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위축·수출 불안… 韓 자동차 시장, 내년 예측 '비상등' 켜졌다
트럼프 복귀·글로벌 경쟁 등 내년 한국 자동차 시장 먹구름 예상…유럽도 국가 별로 희비 엇갈려
2025년에도 자동차 업계는 경기 침체의 늪에서 쉽게 나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는 23일 내년 국내외 자동차 시장 업계 동향과 예측을 담은 '국내외 자동차 산업 현황 및 2025년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일본, 인도 등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은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내수 위축과 수출 불안정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 감소, 내수 소폭 상승… 韓 자동차 시장, '바람 앞의 촛불' 위기
한자연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내수 시장에서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예측했으나, 수출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 시장은 금리 인하와 신차 출시 효과로 일정한 활력을 기대할 수 있으나,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위축된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1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와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기아 셀토스 등 신차 출시가 내수 회복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금리 인하를 통해 대출 환경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에게 신차 구매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Markline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5개 자동차 제조사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현대차는 약 9천 대 판매 감소(-12.3%), KG모빌리티와 한국GM도 각각 -1700대(34.5%), 1200대(-39.6%)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수출 역시 미국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인도의 성장세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관세 부과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자연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수출 감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출 물량 감소는 완화될 수 있으나 수출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하며 중국·인도 시장 공략을 과제로 꼽았다.
특히 인도의 경우 현지 생산 확대가 진행 중이나 신공장 가동 시점이 2026년으로 예정돼 있어 당장의 수출 증대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영국 웃고, 독일·이탈리아 울고… 유럽 자동차 시장, 국가 별 희비 엇갈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는 국가별로 판매량 격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Dataforce에 따르면 내년 유럽 전체 차량 판매량은 약 137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영국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만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 독일의 날개 없는 추락이 눈에 띈다. 지난해 완성차 판매량이 약 314만 대에서 2024년 309만 대로 줄어든 데 이어 내년 판매량 예상도 299만 대 이하로 감소하며 성장률 -3.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3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감축하며 포드 등 자동차 기업들도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에 나설 예정이다.
페라리, 알파로메오 등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로 유명한 이탈리아도 올해 178만8000대에서 내년 177만3000대 수준으로 -0.8% 역성장이 예상됐다.
반면 프랑스와 영국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기반으로 각각 4% 이상의 판매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프랑스는 올해 -1.3% 역성장했음에도 내년 르노, 시트로엥 등 신규 전기차 출시를 토대로 약진이 예상됐다.
한국 나아가야 할 길은… “중국 시장 적극적 공략하고 기술력 높여야”
전문가들은 수출이 어렵다고 해서 중국 등 해외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집중적으로 공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정대학교 박철완 자동차학과 교수는 “독일 자동차 업계가 나름대로의 시도를 했음에도 미래형 자동차로의 전환이 더디고 테슬라, 현대·기아차 등에게 밀린 것은 사실”이라며 “EU가 차량 보조금 정책을 보수적으로 바꾸고 있는 만큼 (EU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시장 진입 없이 자동차 업계의 실적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BYD 등 해외 기업이 국내 렌터카 업체와 협력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차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자연도 내년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에 난간이 예상되고 수출에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의 대응과 민간의 제품경쟁력 확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중국의 글로벌 진출 본격화 등 자동차 수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요소들에 대해 충분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자연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 심화 대응을 위해 생산 방식의 혁신, 공급망 효율화, 신기술 연구개발 등 가격과 제품의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이 지속해서 필요하다”며 “한국 차량의 프리미엄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