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유통가 키워드 BEST5

C커머스‧다이소‧편의점 불황에 가성비가 대세

2024-12-19     이하영 기자

올해도 유통가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연초부터 소상공인을 떨게 했던 ‘C커머스(차이나+커머스)’ 침투를 시작으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백화점까지 뛰어넘은 ‘편의점’ ▲‘가성비 뷰티’ 플랫폼 대결 확산 ▲1년 만에 실적 반전한 ‘이마트’ 등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2024년을 마무리하며 앞서 말한 다섯 가지 키워드로 유통가를 돌아본다.

1. C커머스 침투 본격화

사진=알리익스프레스 공식 SNS 갈무리

지난해부터 C커머스 침투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문제는 불길이 예상보다 거셌다는 점이다. 잠깐 빛나고 끝날 촛불인줄 알았는데 횃불이었다. 올초 서울시의 위해성 조사로 주춤하던 C커머스는 반년만에 발군의 실적을 나타냈다. 알리는 ‘1000억 페스타’로 마케팅 비용을 지원해 판매자 마음을 사로잡고, 저렴한 신선식품으로 불경기에 서민채널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기준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의 개인고객 결제추정금액 총합은 2조293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누적 결제추정금액 보다 1.2% 차이에 불과하다. 와이즈앱 11월 종합몰앱 순위에 따르면 쿠팡(3220만명)에 이어 알리가 968만명으로 2위, 테무가 733만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1년만에 한국 이커머스 기업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양사 모두 터를 잡은 셈이다. 

2. 소비자, 판매자 다 울린 ‘티메프’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이 지난 8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흥한 곳이 있으면 망한 곳도 있었다. 바로 티몬과 위메프를 필두로 한 큐텐 그룹 이커머스 기업들이다. 지난 7월 위메프에서 미정산 사태가 터지고 티몬에서도 잇따라 문제가 터졌다. 큐텐 측은 정산주기 허점을 이용해 정산일로부터 약 두달(60일) 동안 플랫폼이 돈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소비자에게는 상품권으로 접근했다. 다른 플랫폼보다 해피머니상품권과 플랫폼 내에서 사용 가능한 티몬 캐시도 할인율을 높여 판매했다. 필요한 자금을 끌어 모은 것이다.

큐텐은 물류회사 큐익스프레스(현 트랙로지스)의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 교환으로 플랫폼을 흡수하고 물류를 큐익스프레스에 연계해 기업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정산금과 상품권 판매대금을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인 ‘위시’의 인수대금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이 결과 판매자 미정산대금이 1조8500억원 상당 발생했으며, 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이 물품이나 서비스 지급을 거부하며 소비자도 피해를 입게 됐다. 미정산 사태가 7~8월에 걸쳐 터지는 바람에 여행업계는 수백억원의 미정산 금액을 떠안게 됐고, 소비자 피해도 컸다는 진단이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는 내년 1월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3. 편의점 전성시대

CU는 ‘급식대가’라는 별칭으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이미영 조리사와 협업 상품을 다수 선보였다. 사진=BGF리테일

이커머스의 급증에도 증가하는 오프라인 시장이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업태별 매출 구성비’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과 편의점(GS‧CU‧세븐일레븐)의 매출 비중이 역전 됐다. 5~9월까지 매출 비중은 ▲백화점 16.6→16.1→16.6→15.7→15.5→17.0% ▲편의점 16.5→17.1→18.3→18.4→17.9% 등으로 4개월째 편의점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점의 인기는 불황이 미친 영향이 크다. 더 이상 비싼 명품을 살 돈이 없는 소비자가 백화점을 가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구매 패턴의 변화도 한몫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상품은 온라인에서 구입하고, 식재료 등 신선식품은 근거리에서 소량 구매하는 흐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식재료 등을 마트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려는 편의점업계의 노력도 있었다.

또 편의점이 유행을 선도하며 화제성을 흡수한 영향도 크다. 올해 인기를 모은 두바이 초콜릿이나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흑백요리사)’이 그렇다. 편의점 4사(GS‧CU‧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각사의 방식으로 두바이 초콜릿은 물론이고 출연진들의 레시피로 만든 간편식을 쏟아냈다. 세수 부족으로 내년도 담배 가격이 인상되면 편의점 매출 증가는 보다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4. 뷰티 플랫폼 대결 확산

다이소 뷰티템이 화제를 모으자 종근당 등 고가의 더마 코스메틱을 판매하던 대형제약사들도 가성비 맞춤형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사진=종근당

요즘 유통업계 공통분모는 ‘뷰티’다. 쿠팡은 럭셔리 뷰티앱 알럭스(R.LUX), 무신사는 1020세대 겨냥 인디브랜드로 올해 확실히 자리 잡았다. CJ올리브영을 필두로 한 오프라인 화장품 편집숍이나 백화점, 면세점, 이커머스에서 거의 대부분의 인디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와 단독 상품 ‘컬리 온리’를 즐겨하는 뷰티컬리도 급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불경기에 맞춰 급증한 것이 ‘가성비 뷰티’ 수요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용품점의 특성에 맞춰 500원, 10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사이에서 기초부터 색조 화장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소분과 저렴한 용기, 성능 조절로 아무리 비싸도 5000원을 넘지 않아 소비자가 마음 놓고 구매 가능하다. 덕분에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찾는 화장품 ‘참새 방앗간’이 됐다. 최근에는 편의점 GS25도 3000원 균일가를 들고 나와 불경기에 가성비 화장품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5. 1년 만에 실적 반전한 이마트

스타필드 마켓 죽전 북 그라운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마트는 올초 창사 이래 첫 연간적자를 기록하며 유통업계에 크나큰 불안을 안겼다. 대형마트로 쌓아온 ‘유통 1위’ 이미지가 무너진 것이다. 설상가상, 지난해 실적 발표 이후 첫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1분기부터 본업경쟁력 강화로 차근차근 숫자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2분기에는 희망퇴직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적자로 돌아섰지만, 3분기에만 영업이익 1117억원이라는 반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469억원에 달한 것을 생각하면 온도차가 크다.

실적 상승을 본업경쟁력 강화로 만들었다는 것이 더욱 고무적이다. 오프라인 3사(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법인을 합하며 통합 소싱으로 가격 단가를 낮추고, 매월 새로운 세일 상품을 선보인 덕분이다. 지난 8월 리뉴얼해 선보인 동네 사랑방 ‘스타필드 마켓 죽전’과 지난 13일 개장한 1년 내내 식료품 최저가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 등도 또 다른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이는 이커머스와 불경기에 위축되기만 했던 오프라인 유통에 미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는 평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도 이마트의 향후 3년(2024~2026년)간 영업이익이 1743억→3036억→3812억원 등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