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매출 ‘4조 시대’ 일군 이선정 대표[CEO파일]
상품경쟁력 강화, 매출로 이어져 헬스로 차별점…지속 성장 예상
“화장품 어디서 사?”라고 물으면 열에 여섯은 “올리브영”이라고 대답한다. 주변에 이런 말이 안 나오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외부활동을 싫어하거나, 화장품 자체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뷰티채널로 옮겨갔더라도 CJ올리브영(올리브영) 이용은 이제 뷰티 ‘관문’처럼 굳어진 지 오래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명동, 홍대, 성수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주요 관광지에는 언제나 올리브영이 있다. 외국인 관광명소 명동 상권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90%에 달할 정도다. K뷰티의 우수한 제품력과 함께 입지선정, 올리브영의 우수한 머천다이저(MD, 상품기획자) 능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올리브영은 올해 매출 4조원 돌파가 유력시 된다. 이 같은 결과는 이선정 대표의 경영능력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시대를 선도하는 탁월한 MD
이선정 대표는 올리브영과 함께 성장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CJ올리브영 MD팀에 경력으로 입사해 18여년을 회사에 몸담았다. 그간 2009년 CJ올리브영 MD팀장, 2017년 CJ올리브영 MD사업본부장, 2021년 올리브영 영업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2022년 내부승진으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대표이사 승진과 동시에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최초 여성 CEO(대표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CJ그룹 대표이사는 통상 그룹 내 여러 분야를 경험한 뒤 대표이사가 되는 전형적인 흐름을 거친다. 이와 달리 이선정 대표는 타 계열사 이외에 올리브영에서만 성장해 ‘화장품 전문가’로 통한다. 이선정 대표의 승진을 이재현 회장의 2021년 ‘인재경영’ 기조와 연결 짓는 시선도 다수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미래 혁신성장을 이끌 최고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뜨거운 감자’가 된 올리브영 성과급과도 궤를 같이한다.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대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올리브영 본사 소속의 한 MD가 성과급으로 받은 9000만원 상당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당 MD의 연봉과 성과급을 합산하면 1억5000만원을 훌쩍 넘는 실수령액이 예상됐다. 내부에서 부문별 성과급 차로 반목이 일었으나, 대외적으로 “올리브영으로 이직하고 싶다”라며 직장인들의 관심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다. CJ그룹으로서는 인재영입의 텃밭을 일군 셈이다.
올리브영이 MD 처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회사의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눈 깜짝할 사이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올리브영 MD는 새로운 브랜드와 고객 취향을 발견해 발 빠르게 제시한다. 물론 꾸준히,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산업은 한번 뒤처지면 만회가 쉽지 않아서다. 속된 말로 트렌드에 ‘감이 떨어졌다’는 말이 나왔다가는 고객들이 우르르 다른 곳으로 몰려갈 것이 자명하다.
이선정 대표 역시 MD 출신으로 그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대표이사가 된 직후 무엇보다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상품 기획 전문가’로도 불리는 이선정 대표는 신진 브랜드 발굴,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강화, 체험 매장 확대, 글로벌 확장 등을 진두지휘하며 매출 다각화에 힘썼다. 그 결과 대표 취임 이전(2020년) 연간 매출액이 1조8739억원에 불과하던 올리브영을 올해 상반기만 2조2872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뷰티 공룡’으로 성장시켰다.
옴니채널‧체험매장‧글로벌 강화
앞서 언급한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강화, 글로벌 판로 확대 등은 올리브영 확장 일등공신이다. 이선정 대표는 전임 대표가 2018년 시작한 올리브영 상품 배송 서비스 ‘오늘 드림(저녁 8시까지 주문하면 매일 당일 배송)’에 날개를 달았다. 먼저 배송 자체를 ▲주문 후 3시간 내 직접 배송하는 ‘빠름 배송’ ▲낮 3~4시 사이 주문하면 문 앞 도착 하는 ‘3!4! 배송’ ▲오늘 밤 10~12시 사이 주문하면 문 앞에 가져다주는 ‘미드나잇 배송’ 등으로 세분화 했다.
2021년 5월에는 온라인몰 구매 후 매장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오늘 드림 픽업(Pick-up)’ 서비스도 론칭했다. 한화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온라인 배송 매출 비중은 ▲2018년 7.7% ▲2019년 10.6% ▲2020년 17.9% ▲2021년 24.3%로 수년간 꾸준히 상승해 왔다. 지난해에는 30%에 육박했을 정도다.
시기도 좋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부활동이 막히자 오프라인만 이용하던 고객들이 오늘 드림으로 화장품을 주문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 할인까지 더해져 매출 볼륨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고객들은 한두번 오늘 드림을 사용하다 무거운 화장품을 택배로 받아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고객 입장에서도 다른 채널 보다 상품 구색이 다양해 올리브영에서 사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체험 매장과 글로벌 확장은 연결되어 있다. 올리브영은 전국 매장만 3000개에 육박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2022년부터 점포 리뉴얼 작업에 사활을 걸었다. 체험형 매장 확대를 통해 쇼핑 경험 강화로 옴니채널 고도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외국인 고객들을 향한 글로벌 마케팅에도 맞춤했다. 평소 국내 화장품 등을 이용해보지 못한 외국인의 뷰티 경험을 체험형 매장으로 돕는다. K뷰티에 긍정적인 경험을 한 외국인은 귀국 후에도 글로벌몰을 통해 미래 고객이 될 수 있다.
이에 올리브영은 지난해부터 ‘체험특화매장’을 강화하고 나섰다. 첫번째는 지난해 11월 문을 연 명동타운점이다. 명동타운점은 국내에서 가장 큰 매장으로 고객의 90%가 외국인이다. 올리브영은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를 돕기 위해 국가별 배지를 단 직원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지난 4월부터 16개 언어로 실시간 통역이 가능한 휴대용 번역기도 전국 매장에 도입해 언어의 장벽을 허물었다.
외국인 겨냥 체험특화매장은 올해 ▲4월 홍대타운점 ▲8월 명동역점 등으로 증가 추세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명동타운 매장은 하루 평균 4000~5000명의 외국인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기간 올리브영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인천국제공항부터 서울 명동까지 하루 3회 편도 운행하는 전용 버스 ‘올영 익스프레스(OLIVE YOUNG Express)’도 시범 도입했다. 이 결과 올해 상반기 국내를 찾은 관광객 중 70%가 올리브영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22일에는 K뷰티 랜드마크로 키울 혁신매장 ‘올리브영N 성수’ 공개도 앞두고 있다.
늘어나는 경쟁자들
치열한 국내 시장은 올리브영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이커머스 쪽에서 뷰티 특화를 내세운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22년 컬리가 ‘뷰티컬리’를 론칭하며 올리브영 대항마로 떠오른 바 있다. 올해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컬리 뷰티 페스타 2024’를 개최하며 2만명 넘는 방문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소브랜드 중심으로 유통하던 쿠팡도 지난달 초 럭셔리 뷰티 R.LUX(알럭스) 서비스를 내놓고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9월 ‘무신사 뷰티 페스타’로 성수일대를 분홍 물결로 도배한 무신사도 올리브영을 위협하는 존재다.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다이소도 빼놓을 수 없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가격과 품질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올리브영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올리브영에서 3만원대로 판매하던 브이티 코스메틱의 리들샷 시리즈는 다이소에서 3000원에 판매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데 이어 올해 2차 라인으로 확장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손앤박, 투쿨포스쿨 등도 세컨드 브랜드로 다이소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GS25, CU 등 국내 굴지의 편의점도 가성비 뷰티 시장에 합류하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경쟁자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헬스’를 내세웠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를 도입한 것이다. 올리브영은 지난 3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내에 웰니스전문관 ‘헬스플러스’를 도입하고 관련 매출을 지난해 보다 10%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헬스플러스에는 ▲W케어(여성건강용품) ▲이너뷰티 ▲면역 ▲라인케어 ▲수면 등 상품군이 입점해 있다.
황성진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9월 리포트에서 “CJ 성장의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올리브영의 성장세가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라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오프라인 매출 증가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온라인 매출 비중 역시 27.5%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전 채널에서 동반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