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내세운 파리올림픽 ‘그린워싱’ 무대로 전락하나

100년만에 문화의 도시 파리에서 개최 올해의 키워드 ‘저탄소’…친환경 올림픽 표방 친환경 ‘과몰입’ 지적, 식단·찜통버스 잡음 글로벌 트렌드 ‘환경’, 그린워싱 우려도

2024-07-29     김효경 기자
파리올림픽 레이저쇼. 사진=연합뉴스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 열정의 불꽃을 태운 별들의 축제가 개최됐다. 1900년, 1924년 이후 파리에서 100년 만에 열리는 하계 올림픽은 스포츠와 예술을 넘어 ‘친환경’까지 포용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역대 최고 수준의 저탄소와 친환경을 목표로 탄소 발자국을 이전 대회 대비 50%이상 줄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지열 및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선수촌을 건설하고, 신규 경기장 건설 대신 기존의 시설을 활용해 온실가스 발생도 최소화했다.

‘친환경’의 나라답게 대회 기간 사용되는 전력은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올림픽 성화에 바이오 연료를 공급하고 에펠탑 보수공사에서 회수한 철로 메달을 제작하며 선수촌에 골판지 침대를 설치하는 등 ‘친환경’을 위한 전례 없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잡음도 계속된다. 일각에서는 ‘친환경’을 표방한 올림픽 무대가 ‘그린워싱’(친환경이 아니지만 친환경처럼 홍보하는 것, 위장 환경주의)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힘 써야 되는데”…선수단 식단에 고기 없다

올림픽 선수촌의 채식 메뉴를 담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파리 올림픽 대회 기간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식단에도 ‘저탄소’가 실현됐다. 대회 조직위는 선수촌에 매일 제공되는 50가지 메뉴 가운데 절반은 100% 채식으로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식물성 재료 비율을 두 배로 늘리고 현지 농산물을 활용해 음식물의 탄소 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튀김 기계를 구비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는 식단에서 빠졌다. 프랑스 원산 80% 등 100% 인증 식품을 사용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하지만 체력소모가 심한 대회인 만큼,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영국 선수단이 올림픽 선수촌 음식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식당에 인원이 몰리는 시간대엔 닭고기 한조각도 먹기 어렵다”는 한 영국 선수의 증언도 전했다. 채식을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기 때문에 고기가 든 메뉴는 일찍 동난다는 것이다.

영국올림픽협회의 앤디 앤슨 최고경영자는 “계란, 닭고기, 특정 탄수화물 등이 충분하지 않고 선수에게 생고기가 제공되는 등 음식 품질 문제도 있다”며 “선수들이 ‘선수촌 식당에는 못가겠다’며 우리가 마련한 훈련소에 따로 가서 식사한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가 파리 올림픽 대표선수에게 매일 제공하는 한식 도시락. 사진=대한체육회/연합뉴스

이러한 문제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선수촌 바깥에서 조리한 도시락을 제공받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파견된 15명의 조리사가 프랑스에서 선수단을 위한 균형 잡힌 도시락을 매일 제공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체육회는 선수촌으로 옮긴 선수들이 밥맛을 잃지 않도록 선수와 지도자들의 수요를 조사해 퐁텐블로에서 차로 1시간 반 떨어진 파리 올림픽 선수촌까지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하루 두 번씩 배송 중이다.

한식 조리팀은 식품 변질을 우려해 육류, 채소, 과일은 프랑스에서 조달하고 쌀(잡곡등) 1.5t, 김치 0.5t, 기타 양념류는 모두 한국에서 공수했다. 또 선수들의 기력을 보충해 줄 고기도 매 끼 포함됐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매끼 140인분씩 하루에 두 번 도시락을 선수촌으로 배송 중”이라며 “개막 후에는 매끼 150인분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내세운 파리올림픽…실상은 ‘죽을 맛’

2023년 세계철인3종경기연맹 테스트이벤트에서 센강에 입수하는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파리올림픽은 준비 과정부터 잡음이 계속 됐다.

파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센강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올림픽 종목 중 철인3종 수영과 오픈워터 스위밍 경기를 센강에서 치루겠다는 것이다.

앞서 파리는 수질 악화 등의 문제로 1923년 이후 센강 입수를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하수 처리 시설 현대화 등 센강 정화 사업에 2015년 이래 15억 유로(약 2조2565억원)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했다.

또 센강 수질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파리 시장 등이 센강에 뛰어들어 직접 수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27일 올림픽 개회식과 함께 장대비가 쏟아지며 센강의 수질은 더욱 나빠졌고 결국 28일 오전(현지시각) 오픈워터 스위밍 훈련이 취소됐다. 폭우가 내리면 보통 강의 수질은 더욱 나빠져 대장균과 장구균의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훈련장 향하는 김우민-황선우. 사진=연합뉴스

선수단의 ‘찜통 버스’도 문제다. ‘탄소 제로’를 표방한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셔틀버스에서조차 에어컨을 틀지 않기 때문이다. 또 보안 문제로 창문조차 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영 대표팀 김우민 선수는 현장 취재진에게 “버스가 너무 더운데 창문도 못 열게 막아놨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황선우 선수 역시 “많은 선수가 타다 보니까 사우나 같다. 밖의 기온보다 버스가 더 더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른 나라 선수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버스 온도 생각해보면 그럴 만하다. 경기하는 날 그러면 가장 큰 문제”라며 “선수촌에서 숙소 오가는 데만 왕복 3시간을 투자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 표방, 빛 좋은 개살구 될까

버스 창문에 붙어 있는 성화 모양 로고. 사진=연합뉴스

1988년 올림픽의 키워드가 ‘평화’라면 2024년은 ‘친환경’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다만 글로벌 트렌드가 환경에 집중되는 만큼 그 의도는 좋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영국 지속가능한 스포츠협회는 지난달 “파리 올림픽이 기온 34도, 습도70%에 육박한 도쿄 올림픽 보다 더 더운 대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에어컨 없는 올림픽’을 계획했지만 기록적인 무더위에 대응하기 위해 에어컨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무더운 날씨 속 선수단의 체력관리를 위해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를 이른 아침에 진행하는 등 경기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의 역설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당장 올림픽과 월드컵 등의 국제 대회는 발생시키는 탄소배출량이 상당하다. 비행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부터 음식 소비, 플라스틱, 경기장 건설을 위한 산림 벌채 등,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하이브가 제작한 '디지털 플래그'를 손에 들고 있다. 사진=하이브

올림픽의 ‘친환경’ 정책이 ‘그린워싱’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많은 기업들이 올림픽에 참가한 것 만으로 자사를 친환경 기업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핀란드 기업평가회사 업라이트 프로젝트는 “친환경 대회를 공언한 파리올림픽이 정작 스폰서십은 항공(에어프랑스)과 항만(CMA CGM), 철강(아르세로미탈) 등 탄소집약도가 높은 산업 분야의 대표 기업들과 ‘해로운’(harmful) 계약을 맺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 “친환경이라는 이상을 쫓다 현실을 바라보지 못한다”며 “올림픽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