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누가 제일 잘하나”···고객 모시기에 열 내는 증권가

미래에셋, 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출시 예정 NH, 연금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 편의성 증대 삼성, 퇴직연금 채권 상품 라인업 강화 키움, 내년 퇴직연금 시장 진출···IRP 공략

2024-08-11     윤주혜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오는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고객 확보 경쟁을 위한 준비 작업에 일제히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은행과 보험사의 증가율인 15.5%, 6.6%을 모두 상회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증권사의 적립금 증가율은 3.7%로, 은행(2.4%)을 뛰어넘었다.

여기에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증권사로의 자금 유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에 증권업계도 400조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위해 연초부터 퇴직연금 현물제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인프라 개발 및 운용 차별화에 힘쓰는 등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 내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노력이 돋보인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적립금이 업계 최초로 20조원을 넘어섰다. 확정급여형(DB)을 제외하고, 해당 시장(DC+IRP) 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점유율은 39.1%로 1위다. 

미래에셋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MP(미래에셋포트폴리오) 구독, 개인연금 랩 등 타 증권사와 차별화된 다양한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P는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로 퇴직연금 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다. MP구독 서비스는 구독형 서비스로,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받고 리밸런싱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퇴직연금을 직접 투자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 매번 신경 쓸 필요 없이 전문가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고자 하는 고객, 복잡한 절차 없이 간편하게 포트폴리오를 매수하기 원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다.) 올해 5월말 기준 미래에셋증권 포트폴리오 서비스 잔고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에는 AI 기술을 접목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로보어드바이저를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해 AI를 통해 투자 일임사업이 허용됨에 따른 선제적 조치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지난 2022년 미래에셋증권에서 출시한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다. 성장형, 성장추구형, 위험중립형, 안정추구형, 안정형 등 5가지 투자유형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동일 유형이라도 고객별 가입시점, 매매내역, 계좌잔고 현황에 따라 고객에게 다른 포트폴리오가 적용된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반기 중 해당 서비스를 출시하고, 이를 개인연금으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6월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이 7조원을 돌파한 NH투자증권은 편리한 모바일 플랫폼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고객관리 강화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 NH투자증권은 퇴직연금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계좌개설, 상품투자, 자산관리, 연금수령 전 단계를 서비스한다. 이와 함께 통합연금자산, 연금준비진단, 퇴직연금PICK, 연금수령체험 등 다양한 연금솔루션 서비스 등도 제공 중이다. 

이밖에 퇴직연금고객 전용 상담센터 ‘연금자산관리센터’를 통해 퇴직연금 고객을 가입단계부터 밀착 관리하고, 퇴직연금 전용 유튜브 채널(연금백세)과 카카오톡 채널(NH투자증권 퇴직연금 친구톡)을 통해 퇴직연금 콘텐츠 정기구독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 사진=윤주혜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고객들의 연금투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MTS ‘한투’앱에서 모든 금융기관의 연금자산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하는 조회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퇴직연금 DC/IRP, 개인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의 적립금 현황과 납입 한도, 투자상품 구성, 수익률 정보 등 주요 정보를 모두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금자산 포트폴리오 조정도 가능하다. 납입한도 변경과 추가입금은 물론, 만기를 맞는 중개형 ISA를 IRP로 전환하거나 타사에 보유 중인 연금자산도 이전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들어 고객들의 채권투자 수요에 맞춰 모바일을 통한  퇴직연금 채권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계 최다 120여개의 채권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밖에 서류 작성없이 간단한 정보만으로 확정기여형(DC) 계좌개설이 가능한  ‘삼성증권 3분 DC’, 국내 최초로 개인형 퇴직연금(IRP) 내 관리 수수료를 없앤 ‘다이렉트 IRP’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증대시켰다. 

KB증권은 최근 퇴직연금 원리금보장 상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국채 등 상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에 올해 2분기 퇴직연금 원리금보장 상품인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3개 부문에서 증권업계 1위를 달성했다. 

교보증권 역시 퇴직연금용 AI 알고리즘 ‘교보DTS’ 자체 개발에 나서는 등 서비스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교보DTS는 퇴직연금 제약조건을 반영한 알고리즘과 미국 상장 ETF를 기반으로 하는 알파형 알고리즘이다. 최근 교보증권은 교보DTS에 대해 코스콤 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 퇴직연금 일임 운용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거쳐 적합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시장 첫 진출을 선포한 키움증권은 내년을 목표로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꾸렸다. 현재 TF에서는 IRP 시장을 중심으로 상품에 대한 기획, 개발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현대차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등도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도입에 대비해 전산시스템을 개발에 열을 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시장을 둔 경쟁이 굉장히 뜨겁다. 일제히 해당 시장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긍정적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