군 방공포병 상사 출신인 한명훈(52·가명) 씨는 "발칸·신궁·천궁·패트리어트 특기를 막론하고 사격대회는 방공포병 특기를 가진 사람들이 진급과 관련된 평가자리이기 때문에 압박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실탄이 잼(탄이 화포 내 걸리는 현상)이 나거나 화포를 쏘다가 크게 다친 사례들이 대공포 특기에서도 내에 다수 전해져 내려와 매번 불안했던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각 비행단에서도 상태가 제일 좋은 화포가 대천으로 옮겨가고 긴급 상황을 대비해 정비반 내에서도 우수 인력으로 꼽히는 군인들이 다수 사격 현장에 투입되지만 전쟁이 아니면서도 실탄을 다루는 현장이기 때문에 군 인력들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부사관·장교 등 전문 인력이 아닌 병사들이 투입되는 점도 공군 대공포병 특기들에겐 위험 요소로 꼽힌다. 공군 대공 사격대회를 3회 참가한 손성빈(22·가명) 씨는 "입대 초반에 사격을 할 조건이 안 돼 민간인 통제를 맡았었는데 사격 구역과 민간인 구역이 얇은 펜스 하나로만 구분돼 있었다는 점에 매우 놀랐었다"며 "일반 시민들의 생활터가 가까운 곳에서 대공포가 운용되다 보니 강한 폭음과 진동으로 인해 운용병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금속에 암 걸려 죽는다"… 사격장 인근 주민들 분노 폭발
대천사격장 인근에서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은 불만이 이미 폭발한 상태라고 읍소했다. 1년 중 약 150일 미사일 사격 훈련이 이뤄지고 있는데 인근 마을 주민들은 오랜 기간 소음과 중금속에 시달려왔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부터 열린 사격장 이전 시위에서 김태갑 씨는 "현재까지 26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지금도 6명이 암에 걸려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마을 주민 손인교 씨도 "37가구 중 27가구에서 주민이 암 투병을 하다 죽었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대부분 70대 미만이고 상당수가 암 투병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2월 발표된 ‘공군사격장 주변지역 환경영향평가’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갓배마을 주민의 암 사망률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보다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가정에선 기준치 초과 수준의 중금속이 검출됐는데 카드뮴은 4.4배, 납은 3.3배 초과한 가구도 있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유철환 위원장 주재로 현장 조정회의를 개최하고 대천사격장 소음 등으로 인해 지난 65년간 고통받은 갓배마을 주민들의 고충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권익위 조치에 따라 공군본부·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는 올해 1월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대천사격장 주변 완충공간을 마련하고 주민 이주 희망 실태조사 등을 위한 연구용역을 착수하기로 했다. 또 충청남도와 보령시는 군의 연구용역에 참여해 갓배마을 주민 이주·보상을 위한 행정·재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
다만 11월은 공군 사격대회가 모두 종료된 시점으로 권익위의 지시가 정상적으로 이행됐는지는 오는 3월부터 열린 상반기 대회가 실제로 개최돼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게다가 주민들은 대천사격장 인근 주민 보상 방안에 관한 용역 결과가 나왔는데 주민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천사격장을 둘러싼 공군과 지역민의 갈등은 지난 2007년 갓배마을 주민들이 관련 위원회를 만들며 행보에 돌입한 이후 2020년 충남도와 보령시 공군이 이들과 민관군 상생협의회를 발족하는 데까지 진척됐었다.
앞서 충남연구원은 지난 2021년 ‘보령 공군대천사격장 주변지역 발전방안 연구’를 내며 237억 3500만원 규모의 4개 전략 16개 실천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대천사격장을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령시 내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한미군이 대천사격장을 마련한 1960년대와 지금은 큰 차이가 있으며 보령이 충남 서해안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로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영우 전 충남도의원은 "대천해수욕장은 연 1000만명이 오는데 이곳에서 포를 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문수환 공군사격장 이전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주민이 위한 상생협력센터를 군부대 안에 짓겠다는데 사실상 군만 이용하겠다는 거 아니냐"며 "협의회에서 주민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상생의 길을 다시 생각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 지대공사격장 대천 사격장... 공군 내에서도 우려 & 필요성 충돌
공군 방공포병 출신 내부에서도 입장은 갈리는 상황이다. 대천사격장은 국군이 보유한 유일한 지대공사격장이라 군사적 필요성이 매우 높을 뿐더러 공군에서 소수 인력인 전투병과인 방공포병 특기 특성상 전투력을 유지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공군 방공포병 특기로 전역한 상사 출신 이강일(57·가명) 씨는 "육군도 실제 전투 상황에 견주도록 KCTC 등의 훈련을 진행 중이고 해군은 복무 특성상 실상황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며 "화포를 다루는 특기인 만큼 숙련도 향상을 위해선 사격대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씨는 "화포 실사격을 진행할 때 어민들이 방해받지 않도록 배가 사격 유효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즉시 사격을 중단한다"며 "해무, 역광 등 이미 여러 방해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사격 리듬이 깨지는 현상이 좋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 씨는 "발칸 사격대회는 오래된 탄을 소모하려 한다는 오명까지 있는 정도인데 그런 탄을 실제로 사격 때 쓰면 병사들이나 분대장들도 불안한 게 현실"이라며 "상사, 준위들은 사수 뒤에 앉아서 사격 통제관을 하기 때문에 만약 포에 큰 문제가 생기면 뒤에 있는 우리도 생명에 큰 위협을 느꼈었다"고 우려했다.
발칸 사격대회에 병사로 참가했던 비행단 대공방어대 출신 문상철(27·가명) 씨는 "실탄을 다루는 현장이기 때문에 긴장을 하고 들어가도 실제 현장은 욕설과 고성이 난무한다"며 "해당 현장에서 진지 전개 화포 영점 조정 등 작전 요소도 평가를 하고 그 과정에서 탄을 바닥에 깔아두고 빨리 움직이는 만큼 탄을 밟으면 안 된다는 긴장감과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받아야 한다는 윗분들의 명령에 당시 기억은 좋지 않게 남아있다"고 답했다.
문 씨는 "사격대회 성과로 병사들은 휴가 길이가 바뀌고 사격대회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으면 반기 내내 대공방어대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면서도 "어리바리한 후임이 사격 핸들을 잡으면 '사고 내지 마라'는 반응이 또렷이 기억난다"고 설명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대천사격장을 위해 중재 노력을 해온 국민권익위와 사격장 소음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국가안보를 위해 군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아끼지 않는 공군 대천사격장 피해 협동조합 조합원님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