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불황 끝날까” 정부, 석유화학 사업재편 속도…3조원 정책자금 투입

정부,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방안 발표 “업계 불황, 中 공급과잉이 핵심 원인” NCC설비 합리화·스페셜티 방향성

2024-12-24     김효경 기자
석유화학 산업단지. 사진=셔터스톡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를 위해 정부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업재편을 위해 자발적 설비폐쇄 또는 사업매각 등을 실시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석화 업계의 유동성 해소를 위해 3조원의 정책자금도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계속되는 불황…3조원 정책금융 투입

LG화학 나프타 분해시설(NCC). 사진=LG화학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급과잉 납사분해설비(NCC)의 합리화, 글로벌 시장 경쟁력 보강, 고부가화 전환 등을 방향으로 잡고 대응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석화업계 불황 배경에 중국과 중동 등,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글로벌 공급과잉이 핵심원인이라고 진단했다. 2028년까지 공급과잉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재편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설비 폐쇄,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설비 운영 효율화, 신사업 M&A 등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법제 정비,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사업재편 기업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지분 100% 매입을 위한 규제 유예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 매수자가 수익이 발생한 이후 지분 규제를 이행할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보장하는 차원이다.

신속한 사업재편 촉진을 위해 공정거래법 활용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기업결합심사 관련 사전컨설팅을 지원하고 설비운영 효율화를 위한 정보교환 사전심사를 기존 30일에서 15일로 단축해 간소화한다. 또 사업재편에 나서는 석화 업계 등에 총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융자, 보증 등의 방식으로 공급한다.

석유화학 설비 폐쇄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은 내년 상반기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다. 현재 지정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자체는 여수, 울산, 대산 등 3곳이다. 선제대응지역 해당 업종 기업들은 금융·고용 안정, 연구개발, 사업화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범용 석화 제품 생산 체계를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연구개발(R&D) 지원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2025∼2030년 R&D 투자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하고, 고부가·친환경 화학소재 기술개발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불황 타개 위한 체질개선 필요” 촉구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롯데케미칼

한편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계속되는 불황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해왔다. 친환경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스페셜티 사업을 확대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 기초화학 포트폴리오 비중을 2030년까지 60%에서 30%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LG화학은 2022년 3월 대산 SM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 3월 여수 SM공장 가동을 중단, 최근에는 여수공장의 폴리염화비닐(PVC) 생산 라인을 일부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화학은 지난 12일 특수가스 사업 부문을 계열사에 매각해 92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수혈한 바 있다.

앞서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한편,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업계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삼일PwC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생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4위 화학산업 강국이지만 자원 수입에 의지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원가 경쟁력 개선에 한계가 있고, 현재의 기술력과 생산도 범용제품에 집중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구조적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구조조정과 설비 통합 후 범용제품 경쟁력을 제고하고 스페셜티 사업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신학철 한국화학산업협회장은 이날 협회 명의 입장을 내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차질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업계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경쟁력 제고 방안이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주력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제시된 대책들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업계 관계자도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시기”라면서 “더 미뤄지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번 정부 발표는 석유화학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