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규제 완화에 K라면 ‘청신호’…현지화 전략 주목
이달부터 EO·2-CE 검사성적서 제출 의무 해제 K라면 경쟁력 강화 기대…점유율 확대 채비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라면에 대한 까다로운 수입 규제를 완화하면서 국내 라면 기업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라면 소비 강국인 인도네시아 시장을 겨냥해 삼양식품과 농심, 오뚜기 등 국내 주요 라면 기업은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현지화 전략을 새로 짜는 등 공격적인 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가 단순히 시간 및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K푸드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라면 규제 해제된 인도네시아 시장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이달부터 한국산 라면에 대한 에틸렌옥사이드(EO) 및 2-클로로에탄올(2-CE) 시험·검사성적서 제출 의무를 해제했다. 인도네시아는 2021년 8월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한 한국산 라면에서 2-CE가 검출되자 해당 조치를 시행해 왔다.
EO는 주로 살균제나 화학 공정의 원료로 사용된다. 식품 처리 과정에서 EO를 살균제를 사용할 경우, 식품 내부에 미량의 2-CE가 남을 수 있다. 2-CE는 비의도적 오염이 가능한 비발암성 물질로, 간과 신장의 손상을 유빌하고 발암 가능성과 유사한 잠재적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식품 내 EO 잔류량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산 라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역할이 컸다.
지난 5월 ‘2회 아시아·태평양 식품 규제기관장 협의체(아프라스 2024)’ 기간에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청장과의 양자회의를 통해 국내 라면에 대한 안전관리 정책과 품질관리의 우수성을 설명했으며, 9월에는 한국 대표단이 직접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관리강화 조치 해제를 요청했다. 또한 10월에는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청 소속 식품안전관리 공무원을 초청해 즉석면류 제조현장을 공개하고 국내 식품안전관리 체계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라면업계 “수출 장벽 해소 환영”
이번 규제 완화로 국내 라면 업계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국내 라면 업계는 인도네시아 수출 과정에서 검사 비용과 서류 심사라는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번거로운 통관 과정에서 벗어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식약처의 적극적인 규제외교 노력 덕분에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특히 EO 관련 관리 강화 조치 해제로 수출 절차가 간소화 되고 비용과 시간이 절감되면서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의 식품 시장은 소비 성향이 높은 젊은 인구의 확대와 가구별 소득 증가로 최근 주목받는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 조사 결과, 올해 인도네시아 식품 시장 규모는 2502억달러(약 353조원)로 예상되며, 2029년까지 매년 약 6%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즉석면 시장을 보유한 핵심 국가인 만큼 한국산 라면의 입지도 넓어질 전망이다. 국제즉석면협회 집계 기준을 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즉석면 소비량은 145억개로, 전세계 소비량의 15%에 달한다. 식약처는 내년 인도네시아 즉석면류 수출액이 약 738만달러(약 103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 또한 “이번 완화는 단순히 규제 해제를 넘어 국내 라면 기업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라며 “절차 간소화로 인한 경쟁력 강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 K푸드 인기 상승 등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공략 가속화 전략
이에 따른 국내 라면 기업의 대응 방안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국내 라면 업계는 이번 규제 해제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먼저 해외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삼양식품은 내년 상반기 인도네시아에서 ▲삼양라면 ▲짜장불닭 ▲4가지 치즈불닭 ▲불닭볶음탕면 ▲짜짜로니 ▲김치라면 등 6종 라면을 수출할 예정이다. 그동안 ‘불닭볶음면’ 중심으로 제품을 수출해왔으나, 라인업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인 무이(MUI) 할랄 인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무이 할랄 인증을 받을 경우 ‘할랄 인증 제품’이라는 문구가 부착된다. 또한 전용 코너에서 판매할 수 있어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농심 또한 2019년부터 주요 제품의 무이 할랄 인증을 취득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신라면 툼바’, ‘신라면 똠양’ 등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통해 현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지난달 15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신라면 대형 모형 포토존을 세우고 취식존을 꾸리는 등 신라면 브랜드 알리기를 진행하며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경제의 핵심축이자 두 번째로 큰 즉석면류 시장을 가진 국가”라며 “농심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인도네시아 진출을 계획 중이다. 이달 초 ‘진라면’, ‘보들보들 치즈라면’ 무이 할랄 인증을 획득했으며, 내년 초 현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출 규제가 한 풀 꺾이면서 3사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3분기 국내 라면 기업의 성적은 해외 매출로 갈렸다. 내수 부진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농심(37.7%)과 오뚜기(10.3%)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하락한 반면, 삼양식품(78.1%)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즉 이번 인도네시아 규제 해제에 따른 전략 또한 3사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얼마로 책정하고, 얼마나 많은 유통 채널을 확보하며, 어떠한 마케팅을 전개할지 등의 현지화 전략이 향후 실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