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루게릭병 환자에 ‘뇌 칩’ 이식…윤리적 문제는 여전

사지마비 환자 움직이는 BCI…뇌 손상, 환자정보 해킹 가능성도

2025-02-08     이혜진 기자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말기 환자인 브래드는 집의 조명을 특수 키보드로 켠다. 눈과 입가를 제외하면 신체의 어떤 곳도 스스로 움직일 수 없지만 지역 종교 시설에 가 강연도 한다. 브래드의 뇌로 이식된 컴퓨터 칩(전극)이 기기에 생각을 전달해 몸을 움직인 것이다. 이 기술은 미국 정보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가 만든 ‘뉴럴링크’에서 개발했다.

일론 머스크 미국 정보효율부 수장이 지난달 20일 열린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시장 규모 4조…2030년 9조 규모 성장 전망

지난 5일(현지 시간) 뉴럴링크는 회사 공식 블로그에 관련 기술의 성과를 이같이 밝혔다. 이미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뒤 실시한 임상 시험 결과다. 현재 회사는 그가 대화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바로 ‘뇌-컴퓨터 연결(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을 통해서다. 뇌에서 나오는 미세한 신호를 포착해 기기에 전하는 원리다.

BCI 기술 개발은 1970년대부터 계속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뇌파 측정 센서가 작아지며 본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6일 미국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관련 시장 규모도 작년 24억달러(약 4조원)에서 2030년 65억달러(9조원)으로 매년 18.2%씩 급성장할 전망이다. 의료뿐 아니라 컴퓨터 생물학 등 여러 영역에서 이 기술이 활용되면서다.

특히 BCI 기술은 말 못하는 환자의 마음 속을 읽는 날이 가까워지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5일 노던일리노이대학은 미 국립과학재단이 이 기술에 대한 연구 보조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남창수 노던일리노이대 교수는 해당 기술을 활용해 말이나 몸짓 없이 생각만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날 뉴럴링크가 공식 블로그의 글에서 ‘텔레파시의 시대’를 선언했듯 기술의 최종 목표를 텔레파시에 둔 것이다.

루게릭병 환자인 브래드가 자녀의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구장에서 자신의 뇌에 이식된 칩으로 의사 소통을 하고 있다. 사진=뉴럴링크 홈페이지

간단한 시술로 뇌 신호 측정하는 차세대 기술도 개발

BCI 업체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뉴럴링크다. 회사의 칩엔 머리카락보다 가는 작은 전극이 1024개 연결돼 뇌의 신호를 읽을 수 있다. 최종 목적지인 텔레파시에 앞서 단기적 목표는 시각 장애인의 시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BCI 기술은 삽입형과 부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삽입형은 뇌의 표면에 직접 센서를 넣는다. 뇌 신호를 강하게 주고받을 수 있지만 외과 수술을 피할 수 없다. 부착형은 두피에 센서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돼 환자의 불편함은 덜 수 있지만 뇌내 신호를 약하게 측정한다.

최근엔 간단한 시술로 뇌에 센서를 삽입하는 혼합형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미 싱크론이 개발한 BCI는 심장에 스텐트(철망)를 넣는 수술처럼 뇌파 센서를 혈관에 넣어 대뇌 운동피질의 신호를 수신한다. 회사는 지난달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의 실시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홀로스캔’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이식형 BCI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셔터스톡

BCI도 미·중 경쟁…中, 관련 기술 개발 속도 빨라

최근 첨단 기술 육성에 집중하는 중국은 이 분야에서 미국을 빠르게 쫓고 있다. 지난 26일 중국 환구시보의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상해에 위치한 BCI 업체인 나오후테크가 얼마 전 중요한 임상시험 성과를 냈다고 보도했다. 회사는 관련 장치로 뇌 손상 환자가 정확히 의도한 움직임과 다른 중국인 환자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해석했다. 한자는 문자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 영어와 달리 문자의 조합으로 모든 의미를 표현한다. 이에 영어보다 뇌가 더 사용돼 특수한 신경 메커니즘, 방법이 필요한데 이를 해독한 것이다.

관영 중앙방송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부터 BCI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지난해만해도 신호를 읽는 알고리즘 등에서 미국보다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젠 비교적 기술 난이도가 높은 BCI 개발에 성공하고 있다.

다만 뇌에 칩을 심는 방식의 BCI는 임상시험을 둘러싸고 안전 문제와 윤리 문제가 여전하다. 장치에 든 배터리가 고장 나면 뇌의 조직을 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체 데이터를 빼돌려 해킹 범죄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오잉 푸단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BCI 기술로 인해 환자에 대한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