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속 선별 수주 확대… 대형 사업지 선택과 집중
사업성 큰 정비사업에 건설사 집중 GS건설, 봉천14구역 수의계약 절차 진행 잠실·개포 대형 사업지 수주전 주목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원자잿값 상승과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경쟁입찰보다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확정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 한남4구역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은 경쟁 없이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봉천14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의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은 앞서 두 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을 위한 시공사 선정 공고를 올리고 1월 23일 입찰을 마감했다. 그 결과 GS건설이 단독으로 응찰했으며 GS건설은 앞선 1·2차 현장설명회에 모두 참석하고 2차 입찰은 단독으로 응찰한 바 있다.
올해 초 한남4구역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서울 내 다른 정비사업장에서는 경쟁입찰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11일 롯데건설이 마수걸이 수주를 성공한 신용산역 북측1구역도 경쟁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 사업은 지하 7층~지상 38층, 3개 동 324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3522억원이다.
한남4구역보다 규모가 큰 한남5구역(1조7583억원)은 DL이앤씨가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 입찰에 단독 참여했으나 모두 유찰되면서 수의계약 조건을 갖췄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31곳 가운데 29곳이 수의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정한 곳은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과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2곳 뿐이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경쟁해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냈고, 도곡개포한신 재건축은 DL이앤씨가 두산건설과 경쟁해 시공권을 따냈다.
현행 도시·주거환경정비법상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2회 이상 경쟁 입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통상 조합은 여러 건설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유리한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경쟁입찰을 선호한다. 하지만 원자잿값 상승으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면서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재개발 조합원은 “경쟁을 원하는 조합원도 있지만,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한 현장 대부분 수의계약을 체결한 만큼 다른 건설사들이 참여해 경쟁입찰을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다수의 정비사업장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있으나 강남·송파 등 일부 대형 사업지에서는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1조5140억원)과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1조6934억원) 등이 수주전이 예상되는 사업지로 꼽힌다.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은 삼성물산과 GS건설 간 경쟁이 예상되며,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은 한남4구역에 이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다시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높은 사업지에 집중하는 가운데, 일부 주요 정비사업지로 수주 경쟁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등 공사원가 상승으로 인해 진행 중인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좋은 곳을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