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국물라면 ‘맵’ 시리즈로 불닭 신드롬 이어갈까

올해 전략적 핵심 방향으로 ‘질적인 혁신’ 강조 신규 브랜드 ‘맵’, 제2의 불닭으로 키운다

2025-02-14     서예림 기자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식품이 ‘제2의 불닭볶음면 만들기’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을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불닭볶음면 출시 이전인 2011년 2900억원대에 불과하던 삼양식품의 연매출은 지난해 1조7300억원으로 6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 증가하며 농심의 영업이익(1631억원)을 제쳤다.

다만 언제까지나 불닭볶음면의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신규 브랜드 ‘맵(MEP)’의 글로벌 진출을 통해 불닭볶음면에 대한 의존도를 털어내고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심산이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주문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략적 핵심 방향을 ‘핵심역량 강화’와 ‘웰니스&헬스케어’, ‘시너지 기반의 사업다각화’ 등을 꼽았다. 

김정수 부회장은 “현재 가장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집중해 어떤 경쟁자도 따라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생산량 증대, 해외 공장 진출, 생산 현지화 실현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제품생산 역량을 지금보다 강력히 내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질적인 혁신’을 중요한 과제로 지목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도 ‘MEP(맵)’의 글로벌 시장 내 성공적 안착을 이어가고 ‘탱글’과 ‘잭앤펄스’를 통해 식물성 단백질을 비롯한 건강기능식(건기식) 시장을 공략하는 등 그룹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글로벌 브랜드 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닭볶음면 의존도를 털어내겠단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불닭볶음면은 지금의 삼양식품을 있게 해준 회사의 핵심 상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양식품의 실적과 주가는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무섭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삼양식품의 연매출은 2021년 6420억원→2022년 9090억원→2023년 1조1929억원으로 급증했고, 특히 수출액은 2021년 3886억원→2022년 6057억원→2023년 8093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에도 연매출 1조7300억원과 영업이익 3442억원을 내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삼양식품 주가는 현재 70만원을 달성했고, 시가총액은 5조를 넘기면서 식품업계 1위에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불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 삼양식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면스낵 부문은 전체 매출의 91.82%(1조1470억원)를 차지한다. 이 중 불닭볶음면이 차지하는 비중만 약 80%로 알려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만일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 인기가 식는다면 현재 매출과 영업이익에 타격이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양식품 입장에서도 미리 위험에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그렇게 선택한 핵심 전략 중 하나가 ‘맵’의 글로벌화인 것이다. 맵은 삼양식품이 지난 2023년 8월 국내에서 선보인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의 해외 브랜드다. 매운맛을 화끈함·칼칼함·깔끔함·알싸함·은은함 등 5가지로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맵을 통해 불닭볶음면 신드롬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MEP(맵), 태국 넘어 일본 시장으로 

태국에 출시한 맵 시리즈.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의 신규 브랜드 ‘맵(MEP)’은 가장 먼저 태국으로 향했다. 지난해 12월방콕의 대형 쇼핑몰인 ‘시암 스퀘어’에서 팝업을 열고 ‘맵’을 태국에서 최초 공개한 것이다. 

태국에 내놓는 맵은 현지화를 거친 글로벌 전용 제품이다. ‘그릴드 갈릭 쉬림프 라면’과 ‘블랙페퍼 치킨 라면’ 2종으로,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의 식문화를 반영했다. 삼양식품은 태국 내 1만4000여개에 달하는 세븐일레븐 점포를 시작으로 전 지역까지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에는 태국에 이어 일본 시장 점령에 나섰다. 14일까지 일본 지바(千葉)현 마쿠하리 멧세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제59회 슈퍼마켓 트레이드 쇼’에서 브랜드 부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신규 브랜드 맵을 비롯한 신제품을 소개한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일본에서 선보이는 신제품은 ‘흑후추소고기라면’과 ‘마늘조개라면’ 2종이다. 일본 라면시장은 약 7조원 규모로, 국물라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을 주력으로 선보인 삼양식품이 맵을 통해 일본 국물라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김 부회장도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김 부회장은 일본 치바현에서 열린 ‘2024 일본 도쿄 슈퍼마켓 트레이드쇼 박람회’에 참석했다. 해당 박람회를 통해 김 부회장은 일본 현지 식품업계 트렌드를 둘러보며 다양한 유통 바이어들을 만났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맵은 출시 전부터 현지 대형 유통사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커져가는 일본 내 매운 국물라면 시장에서 삼양식품의 대표 브랜드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2의 불닭을 기대하며 출시한 ‘맵’이 첫 발을 내디딘 만큼, 삼양식품이 올해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현지 입맛을 고려한 SKU(상품 종류) 다변화를 통해 실적 모멘텀 강화가 예상된다”며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과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중장기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