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CTO가 남긴 말 "원자력 사악하지 않아…SMR 훌륭" [AWS 리인벤트 2024]
보겔스 CTO "사회적 문제 해결, 개발자의 의무"
AW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리인벤트 2024를 연 가운데 워너 보겔스 AWS 부사장 겸 CTO가 원자력 에너지에 덧대어진 부정적 이미지를 경계하는 한편 SMR(소형모듈원자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국의 정치상황 급변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이견이 나온 상황이라 특히 시선이 집중된다.
나아가 MZ세대의 직업관 변화에 따른 기업의 선한 영향력은 물론 여론을 호도하는 부정적 측면의 기술 활용에 대해 '개발자의 의무'를 어필하기도 했다.
보겔스 CTO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포르투갈 INESC의 선임연구원과 미국 코넬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분산 시스템과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2004년 AWS에 합류해 기술 전략과 엔지니어링을 총괄하고 있다. 리인벤트 기간 정확도가 높은 내년 기술 전망을 내놓으며 업계에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한다
보겔스 CTO는 5일(현지시간) 리인벤트 현장에서 기자를 만나 현재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이 격변기를 맞이하는 중이라 봤다. 그는 "에너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제 에너지 발전을 넘어 효율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해지고 있다"면서 "지역사회에서 특정 에너지를 생산해 바로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원자력 발전이 바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체르노빌 사고를 보며 '원자력 발전은 사악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그렇고 지나치게 공포감만 조성되고 있다"면서 "특히 에너지 효율이 높고 안전하게 건설할 수 있는 SMR은 미국이 40년간 연구한 결과물이라 위험요소가 낮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SMR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하며 막대한 전력 낭비에 따른 비효율 문제 및 환경오염 이슈가 집중받으며 SMR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기술적 완성도도 상당수준 올라왔다. 국소 전자빔 용접과 같은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원자력 등급 용접에 걸리는 시간을 1년에서 대략 하루로 단축하여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게 됐으며 일본 원자력기구(Japan Atomic Energy Agency)는 지진 대비에 강한 SMR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SMR에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아마존은 미 버지니아주 에너지 기업인 도미니언 에너지와 소형 원자로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추가 SMR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고 구글도 카이로스 파워가 향후 가동하는 SMR의 에너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미국 원자력발전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간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으며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 소형모듈원전 개발사 오클로에 투자 중이다.
SMR은 물론, 전반적인 재생 에너지 활용 측면도 살펴야 한다. 보겔스 CTO는 "재생 에너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라며 "환경오염 문제를 피할 수 없는 화석 에너지는 유한한 자원이지만 재생 에너지는 무한에 가깝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은 기술 개발자의 사회적 책임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지구에 사는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재생 에너지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너지 소비도 입체적으로 다뤄야 한다. 특히 미국의 데이터 센터가 전국 전력의 4%를 소비하고 향후 5년 동안 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효율성 향상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약 25%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 타진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겔스 CTO는 "데이터 센터 변전기를 쓰면 에너지의 약 30%가 사라진다"면서 "데이터 센터의 현대화도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MZ세대와 기업의 선한 영향력 주목...개발자의 '의무'
보겔스 CTO는 내년 기술 전망을 통해 최근 대학 졸업생들은 친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직업을 위해 기꺼이 급여를 낮춘다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최근 연구를 인용한 바 있다. 링크드인(LinkedIn)의 2024년 '떠오르는 일자리(Jobs on the Rise)' 목록에 환경 보건 및 안전 관리자와 지속가능성 분석가가 급부상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보겔스 CTO는 "돈을 벌면서도 의미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MZ세대의 달라진 '일자리 관'은 좋은 인재를 유치하려는 기업이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기업이 앞으로 더욱 많은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펴낸 ‘2024 한국 Gen Z & Millennial 서베이’에 따르면 한국 Z세대의 77%, 한국 밀레니얼 세대의 81%는 직업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지는 것이 직업 만족도와 본인의 웰빙에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글로벌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도 각각86%, 89%의 응답율을 보인 바 있다. 기업 고용주에 대한 기후행동에 대해서는 한국 Z세대의 59%, 한국 밀레니얼 세대 47%가 지속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글로벌 Z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도 각각 64%, 63%의 응답율을 보였다.
한편 보겔스 CTO는 기업은 물론 다양한 관계자들이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모바일 지도를 보면 대부분 상업적 용도의 정보는 가득하지만 막상 태풍이나 지진 등의 재난이 자주 발생하는 필리핀 등의 모바일 지도에는 막상 관련된 정보가 거의 없다"면서 "NGO 등이 직접 나서거나 인도의 '툭툭' 기사들이 관련 지도를 제작하고 있으나 이는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하는 일"이라며 "당연히 ICT 기술도 이 지점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분산형 회복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현재 AWS는 데이터와 의사 결정 권한을 지역 사회에 부여해 재난 대응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재난 관리 허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이기도 하다.
기술의 어두운 점도 짚었다. 특히 가짜뉴스 등 왜곡 콘텐츠의 문제가 심각하다. 전통적인 미디어와 뉴스 매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지며 약 52%의 소비자가 진정한 정보를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설문결과가 나온 가운데 보겔스 CTO는 ICT 기술의 발전으로 심해진 '어둠'을 오히려 선한 ICT 기술로 풀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개발자들은 문제를 탐지하고 해결해야 하는 기술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개발자들에게 이는 반드시 필요한 의무"라고 말했다.
AI 기술이 발전하며 글로벌 기술 양극화 문제가 벌어지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미국 기업의 경우 막대한 연구개발을 AI에 투입하는 반면 유럽 등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설상가상으로)전 세계적으로 자국중심주의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로 방어적 자세만 취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이는 모두를 위한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로컬의 트렌드를 LLM에 확실하게 담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고,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한 액션플랜도 필요하다. 보겔스 CTO는 "AWS는 아시아에만 12개의 리전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각 로컬에서 특화 AI 기술을 적극 개발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반의 흥분은 다소 가라안고 환각효과 등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생성형 AI는 여전히 중요한 기술"이라며 "파인튜닝 후 적절한 가드레일을 적용해 의미있는 데이터 분석에 나서야 하며 노르웨이에서 AI로 연어를 양식해 인류의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려는 등의 노력도 더 많이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 중독에 대해서도 이색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2009년에서 2022년 사이 10대 청소년의 일일 소셜 미디어 사용률은 50%에서 95%로 급증하는 가운데 관련 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겔스 CTO는 "성인인 나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열어보는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4살 아이에게도 아이패드를 주는 것에 익숙해지며 중독의 고속도로가 열리는 상황"이라 말했다.
내년에는 이 문제에 대한 입체적인 솔루션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블랙베리처럼 오래된 디바이스를 통해 소비자가 의도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덜 사용하게 만드는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나올 것"이라며 목적 지향적 장치가 많아지는 한편 이를 통해 의도적인 사용을 촉진, 오히려 몰입 상태 또는 '특정 영역'에 진입하도록 장려하도록 설계되는 실험이 벌어질 것이라 봤다. 디지털 연결의 차단이 아니라 기술의 핵심 가치와 정신 건강의 관계가 건전하게 재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