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막는 배터리 진단…홍영진 민테크 대표 “경쟁자 더 많아져야” [ER인터뷰]

홍영진 민테크 대표 인터뷰 폐배터리→사용 중인 배터리 분석까지 화재 막는 배터리 진단 기술로 ‘각광’

2024-10-28     김효경 기자

폐배터리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적극 개발해야 하며, 해당 시장이 성장하려면 경쟁자들이 늘어나 생태계 전체가 풍성해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홍영진 민테크 대표는 23일 대전 민테크 공장에서 만났다.

홍영진 민테크 대표. 사진=민테크

“거창하지 않습니다. 단지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폐배터리도 많이 나올텐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폐배터리 활용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환경부, 한국환경연구원 등은 2030년 전국적으로 전기차 폐배터리가 한 해 10만개 이상 배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2355개에 이어 내년에는 8321개, 2029년에는 7만8981개, 2030년에는 10만7500개로 연간 배출량이 10만개 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폐배터리 사업이 전기차 시장에서의 핵심 밸류체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배터리 진단과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시장도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해 경제적 이점이 있는 한편, 탄소배출량도 줄어든다는 특징이 있다. 또 재활용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배터리는 신품 대비 30~50%의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

민테크는 사용후 배터리를 ESS 등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진단 솔루션의 선두주자다. 주요 사업 영역은 ▲배터리 진단 시스템 ▲충방전 검사장비 ▲화성 공정 시스템이다. 화성공정 배터리 셀 진단시장, 전기차(EV) 및 ESS 사용 중 배터리 진단시장, 사용 후 배터리 진단시장 등에 폭넓게 대응하고 있다.

질문으로 시작된 ‘민테크’

배터리 진단 솔루션을 설명하는 홍영진 민테크 대표. 사진=이코노믹 리뷰 김효경 기자

“전기차 배터리 다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홍영진 민테크 대표는 처음부터 배터리 진단 솔루션을 경쟁력으로 회사를 창립할 생각이 없었다. 2014년 전기차가 대중의 관심을 받을 무렵, 한 지인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지금의 민테크를 만든 인사이트가 됐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배터리 안에 전지들이 굉장히 크다. 그 안에 있는 소재들을 재활용할 수도 있는데 그 시도를 해본 사람이 그때 아무도 없었다”면서 “(2014년 당시) 7년에서 10년 뒤에 폐배터리 활용에 대한 논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민테크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의 민테크는 과거 휴대폰용 리튬 이차전지를 개발하고 양산했던 인력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2015년 회사 설립 후 홍 대표와 부인 명희경 부사장이 함께 대전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시작했다.

연구개발을 진행한지 3년이 지난 무렵, 전기차가 많아지면서 폐배터리 양도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홍 대표는 설명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주도에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센터를 건립했는데, 이때가 민테크 창업화 장비 공급의 시작이다.

3명이서 시작한 민테크는 어느덧 15명의 직원이 모인 회사로 성장했다. 홍 대표는 “직원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연구개발로 끝날 것이 아니라 사업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전에 다니던 소재회사가 어려워져서 담당 부서가 정리됐다. 그때 퇴사하면서 퇴직금 대신 장비를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 EIS, 배터리 진단 효율↑

통합 소프트웨어 배터리 검사 시스템 ‘ABT(All-in-one Battery Tester)’.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효경 기자

전기차 배터리는 용량 성능이 70% 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전기차용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폐배터리의 재사용을 결정하려면 정확한 성능검사가 필요한데, 기존에는 20시간 동안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배터리 성능을 테스트했으나 이러한 방식은 폐배터리가 많아질 수록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오래걸리고 비용도 1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민테크가 개발한 3세대 검사 방식은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으로, 전기 저항을 측정해 배터리의 상태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체성분분석기가 주파수를 통해 체지방을 측정하듯이 일정 주파수를 통해 배터리 상태를 파악한다.

민테크는 국내 EIS 배터리 진단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EIS 기반 3세대 배터리 진단 기술을 상용화한 곳이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배터리 진단 시간을 15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비용도 10만원 수준으로 기존 검사 방식 대비 효율성이 높다.

민테크가 개발한 3세대 검사 방식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진단에 최소 8시간에서 최대 3일까지 소요된 시간을 15분 이내로 줄였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김효경 기자

민테크는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 관련 특허를 취득하고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향후 세계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 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글로벌 지식재산권 확보를 추진한다는 남다른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갑작스럽게 시작한 사업인 만큼 초기 투자금을 마련하는 과정도 험난했다. 홍 대표는 “참조 모델이 없다보니 복잡한 기술적 설계를 다 해야 했다. 당시 기술개발과 투자금 말고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면서도 “처음부터 저희와 같이 하고 있는 직원이 한 10명 정도 된다. 저를 끝까지 믿고 따라와줘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자사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시장에 경쟁사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분석하고 진단하는 것이 한 가지의 검사로만 가능하지 않듯, 많은 경쟁사의 진출로 시장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무언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를 한다. 또 사람이 많아지면 바라보는 인사이트도 다르다”면서 “저희가 시작이었다면, 좀 많은 경쟁사들이 나와서 진단 기술을 가지고 사업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관련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홍 대표는 “진출 의사가 있다면 적극 도와줄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커져야 된다. 모든 조직은 경쟁자가 없거나 긴장감이 없으면 퇴화한다”며 “경쟁자들이 많이 나와서 시장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관제실에서 배터리 진단 솔루션을 설명하는 홍영진 대표. 사진=이코노믹 리뷰 김효경 기자

민테크는 국내 에너지 기업과도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그룹, 삼성SDI, SK온, LS머트리얼즈 등을 전략고객사로 확보했으며 GS에너지, 포스코, 에코프로 등과 연구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및 공공기관과도 협력하며 배터리 검사 진단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프리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GS에너지, 포스코기술투자와 에코프로파트너스도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민테크는 폐배터리 진단을 넘어 주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민테크의 ‘B-On Scope’ 솔루션은 데이터 기반의 배터리 분석 진단 기술 DA&D를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 진단해 모니터링 한다. 

홍 대표는 민테크가 배터리 진단 시장의 서플라이 체인이 되는 것이 비전이자 목표라고 언급했다. 그는 “배터리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다. 배터리, 연료전지 등 활용 분야가 많기 때문에 EIS 보급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며 이를 통해 전기차 사용자들의 안전한 이용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