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국 지역공항 리포트①] 수요 저조·자본 잠식까지…참사로 돌아온 무리한 지역공항 운영

전국 공항 15곳 중 7곳, 일 평균 운항 10회 미만 무안국제공항, 연간 영업이익률 ‘-506%’…“자본 잠식이 사고 키워”

2025-02-09     박상준 기자
2024년 12월 29일 9시3분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승객 175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년 12월 29일.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항공 참사가 발생했다. 

조사 과정에서 사고 기체 자체 결함보다 무안공항의 구조적·운영적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나아가 지난 30여년간 전국적으로 지방공항이 난립하며 부작용이 하나둘 쌓여왔고, 무안공항에서 최악의 참사 형태로 발현됐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역 입지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공항 건립과 부실 설계를 꼽는다. 지역공항들의 저조한 배후 지역 수요와 관리 미흡 실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추진 중인 신공항만 8곳 가량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30년 동안 이어진 무리한 행정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 현재, 지역 ‘표심’에 좌우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철저히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소 잃은 외양간이지만, 지금이 더 튼튼하게 고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희생자 늘린 부실 설계…전국 공항 14곳 중 7곳 ‘위험’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2216편이 대한민국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던 중 폭발했다. 착륙 직전 엔진에 문제가 발생한 데 이어 랜딩기어까지 말썽을 일으키며 어쩔 수 없이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참변이 벌어졌다. 설렘으로 가득했을 연말이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사고 당시로 돌아가 보면, 제주항공 조종사는 극한 환경에서도 동체착륙을 성공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사고 당시 영상에서도 활주로에 안착해 미끄러지는 기체를 확인할 수 있다.

참사를 키운 것으로 지목되는 건 무안공항 활주로 시설물이다.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설치 규정 위반 여부가 논란이다. 동체착륙 성공 후 미끄러진 기체가 활주로 끝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흙더미처럼 보이는 둔덕에 19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박혀있었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설계 실책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로컬라이저를 항공기 충돌을 대비해 파손이 쉬운 물질로 제작하라고 규정한다. 인천공항 역시 콘크리트 기반으로 로컬라이저를 지지하고 있지만, 해당 콘크리트 기둥은 땅속으로 매설돼 지상 충돌로 인한 사고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이런 로컬라이저 둔덕이 무안공항 설계 당시 건설 규정에는 부합했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월 9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ICAO 로컬라이저 운영 규정이 2010년에 신설됐으며, 무안공항은 그 이전인 1993년 설계를 시작해 2007년 개항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장관은 7일 언론 브리핑에서 “로컬라이저 구조물 규정 위배 여부와 관계 없이 다방면으로 최대한 안전성 확보를 검토했어야 했다”며 미흡한 점을 인정했다.

참사 현장의 로컬라이저. 사진=연합뉴스

비단 무안공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부는 로컬라이저 문제가 거론되자 1월 2일부터 8일까지 인천·김포국제공항 등 전국 13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등 항행안전시설 실태 조사에 나섰다. 7개 공항에서 ‘견고한’ 로컬라이저가 발견됐다. 특히 여수공항, 광주공항, 포항경주공항에는 무안공항 같은 콘크리트 둔덕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정부는 해당 로컬라이저를 연내 개선할 계획이다.

‘저조한 수요’에 자본잠식 빠진 지방공항들

로컬라이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수요 예측 실패에서부터 기인한 부실 지방공항 전체로 시각을 넓혀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무안공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안공항은 추진 당시 연 이용객 900만명을 상정하고 건설됐으며 항공편 운항도 연 14만회를 목표삼았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무안공항에서 고작 2699편의 항공기가 운항했다. 하루 평균 7.4편이 이착륙한 것이다. 총여객 수는 40만5869명으로, 편당 150명가량 탑승했다.

같은 시기 부산 김해공항이 하루 평균 259편, 김포공항이 353편 운항한 것을 감안하면 천지 차이다. 김해공항의 총여객은 1575만명을 기록했다. 당시 무안공항의 수요 예측이 얼마나 현실성 없었는지 잘 보여준다.

2024년 연간 전국 공항 운항 편수와 여객 집계. 사진=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 갈무리

문제는 무안공항보다 더 저조한 실적을 내는 공항이 있다는 대목이다. 양양, 사천, 포항경주, 군산, 원주공항 등은 운항 편수와 여객 모두 무안공항에 미치지 못했다. 전국 15개 공항 중 하루 평균 운항 회수가 10회를 넘지 못하는 공항은 총 7곳이다.

양양국제공항이 실패 사례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국제’공항 수식어가 무색하게 하루 평균 0.3대 운항했다. 2024년 12월 기준 양양공항 정기취항 항공사는 중국 룽에어가 유일하다. 간혹 베트남 비엣젯 항공이 다낭 노선을 부정기로 취항할 뿐이다.

항공정보포털에 명시된 한국공항공사 소속 공항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양양공항은 2023년 21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영업이익률은 –1172%다. 완전한 자본잠식 상태다. 사고가 난 무안공항도 영업손실 253억원에 영업이익률 –506%다.

다른 공항의 상황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여수공항은 –65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사천공항은 –950%, 포항경주공항 –1253%, 군산공항 –644%, 원주공항 -933%, 울산공항 –928% 등 경영난에 허덕이는 공항이 상당수다.

설상가상으로 무안공항은 이번 사고 여파로 적자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2024년 12월 사고 이후 한 달 가까이 활주로 폐쇄 상태다. 이들의 적자를 충당하는 데 국민 혈세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지역공항 수요 문제의 상당 부분이 무리한 공항 사업 추진과 유지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지역 인구 소멸로 잠재 수요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 무리하게 지역공항을 건설하고, 경영 악화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와 안전 관리 소홀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 공항을 선정해 건설하는 과정 자체가 수요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아니다”며 “지역개발이라는 대명분과 정치적 판단에 의해 지역 주민 희망 사항을 신속 반영했던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역 공항은 국제선이 취항해야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데, 국제선 공급을 늘리는 속도도 수도권 공항 대비 더디고, 그 과정에서 안전 문제 등도 생긴다”며 “이번 사고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지만, 지역 공항의 근원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시기는 맞다”고 설명했다.

2023년 무안공항 경영실적. 사진=항공정보포털시스템 갈무리

인력 충원 없는 지역공항…근무자 업무 부담 가중돼

저조한 수요는 공항 인력 부족 문제로도 이어진다.

사고 이후 무안공항 조류퇴치반의 인력 부족 문제도 거론됐다. 조류퇴치반은 활주로 인근 새들을 쫓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착륙 시 버드스트라이크 발생률을 낮추기 위함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유력한 요인 중 하나로 ‘버드스트라이크’가 꼽힌다. 이승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고조사단장은 “인양 후 엔진 내부에서 깃털 일부가 나왔다”며 “한쪽 엔진은 버드스트라이크가 확실해 보이며, 양쪽 엔진에 모두 조류 충돌이 있었는지 조사 결과를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버드스트라이크는 항공사고 요인 중에서도 특히 치명적으로 인식된다. 고속으로 운항하는 비행기 특성상, 작은 새와 부딪혀도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면 엔진 프로펠러 손상으로 이어지며 함께 공중 고장의 원인이 된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 수라갯벌 상공에서 군산공항 활주로에 접근하는 F16 전투기가 민물가마우지 대열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문제는 이런 버드스트라이크 발생률을 줄이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무안공항 조류퇴치반이 단 4명뿐이라는 점이다. 사고 당일인 일요일 무안공항 야외에 배치된 퇴치반 인력은 단 1명뿐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심지어 양양, 사천, 포항경주, 원주공항은 무안공항보다 퇴치반 인력이 더 적다.

해외 사례랑 비교해 보면 실태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스페인의 경우 부족한 인력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보완한다. 주요 공항의 95%에 조류충돌방지에 맹금류를 투입하는 것이다. 현지 언론 ‘디 올리브 프레스 스페인’에 따르면,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은 70마리의 훈련된 송골매가 활주로를 감시하며, 바르셀로나 엘 프라트 공항에서도 매 80마리를 조류 퇴치에 활용한다.

말라가 코스타 델 솔 공항에서는 30년 동안 맹금류를 투입하며 매년 가시적인 안전 개선 효과를 본 사례도 나왔다. 인력 부족 공백을 타개하려는 노력 끝에 친환경성과 안전 문제를 동시에 잡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반면 국내 공항은 맹금류 소리가 나는 드론을 도입한 인천공항을 제외하곤 대부분은 인력이 직접 투입돼 엽총, 차량, 그물총 등으로 조류를 퇴치할 뿐이다. 적절한 인력 충원이 힘들다면 인력 대체 방안이라도 제대로 강구해야 하지만 요원하다.

무안공항에서는 관제사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서 확인한 결과, 무안공항의 2024년 11월 관제탑 관제량은 3198건으로 여수공항 1245건, 울산공항 1107건 등 비슷한 규모 공항 대비 3배가량 많았다.

인력 문제는 노사 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전국공항노동조합(공항노조)는 2024년 12월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파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인력 증원과 처우 개선 등이 주 요구사항이었다. 공항노조는 “한국공항공사가 무인화를 명분 삼아 자회사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로 공항 보안 검색이나 활주로 지상 조업, 조류 퇴치 등 필수 업무를 전담한다.

광역시에서 버스로 2시간…입지는 ‘철새 도래지’

지역공항 대부분이 공항 건설에 적합하지 않거나, 배후 지역 접근성이 떨어지는 애매한 지역에 위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당초 예상 수요보다 적은 이용객이 방문하며 수익과 안전성 모두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무안공항의 경우 입지 인근 철새 도래지만 4곳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버드스트라이크 발생률이 전국 공항들 가운데 가장 높고, 최근 참사로까지 이어졌다는 평가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무안공항의 버드스트라이크 건수는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총 10회다. 전체 운항 편수 대비 0.09%로, 전국 공항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김포공항의 경우 총 75만7479건 운항 중 140회 발생하며 0.018% 발생률을 기록했다. 무안공항의 5분의 1 수준이다.

무안공항의 접근성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인근 최대 배후 지역인 광주광역시에서 대중교통으로 평균 1시간 30분~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는 무안공항 시외버스 이용객이 하루 평균 1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전경. 사진=전남도

광주광역시에는 도심지에 광주공항이 있다. 광주공항은 지난 2007년 무안공항 개항 이전까지 국제선 노선을 운영했으나, 무안공항 개항 후 국제선을 무안공항에 이관하며 국내선만 남았다. 광주공항은 그 다음해 적자전환 했다. 지역주민 공항 접근성도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악화된 접근성은 곧 취항 항공기 감소로 직결됐다. 2007년 광주공항 국제선 운항편수는 1216편이었지만, 2008년 무안공항 이관 후 1066대로 감소하더니, 이듬해 2009년엔 390대까지 떨어졌다. 2024년 들어 2306대 운항으로 성장했으나 그마저도 참사로 인해 향후 수요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른 공항도 마찬가지로 입지 문제로 고심한다. 충청권 유일 공항인 청주국제공항은 수도권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점이 수요를 억제한다. 특히 청주보다 더 확실한 배후 지역인 대전과 세종권에서의 접근이 김포공항과 비교해 크게 편리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대전광역시에서 청주공항까지 대중교통으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대전에서 김포공항까지도 2시간 17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소비자들로선 운항 편수가 더 많고 인프라도 뛰어난 김포공항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청주공항도 2023년 기준 영업손실 122억원의 적자를 봤다. 영업이익률도 –41.6%로 음수를 뚫었다.

표심으로 건설된 지역공항…뒷수습은 중앙 정부가

지역공항 건설과 운영이 포퓰리즘 소리를 듣는 이유다. 선거철 지역 표심을 겨냥해 지방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일부를 실제로 추진해 온 결과 만성 적자와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과거 지역사회 주민들이 공항 등 인프라 위주 공약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공항 건설 열풍이 불었던 게 사실”이라며 “다만 그렇게 건설한 공항이 정작 실용성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다 보니 근래에는 회의적인 여론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 하드웨어 위주 공약에서 벗어나 주민 복지나 서비스 개선 등 소프트웨어적 공약이 실질적으로 필요하다”며 “최근들어 공약 기조가 점차 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과거 공약 형태에 의존하려는 정치인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 2월 6일 공항시설 개선 사업과 함께 레이더 등 신규 장비 도입에 2025년 67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밝혔다. 2027년까지 2470억원을 쓴다. 급한 시설은 한국공항공사가 먼저 예산을 쓰고 앞으로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방위각 시설 개보수는 연내에, 활주로 이탈방지시스템(EMAS)은 검토를 거쳐 4월까지 도입 방안을 마련한다. 조류충돌 예방 인력과 조류 탐지 레이더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정치권의 선거철 표심 공락이 중앙 정부의 추가 지출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따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