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입는 로봇’ 시대 성큼…“관련 기술 정보 공개해야” 비판도

의료용 외골격로봇 시장 규모 2031년 5조원 달할 전망

2025-02-10     이혜진 기자

영국 공군 장교였던 앤디 윌리엄스는 2018년 시멘트 트럭과 부딪혀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러다 지난해 말 그는 6년 만에 자신의 다리로 휠체어에서 일어났다. 같은 해 BBC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훈련 중인 그의 다리는 로봇으로 감싸져 있고 두 팔엔 목발이 없다. 그가 앞으로 움직이려 하면 허리에 장착돼 있는 컴퓨터가 다리에 장착된 로봇을 움직여 보행을 돕는다.

그의 팔·다리에 장착된 기기는 중국 로봇 기업인 푸리에가 개발한 ‘외골격로봇’이다. 곤충과 같이 몸을 지탱하는 뼈가 몸 밖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입을 수 있어서 착용형(웨어러블) 로봇으로도 불린다.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것처럼 전신을 감싼 슈트, 장갑이나 옷 모양 등 여러 형태가 있다.

과거 공상과학(SF) 영화나 실험실 수준에 머무르던 외골격로봇이 현실이 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더인사이트파트너스는 세계 의료용 외골격로봇 시장이 2023년 약 4억달러(5429억원)에서 2031년 32억달러(4조6445억원)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CES 2025 개막 이틀째인 지난달 8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 휴먼 인 모션 로보틱스 전시관에서 관계자가 자율형 외골격 웨어러블 로봇 Xo모션을 시연하며 춤을 추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사진=연합뉴스

외골격로봇 업체들, 지난달 CES서 혁신상 수상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포브스에 따르면 같은 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 화제가 된 로봇은 휴먼인모션로보틱스(HMR)의 외골격로봇이다. 한국계 캐나다인이 세운 HMR의 보행 보조 로봇은 푸리에의 로봇처럼 목발이 필요 없다.

HMR의 최대 주주인 베노티앤알 측은 “현재 출시된 외골격로봇 대부분은 전진 보행만 가능하지만 HMR의 로봇은 모든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HMR은 CES 2025에서 로보틱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국내 업체인 휴로틱스도 재활용 외골격로봇으로 CES 2025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회사의 로봇은 인공지능(AI)으로 착용자의 걸음걸이를 인식해 맞춤재활을 제공한다.

사진=연합뉴스

英 가디언 “뉴럴링크, 외부 조사 회피…의료계서 비판”

최근에는 사람의 뇌파를 읽어 로봇을 움직이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기술이 정교해져 외골격로봇의 활용폭이 더 넓어졌다. 인간이 어떤 동작을 하려고 하면 뇌에서 특정한 형태의 신호가 나온다. 이 신호를 전기로 바꿔 AI가 분석하면 생각만으로도 로봇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BMI로 대표적인 기업은 미 정보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뉴럴링크다. 다만 뉴럴링크는 윤리적인 측면에서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단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영국 유력 일간지인 가디언은 “뉴럴링크는 미 국립보건원의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에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의 세부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며 “뉴럴링크는 외부 조사를 회피해 의료 윤리학자들에게 ‘언론 보도 자료에 의한 과학 기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