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휴머노이드 인사이드②] "I Am Your Father" 빅테크의 피조물, 휴머노이드
테슬라부터 삼성까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속속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과 유사한 외형과 기능을 가진 휴머노이드 기술은 노동력 대체, 정서적 교감, 고도화된 산업 자동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I Am Your Father" 빅테크들의 피조물 휴머노이드 전성시대다.
로봇이 걷는다
테슬라는 2021년 'AI 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하며 휴머노이드 시장에 발을 들였다. 옵티머스는 인간의 작업 환경에서 간단한 조립과 운반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으며, 테슬라 공장을 중심으로 활용될 예정이지만 추후 가정용 로봇으로도 출시될 수 있다. 머스크는 이를 2025년 공장에 배치하고, 2026년에는 외부 판매까지 할 것이라 공언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옵티머스 1, 2세대가 작동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옵티머스 2세대는 1세대와 비교해 더욱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인간처럼 두 팔을 앞으로 뻗고, 무릎을 90도로 굽히며 스쿼트 동작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깨지기 쉬운 계란을 집어 올리는 세밀한 작업도 성공해 큰 관심을 받았다.
옵티머스는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며 보행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또한, 물체를 정확하게 집어 올리고 조작하는 등 손동작의 정밀도도 향상되었다. 특히, 자율적으로 충전 스테이션을 찾아가 충전하는 기능은 로봇의 독립성을 한층 높여주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존도 움직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Digit)'을 시험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짓은 두 팔과 두 다리를 갖춘 이족보행 로봇으로, 물건을 집어 옮기는 등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아마존은 디짓의 도입을 통해 직원들이 반복적이고 육체적인 작업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고, 고객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다.
디짓은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가 개발한 로봇이며 아마존은 2022년 해당 기업에 투자한 바 있다. 디짓은 인간의 작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물류센터에서의 활용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직원 안전성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도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구글 딥마인드는 인간의 행동을 학습하고 모방하는 AI 모델을 활용해 로봇의 상호작용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의 휴머노이드는 산업과 연구 분야에서 고도화된 작업을 지원하며, 미래에는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RT-1', 'RT-2' 등 로봇 구동을 위한 AI 모델을 속속 발표하는 상황에서 아폴로의 휴머노이드 전문 기업 '앱트로닉'과 전선 구축에 나선 상태다. 키 173cm, 무게 72.5kg의 아폴로는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내년 말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피규어AI의 피규어02도 화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로부터 투자를 받은 피규어AI의 피규어02는 1.6미터의 키와 60Kg의 무게를 자랑하며 전작 대비 50%의 배터리 효율을 확보했다. 최대 운반 무게는 25Kg이며 맞춤형 모터를 통해 관절의 유연성을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피규어 02는 미국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에 투입돼 현장 적용 테스트를 마쳤다.
오픈AI도 자체적인 휴머노이드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 피규어에 이어 피지컬 인텔리전스에 연속 투자,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두 팔과 두 다리를 갖춘 인간형 로봇 개발을 논의 중”이라며, 이는 오픈AI가 AI 기술을 넘어 로봇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야심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도 뛰어들었다. 최근 휴머노이드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그루트 (GROOT)'와 휴머노이드 컴퓨팅 시스템 '젯슨 토르'를 공개하는 한편 대규모 로봇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 '아이작 (Isaac)'을 개발하여 수백 대의 로봇을 동시에 운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중국의 협동 로봇 기업인 리궁은 최근 무려 40Kg의 무게를 들 수 있는 휴머노이드 리궁을 공개해 물류산업의 혁신을 일으키겠다 선언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의 보스턴다이내믹스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Atlas)'의 새로운 모델 '올 뉴 아틀라스'를 공개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년 내에 '올 뉴 아틀라스'의 개념검증 (PoC)을 진행하고, 이를 차세대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애플도 아직 구체적인 제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자사의 음성 비서 기술과 센서 기술을 결합한 휴머노이드 개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사용자의 정서적 교감과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춘 휴머노이드를 통해 스마트 디바이스 생태계를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로봇앞으로
삼성전자도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낙점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 휴머노이드 등 미래로봇 개발을 가속화 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 868억원을 투자해 14.7%의 지분을 갖고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보유 중인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35.0%로 늘려 2대 주주에서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삼성전자의 로봇 로드맵은 깊고 넓다.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하며 이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까지 신설했다. 미래로봇추진단은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향후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로봇의 원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핵심 성장 동력화 한다는 계획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 멤버이자 카이스트 명예교수인 오준호 교수는 레인보우로보틱스 퇴임 후 삼성전자 고문 겸 미래로봇추진단장을 맡는다. 오 교수는 오랜 기간 산학에서 축적한 로봇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로봇 개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글로벌 로봇 사업과 개발 리더십 강화를 위한 두 회사간 시너지협의체도 운영한다. 시너지협의체는 미래로봇 기술 개발은 물론 로봇 사업 전략 수립과 수요 발굴 등을 통해 두 회사의 성장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가 됨에 따라 미래로봇 개발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며 "결국 두 회사의 윈윈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Lab)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로봇 OS도 열린다
휴머노이드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로봇 시장 전체가 만개하며 운영체제(OS) 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휴머노이드는 정교한 작업이 필수이기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중요하다. OS 시장도 동반성장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로봇 OS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5억 8100만달러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13.2%를 기록하며 약 10억82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와 AI 기술퉁 통합해 ROS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시뮬레이션 도구를 전면에 걸었으며 ROS 프레임워크의 초기 개발사인 오픈 로보틱스도 ROS 2.0을 비롯한 오픈 소스 로봇 기술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의 산업 로봇 전문 기업인 쿠카도 동일 생태계에서 다양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중이다.
네이버도 달리는 중이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글로벌 IT전시회 LEAP 2024에 참가해 공개한 아크마인드(ARC mind powered by Whale OS)에 시선이 집중된다. 아크마인드는 네이버클라우드 웨일의 웹 플랫폼 기술, 네이버랩스의 로봇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만든 OS다.
로봇의 위치 및 움직임 제어, 판단이 필요한 자율주행 서비스 등을 웹으로 구동할 수 있는 전용API를 제공하며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인 ROS와 통신할 수 있는 전용 API도 제공한다. 나아가 도커(Docker) 환경에서 AI 서비스를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로봇 전용 기능도 지원할 예정이다. 특유의 웹 기반 기술력으로 로봇 OS 시장을 노리는 중이다.
정리하자면 네이버의 성장에는 웹 기술이 있었고, 그 성과는 웨일을 통해 만개한 바 있다. 여기서 네이버는 그 웹 기술을 로봇 OS에 적극 도입해 개방형 플랫폼으로 끌어내고 있으며 그 결실이 바로 아크마인드인 셈이다. 삼성전자와도 협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