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충격 "도대체 무슨 일 벌어지는 거야?"
가성비 좋은 AI로 글로벌 빅테크 강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AI 모델 R1의 혁신적 성능이 글로벌 테크 업계에 강한 충격을 주고 있다. 기존 AI 선두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연구를 지속해온 가운데, 딥시크가 그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오픈AI의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딥시크는 2024년 12월 딥시크-V3를 출시한 이후, 2025년 1월 20일 딥시크-R1, 딥시크-R1-제로, 딥시크-R1-디스틸 모델을 공개했다. 이어 1월 27일에는 비전 기반 모델 야누스-프로 7B를 추가했다. 딥시크에 따르면, 해당 모델들은 기존 대비 90~95%의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며, 강화 학습 기법을 적용해 뛰어난 추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딥시크 공개 후 초반의 흥분이 가라앉으며 그 세밀한 충격파에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딥시크 충격, 놀랍지만 관리할 수 있어"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애플 팀 쿡, 오픈AI 샘 올트먼, 메타플랫폼 마크 저커버그 등 글로벌 AI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업의 CEO들은 딥시크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한편 앞으로 AI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보였다.
실제로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AI 발전이 기존 컴퓨팅 기술 발전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딥시크의 등장을 두고 전례 없는 일이 아니라 평가했지만, 역시 AI 기술 발전에 따른 비용 절감과 성능 향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팀 쿡 애플 CEO도 비슷하다. 그는 딥시크 모델이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라 선을 그으면서도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이라 평가했다. 이어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긴밀한 통합을 통해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애플 인텔리전스 전략을 통해 다양한 AI 소프트웨어 파워를 하드웨어에 탑재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오히려 딥시크와 같은 AI 다크호스는 애플에게 호재라는 분석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딥시크 충격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을 금해야 한다면서도 비용 대비 놀라운 효과를 낸 성과는 인정했다. 그는 이어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민주적인 AI가 승리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오픈AI의 향후 방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한편 딥시크의 등장은 오픈AI의 전략 변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장 올트먼 오픈AI CEO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AI 모델 관련 기술 일부를 공개하고 연구 결과 발표를 늘릴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딥시크와 같은 오픈소스 생태계로의 전환까지 시사하는 중이다. 그는 실제로 “우리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었다”고 인정하며, 보다 개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AI 선두 기업들이 AI 모델 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해온 것과 달리 딥시크가 전격적으로 오픈소스 방식을 택하면서 연출된 이례적 충격파다. 오픈AI는 최근 o3 미니를 출시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딥시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벌어지는 중이다. 당장 엔비디아는 1월 30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딥시크 R-1을 엔비디아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딥시크-R1 모델이 현재 엔비디아 NIM 마이크로서비스 미리보기(preview)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NIM 마이크로서비스는 엔비디아가 구축한 GPU 등의 환경에서 AI 모델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다.
엔비디아는 "딥시크-R1 NIM 마이크로서비스는 단일 엔비디아 HGX H200 시스템에서 초당 최대 3872개 토큰을 생성할 수 있다"면서 "개발자들은 곧 다운로드 가능한 NIM 마이크로서비스로 제공될 예정인 API를 테스트하고 실험할 수 있으며, 이는 엔비디아 AI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일부로 포함될 예정"이라 말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딥시크-R1을 아마존 베드록과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AI에서 제공한다고 3일 밝혔다.
AWS는 고객들이 딥시크-R1 모델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마존 베드록에서는 API를 통해 사전 학습된 모델을 쉽게 통합할 수 있으며,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AI를 활용하면 맞춤형 학습과 배포가 가능하다. 또한, AWS 트레이니움과 AWS 인퍼런시아를 활용하면 딥시크-R1-디스틸 모델을 더욱 경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AWS는 보안성과 확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아마존 베드록 가드레일을 적용할 것을 권장하며, 이를 통해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의 입력 및 출력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유해 콘텐츠를 필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층위별 해석 필요해"
딥시크 AI 모델이 예상보다 빠른 성과를 내고 있으나 세계 각국에서는 보안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딥시크는 이용자의 인터넷 또는 기타 네트워크 활동 정보를 포함해 IP 주소, 고유 기기 식별자, 쿠키 등의 특정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가운데 여기에는 기기 모델, 운영 체제, 키 입력 패턴, IP 주소, 시스템 언어까지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확보한 데이터의 위치도 중국이다. 딥시크는 "수집한 개인 정보는 사용자가 거주하는 국가 외부에 위치한 서버에 저장될 수 있다"면서 "수집한 정보를 중국 내에 위치한 안전한 서버에 저장한다"고 말한다. 딥시크를 이용할 경우 관련 정보가 중국에 저장된다는 뜻이다. 최근 데이터 안보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분명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그 여파에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가 검증될 때까지 공무원의 딥시크 AI 사용을 삼가도록 했으며, 자민당 주요 간부들은 딥시크의 AI가 영토 문제와 관련한 답변에서 중국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며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미국 정부 역시 딥시크의 AI 모델이 보안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 하원은 내부 공지를 통해 소속 의원과 직원들에게 딥시크 제품 사용을 금지했고, 국방부 역시 보안 및 윤리적 문제를 이유로 이용을 차단했다. 유럽연합(EU)도 개인정보 보호법(GDPR)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딥시크의 데이터 처리 방식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만 정부는 더욱 강력한 조치를 내놓았다. 딥시크 AI가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이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공부문 근로자들에게 사용 금지 조처를 내렸다. 대만 디지털부는 “딥시크 AI의 데이터 전송과 정보 유출 가능성은 국가의 정보 보안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중앙 및 지방정부 부처, 국유기업, 공립학교에서도 사용을 금지했다.
한국 정부도 최근 개인정보와 관련해 딥시크에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중국에 있는 딥시크 본사에 개인정보 수집 항목과 절차는 물론 처리·보관 방법을 확인하는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딥시크 국내 이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각종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조치”라며 “회신안 등을 검토해 필요할 경우 실태점검이나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도 딥시크의 AI 모델이 데이터 유출과 관련해 잠재적인 보안 취약점을 가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보안업체 아르미스의 나디르 이즈라엘 최고기술책임자는 “수백 개의 기업, 특히 정부와 연관된 기업들이 딥시크의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직원들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딥시크는 개인정보유용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고 있으나 당분간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검열 의혹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불온사상'으로 간주할만한 내용을 노출한 후 황급히 지워버리는 장면이 연출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월 28일(현지시간) 한 이용자가 딥시크에게 "중국에서 발언의 자유(freedom of speech)가 법적인 권리로 인정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처음에는 인권 유린 문제가 나오는 신장(新疆) 재교육 캠프 등이 소개된 후 황급히 해당 내용이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딥시크가 오픈AI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유용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어디로?
딥시크가 낮은 사양의 AI 칩을 활용해 뛰어난 성능을 구현하면서 반도체 업계도 큰 충격을 받았다.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기존 통념을 깨뜨리면서,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AI 가속기 수요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나 중국 AI 시장과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추가로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강화할 경우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자립도를 높여 차세대 HBM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딥시크 AI 모델이 AI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삼성전자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시장 내 장기적인 기회 요인과 단기적인 위험 요인이 공존할 것"이라며, HBM 수요 변화와 반도체 시장 내 경쟁 구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딥시크의 등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국내 정치권에서는 반도체특별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야 모두 반도체 산업 육성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예외 조항이 다른 산업계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딥시크를 통해 중국 화웨이의 강력한 AI 인프라에 대한 집중조명도 이뤄지고 있다. 화웨이 어센드(Ascend) 910C이 대거 활용됐다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화웨이뉴스룸은 딥시크 R1에 화웨이 어센드 910C가 투입되어 큰 성과를 내는 중이라 밝혔다. 훈련(training)에는 엔비디아의 제품을 사용했지만 추론(inference) 단계에서는 화웨이의 어센드 910C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훈련의 엔비디아에 쓰인 제품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엔비디아의 저가칩인 H800으로 추정된다.
어센드 시리즈는 화웨이가 개발한 AI 가속칩이다. 2019년 7나노로 만들어진 어센드 910이 등판했으며 2023년 성능 향상 및 전력 효율을 크게 개선한 어센드 910B를 출시하며 큰 화제를 보았다. AI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MindSpore를 통해 어센드 시리즈의 기능적 향상을 끌어낸다는 설명이다.
어센드 910C는 2025년 출시 계획이지만 2024년 하반기 중국의 주요 기업들에게는 제공되기 시작했다. 바이트댄스와 바이두와 같은 중국 빅테크들은 어센드 910C를 수급받았으며 엔비디아의 H100과 비등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