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데”…비상계엄 날벼락에 식품업계 ‘치명타’

사라진 연말 특수에 ‘소비심리 위축’ 우려 고환율에 내년 식품 물가 인상 가능성도

2024-12-10     서예림 기자
식품업계가 소비심리 위축과 원재료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업계가 잇따른 겹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비상계엄’,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고환율에 따른 원재료값 상승도 걸림돌이다. 결국 또다시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이미 많은 먹거리 물가가 올랐다는 점에서 소비자 저항 등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 불가피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정치적 불확실성에 맞닥뜨려 크게 두 가지 고민거리가 불거진 상태다.

먼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악영향 우려다. 과거 두 번의 탄핵 국면을 겪었을 당시 소비자심리지수(CSI)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CSI는 100 이상이면 긍정적, 100 이하면 부정적으로 판단된다. 실제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2004년 1분기 95였던 CSI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2분기 89로 급락했다. 전 분기인 96보다 6.4% 떨어진 수준이다. 이후 3분기 87, 4분기 85까지 내려앉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도 내수는 얼어붙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2016년 12월에는 CSI가 94로 하락했다. 그 뒤로도 2017년 1월 9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심리지수는 같은해 3월 탄핵심판이 인용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며 서서히 상승세를 보였다.

즉 이번에도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이번 여파가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실상 올해 연말 특수는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외식업계도 비상 사태다. 비상계엄 충격으로 송년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이 잇따라 취소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필수 품목만 구매하고, 프리미엄 제품군은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재고가 늘면 물류비와 보관 비용에도 부담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원재료 가격 인상도 부담

식품업계가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환율’도 부담이다. 지난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오후 종가(1419.2원)대비 17.8원 오른 1437.0원에 마감됐다. 지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에는 1443.85까지 치솟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내외 기관들은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더욱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탄핵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1500원 환율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아다르쉬 신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실패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되며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며 “경기가 나빠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마저 불발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노무라증권도 원·달러 환율이 내년 5월 1500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대외 변수보다 국내 정치 리스크가 당분간 달러·원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주 원·달러 환율 밴드를 1410~1460원으로 전망했다.

고환율은 곧 원재료 수입 가격 인상으로, 식품업계에 있어 치명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길어지면 내년 하반기에 한 번 더 가격을 올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탄핵정국에 가격을 올리는 것 자체가 국민의 원성을 살 수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자재 재고를 통상 3~6개월 정도 비축하기 때문에 당장은 영향이 미미할지라도, 환율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될수록 가격 인상 없이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그렇다고 탄행정국 속에서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 저항이 있을 수 있어 고민인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