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K-소주’ 수출…글로벌 술판 흔든다

지난해 국내 소주 수출액 1억1445만달러 K-소주, 독자적인 주류 카테고리로 성장

2025-02-11     서예림 기자
국내 소주 수출액이 2년 연속 1억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셔터스톡

K-컬처 열풍에 이어 K-주류가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다. 특히 한국 대표 주류로 꼽히는 ‘소주’의 인기가 뜨겁다. 국내 주요 주류사들도 소주의 성장세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소주가 한국 주류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소주 수출액 2년 연속 최대치

1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소주 수출액이 2년 연속 1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1억145만달러(약 1500억원)로 전년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산 주류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7.1%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다. 

이와 함께 과일소주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과일소주가 포함된 기타 리큐어 수출액은 지난해 9625만달러(약 1401억원)로 전년보다 5.3% 증가했다. 2020년 4958만달러(약 721억원)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5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로써 소주수출과 과일소주 등 기타 리큐어를 합친 수출액은 2억75만 달러(2920억원)로 2억달러를 넘어섰다.

소주 수출의 성장세는 K-컬처의 위상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K-드라마, K-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소주가 외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서도 출연자들이 라면과 함께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해외에서 한식당이 증가하면서 삼겹살, 치킨 등 음식과 시너지 효과가 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고 그 나름대로 감성이 있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며 “다른 나라가 훨씬 역사가 긴 위스키와 달리 한국만의 색을 가지고 있는 소주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식당이 많아지고 있는 영향도 있다”며 “한국에 놀러 오지 않아도 현지에서 김치, 삼겹살, 치킨과 같은 음식과 함께 소주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정복 나선 주류업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주요 주류사들도 ‘소주 해외 수출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K-소주를 해외에서 위스키, 맥주처럼 독자적인 주류 카테고리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단연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1968년 국내 최초 소주 수출을 시작했다. 현재 소주 제품 수출국만 미국, 일본, 동남아, 중화권 등 80여개국에 이른다. ‘진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 브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하이트진로는 현재 베트남 타이빈성에 위치한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산업단지에 해외 첫 생산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베트남 공장은 축구장 11배 크기인 약 2만5000여평(8만2083㎡)의 부지 면적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로, 2026년 내 완공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공장을 ‘진로 세계 대중화’를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이달 5일 개최된 착공식에서 “베트남 공장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 확대의 교두보이자 글로벌 종합 주류 회사로 도약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전 세계에 진로의 대중화를 달성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해외 마트에 진열된 국내 소주들. 사진=셔터스톡

롯데칠성음료 역시 과일소주를 필두로 해외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롯데칠성음료 과일소주 제품은 미국, 캐나다, 호주, 필리핀 등 5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또한 2023년 12월에는 주류회사 ‘E&J 갤로’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전역 주류 전문 판매점 약 1만곳에 과일소주 ‘처음처럼 순하리’ 등 소주를 입점시키며 판매 채널을 확대한 바 있다. 

이외에도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일반 소주 ‘처음처럼’과 ‘새로’ 수출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시알 파리(SIAL Paris) 2024’에 참가해 새로와 순하리 등을 선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신세계L&B으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고, 소주 수출에 나설 채비에 돌입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밝히지 않았으나, 내수보다는 수출을 우선순위로 삼고 소주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특허청에는 ‘짠(ZZAN)’, ‘짠(JJAN)’ 등 영문명으로 된 소주, 과실주 상표를 출원했다.

국내 소주 수출액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오비맥주 등 국내 주요 주류사들의 향후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인구 감소와 헬시플레저(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것) 트렌드 영향으로 주류 수요가 점차 줄고 있는 실상”이라며 “내수 시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K-컬처 인기에 올라타 소주 수출을 늘린다면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