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무역전쟁, 달러 초강세∙환율 변동성에 금융시장 요동

금값 2,788달러로 하락… 신흥국·무역상대국 통화도 휘청

2025-02-03     황유진 기자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이 금융시장에 거센 충격을 주고 있다.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외환시장을 뒤흔들고 있으며, 반면 금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 전략이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변동성 국면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달러에 금값 하락…안전사잔 전략에 균열

블룸버그에 따르면, 런던 금 현물 시장(London Bullion Market)에서 3일 오전 7시 4분(현지시간)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788.50달러로 전일 대비 0.4% 하락했다. 이는 지난주 1% 상승한 이후 나타난 조정으로, 블룸버그 달러 스팟 인덱스(Bloomberg Dollar Spot Index)가 0.9% 상승하며 금의 투자 매력을 낮춘 영향이 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이 달러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금은 전통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때 투자자들이 몰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강달러와 미국 금리 상승 기대감이 금값 하락을 유발했다. 강달러가 금 매수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이 없는 금의 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웡(Christopher Wong) 오버시-차이니즈 뱅킹 코퍼레이션(Oversea-Chinese Banking Corp.) 전략가는 “현재는 달러 강세와 금리 환경이 금의 헤지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며 “하지만 무역 긴장이 더욱 심화되어 보복 조치가 확대된다면 다시 금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관세 폭탄…보복관세로 무역전쟁 격화

보복관세 선언하는 저스틴 트루도 캐나다 총리.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25%, 중국 제품에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는 25% 보복관세를 선언했으며, 멕시코와 중국 역시 강력한 대응 조치를 준비 중이다. 유럽연합(EU)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도 다음 관세 대상”이라고 언급하자 즉각적인 반격을 예고하며 무역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차루 차나나(Charu Chanana) 삭소 캐피털 마켓(Saxo Capital Markets) 전략가는 “달러 강세는 단기적으로 금값에 하락 압력을 가하지만, 장기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면 달러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월가 “달러 강세 지속”…유로∙신흥국 통화 추가 약세 전망

한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등 월가 은행들은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무역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 체이스는 이미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캐나다 달러가 추가로 약세를 보이며, 미국 달러 대비 1.5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캐나다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와 엔화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멕시코 페소와 위안화는 추가 약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위안화가 달러당 7.5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도 강달러 충격…원화 급락, 기업 부담 가중

3일 하락장으로 시작하는 한국 증시와 급등하는 환율. 사진=연합뉴스.

 

원화도 무역전쟁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3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5원 급등한 1,467.2원을 기록하며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강달러 기조 속에 신흥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과 외화 부채를 보유한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환 헤지 전략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