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주의 진주' 투어 추천 여행지 8곳 : 중앙시장 냉면, 재첩국, 다방 등
다 알고는 있다. 경남 진주시에는 CNN도 인증한 ‘진주 8경’이 있다. 촉석루, 남강 의암, 뒤벼리, 새벼리, 망진산 봉수대, 비봉산의 봄, 진양호 노을, 월아산 해돋이다. 그런데 막상 가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영화 〈진주의 진주〉(7월 24일 개봉)를 보고 나면 ‘에나(참말로)’ 진주에 가고 싶어진다.
주인공은 영화 촬영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서울에서 온 영화 감독 서진주(이지현)다. 진주가 진주를 돌아다니는 이야기, 그래서 제목이 〈진주의 진주〉다.
7월 24일 개봉
드라마 | 89분 | 12세이상관람가 | 한국
감독 | 김록경
출연 | 이지현, 문선용, 임호준, 이정은, 김진모, 길도영, 오치운, 허웅
영화감독 진주(이지현)는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촬영장소인 카페가 없어지는 일을 겪는다.
다행히 선배의 소개로 찾아간 진주에서 주환(문선용)을 만나고 영화 시나리오에 딱 맞는 낭만적인 카페 ‘삼각지 다방’을 발견한다.
50년 동안 지역 예술가들이 모이는 아지트였던 '삼각지 다방'은 사람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이곳 역시 철거가 예정된 상태. 엉겁결에 진주는 예술가들과 함께 철거 반대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영화를 찍어야 하는 진주와 문화공간을 지키고 싶은 예술가들. 그리고 돈을 벌어야 하는 다방 주인과 갈등 속에서 ‘삼각지 다방’은 결국 철거일을 맞이하게 되는데..
서울 사람인 주인공의 눈을 통해 영화는 어떤 진주시를 그렸을까? 구경만 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주인공처럼 저렇게 시내 전경도 보고, 저기 끼어서 술 한잔하고, 저리 슬슬 걸어다니고 싶게 진주시를 담았다. 그래서 우디 앨런 식으로 말하면, 〈진주의 진주〉는 〈미드나잇 인 진주〉이다.
서울 사람인 ER 이코노믹리뷰 문화부 기자가 영화 〈진주의 진주〉의 장소를 중심으로 진주 투어 8경을 소개한다.
제1경 #진주역
영화 속 진주역 앞은 거의 사람이 없다. 실제로는 평일이더라도 그정도는 아니다. 하루 평균 이용객 2,451명으로 전체 239개 역 중에서 51위, 상위 20%에 든다(2023년 발표, ‘2022 철도통계연보’ 기준).
영화와 실제가 또 다른 점은 진주역사를 빠져 나오면, 진주시의 관광 캐릭터 ‘하모’가 반긴다.
그런데 영화 〈진주의 진주〉를 촬영했던 2021년에는 마침 노후화로 철거되어서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2022년 11월에 다시 설치됐다.
‘하모’는 진양호와 남강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모티브다. 조개와 진주 목걸이, 물결 무늬로 진주시를 형상화했다. 이름 ‘하모’는 동의와 긍정의 의미를 담은 ‘진주 표준어’이다. 진주역 안에서 캐릭터를 판매한다.
제2경 #망진산 봉수대
길 안내를 하는 주환(문선용)이 진주(이지현)를 처음 데려간 곳이다.
망진산 봉수대는 진주 8경 중 제5경이다. 봉화를 올리던 곳이니 당연히 최고의 전망이다. 다만 영화에도 나오듯이, 아파트 단지들이 우뚝 서 있어서 그 전경만 놓고서는 여느 도시와 유사하다.
반면, 봉수대의 맥락에서 보면 영화〈진주의 진주〉가 보내는 공간의 개발과 보존과 복원이라는 메시지에 적합하다.
봉수대는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시절까지도 사용됐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다. 그리고 KBS 수신대가 세워지면서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그러다 1996년 광복절, 진주문화사랑모임 등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복원됐다. 진주문화사랑모임에 따르면, 진주시민운동역사상 최고의 모금 액수와 최대 인원이 참여했다. 기억의 복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제3경 #진주성
진주(이지현)는 진주성을 두 번 방문한다. 첫 번째는 주환(문선용)의 안내로 공북문 방향으로, 두 번째는 시아(이정은)의 안내로 촉석문 방향으로 입장한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 및 군인 1,000원, 어린이 600원, 진주시민 무료다. 즉, 진주는 두 번 입장료를 냈고, 진주 시민인 주환과 시아는 무료로 들어갔던 셈.
◆ 공북문
주환(문선용)의 안내로 진주(이지현)가 진주성을 첫 번째 들어갔던 곳이 공북문이다. (영화에 실제로 나오지 않지만 그쪽으로 들어가야 영화의 앞뒤가 맞는다.)
공(拱)은 두 손을 맞잡아 가슴까지 올려 절한다는 뜻이고, 북(北)은 임금이 계시는 방향이다. 이름 그대로,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임금이 계시는 북쪽을 향해 절을 하고 고유하던 자리다. 현재 진주성의 실질적인 정문이고, 조선시대에도 주된 출입문이었다.
자가용으로 가면 공북문 주차장을 추천한다. 주차장이 넓고 주차 안내도 다른 관광지에 비해 친절하다.
◆ 비석군(群)
진주(이지현)이 사진을 찍는 비석 무리[群]. 1973년 문화재보호협회 진주지부가 당시 진주성과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던 비석을 진주성 안에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애국지사 비석만 있는 게 아니다. 친일 인사들 비석도 섞여 있다. 임진왜란에 두 번이나 치열한 전투를 치른 그 진주성 안에 말이다. 영화 파묘가 멀리 있지 않다. 그래서 친일 표기라도 해야 한다고 강호광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장이 2020년에 지적했다.
의도인지는 모르겠는데, 후반부에 극중 남강극단이 연습하는 연극이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 북장대
북장대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가봐야 할 곳이다. 비석군에서 30초만 올라가면 나온다.
북장대는 내성과 외성의 병사를 모두 지휘하던 곳이다. 꼭 올라가 보기를 추천한다. 진주성 저 끝까지 보인다.
전경도 괜찮다. 이마트 사거리를 중심으로 도심이 보인다. 망진산 봉수대의 전경보다는 소박하다. 그런데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오가는 게 보이기 때문에 더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 촉석문
시아(이정은)의 안내로 진주(이지현)가 진주성을 두 번째로 찾았을 때 들어간 문이 촉석문이다.
이 주변에 장어 요리 식당들이 즐비한 일명 ‘장어거리’가 있다. 장어국은 진주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주말이면 관광객이 굉장히 많다.
◆ 촉석루
영화에서 시아(이정은)와 진주(이지현)가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진주시를 보던 그 누각이다.
진주 8경 중 제1경으로, 미국 CNN이 한국 방문시 꼭 가봐야 할 곳 50선으로도 선정했다.
여기 풍경이 진짜 진주시다. 정말 좋다. 바람 좋은 날 가만 앉아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촉석루라는 이름의 설은 두 가지다. 첫째, 촉석루기에 의하면 남강에 뾰족뾰족한 돌들이 솟아 있는 까닭에 그 모습을 땄다고 한다. 둘째, 벼랑 위에 뾰죡하게 높이 솟은 모습을 땄다고 한다.
◆ 남장대
앞서 소개한 북장대처럼 남쪽에서 진두지휘하던 남장대도 있다. 그게 바로 촉석루.
그러니 촉석루는 양반들이 시나 읊으며 놀던 곳이 절대 아니다. 이곳은 평화 시에는 과거 시험장, 전쟁 시에는 지휘 본부였다.
즉, 촉석루는 평상 시에는 문무관 지망생들이 실력을 다투던 곳이고, 군사 작전 시에는 남장대로서 적들의 동선 첩보와 배수진으로서 최후 방어선 역할을 하던 곳이다.
◆ 제1차 진주성 전투
영화 〈진주의 진주〉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지만, 기왕 진주성 이야기를 했는데 뺄 수 없는 게 임진왜란 제1차, 제2차 진주성 전투다. 진주성이 여태까지 보존되는 건 그런 역사의 기억 때문이다.
북장대와 남장대, 그 두 곳이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제1차 전투와 제2차 전투를 진두지휘했던 곳이다.
거기서 내린 명령 하나하나가 임진왜란의 전체 판도를, 조선의 운명을, 미래의 역사를 바꾼 것이다. 그렇게 제1차 전투에서 3천 800명이 3만 명을 상대해 승리했다. 그 전투의 이명이 바로 진주대첩.
◆ 제2차 진주성 전투
제2차 진주성 전투은 단일 전투로는 임진왜란 최대 규모다. 그래서 이명이 진주성의 혈전.
왜군은 9만 2천 명을 동원해 진주성을 침공, 제1차 전투 패배의 보복전을 감행한다. 진주성을 관군과 의병 6천 명, 그리고 민간인 2만 4천명이 무려 8일을 방어한다. 하지만 결과는 왜군의 진주성 함락, 그리고 조선군 궤멸.
북쪽 성벽이 무너졌고, 북장대가 함락됐다. 장수들은 촉석루로 이동하며 분전했지만, 결국 남강에 뛰어들어 자결했다. 왜장들은 자축연을 열었다. 그리고 논개는 왜장을 안고 낙화했다.
◆ 비거
한편, 제2차 진주성 전투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스러운 ‘떡밥’이 있다. 정평구가 만든 ‘비거’가 진주성이 함락되기 전에 사람들을 데리고 30여 리를 ‘날아서’ 피난시켰다.
조선의 비행선이 존재했다는 떡밥이다. 전설이나 풍문이 아니다. 논개보다 더 명확하게 기록이 남아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신경준의 여암전서, 차제책 등에 기록되어 있다.
다만 비거의 실체를 알 수 없다. 이 비거는 많은 이들이 영화화를 기획했다.
◆ 논개와 의암
논개가 낙화한 의암은 진주 8경 중 제2경이다. 의암은 촉석루 아래 ‘비밀 문’(첩보를 위해 활용했다는 설이 있다)으로 내려가면 나온다.
영화 〈진주의 진주〉에서 직접 보여주진 않는다. 설명으로만 나온다. 그런데 충분하다.
화가 시아(이정은)는 어릴 때 논개 이야기를 처음 듣고 논개가 가여웠다. 그래서 날개를 달아서 그렸다. 그러면서 “지키려고 할 때 꼭 희생이 필요한 건 아닌데.”라고 말한다.
한편, 논개의 이야기가 진짜니 가짜니 진주에 가서 떠드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논개는 진주시를 대표하는 공식 캐릭터이다. 앞서 소개한 관광 캐릭터 하모와는 격이 다르다. 논개의 사당인 의기사가 바로 옆에 있다.
제4경 #진주골든튤립호텔 남강
진주성과 호텔을 함께 묶는 건 당연히 격이 안 맞는다. 하지만 영화에서 진주(이지현)가 방에 들어가더니 너무 좋다며 몇 번을 진심으로 말한다.
그렇다, 엔드크레딧을 보면 PPL이다.
실제로도 괜찮은 숙박시설이다. 야경도 좋고, 진주성과도 가깝다.
제5경 #개천예술제
영화에 직접 나오진 않는다. 진주(이지현)과 예술가 일행이 진주문화재단에 삼각지 다방을 지켜달라고 항의하러 찾아 갔을 때, 사무실에 ‘개천예술제’ 포스터가 걸려 있다.
‘개천예술제’는 10월에 ‘진주남강유등축제’와 함께 열린다. (2021년 7~8월에 촬영했는데 왜 2019년 포스터가 걸려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두 행사는 엄연히 다른 행사이다. 진주시민들은 확실히 구별할 정도로 자부심이 있는 행사다.
진주시민이 자부할 만한 게 ‘개천예술제’는 올해 제73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최고의 예술제이다. 2024년 올해는 10월 10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비교하자면, ‘진주남강유등축제’가 관광객 행사이고 ‘개천예술제’는 진주시민 행사이다. 물론 구별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진주남강유등축제’도 그냥 관광객 유치하자고 하는 어느 어느 행사와 달리 진주성 전투라는 확실한 서사가 있다.)
어쩌면 김록경 감독은 ‘개천예술제’가 열리는 10월의 진주를 영화에 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예술가들의 활약이 더 구체적으로 나왔을 수도 있다.
다만 그때는 촬영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땐 사람이 정말 많다. 고속버스를 타고 진주시에 들어가도 진주 IC 진입만 1시간 이상 걸린다. 진주성 촬영은 아예 불가능하다.
제6경 #오죽광장
진주문화재단에서 진상을 부린 후 준용(임호준), 도경(김진모), 정필(길도영), 진주(이지현)이 노래하며 시위하던 곳이다.
여기도 관광지가 아니다. 진짜 그냥 평범한 시내다. 그런데 그 동네 주민들이 추천하는 포인트가 여럿 있다.
카메라에 슬쩍 잡히는 ‘유턴커피’ 매우 추천(영화에서는 금방 지나가기 때문에 동네 사람 눈에만 보인다).
또 사우나 ‘국제인스포’는 널찍하고 깨끗해서 ‘달목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카메라에는 안 잡히는데 그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길가에 ‘국제콩나물해장국’의 콩나물해장국과 ‘본가해장국’의 시락국도 추천.
제7경 #중앙시장 진주수냉면
준용(임호준), 도경(김진모), 정필(길도영)이 오죽광장에서 시위를 마치고 와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냉면집이 나온다 .‘진주수냉면’이다. 실제로도 그렇게 번호표 뽑고 기다려야 한다.
사실 동선이 조금 이상하긴 하다. 오죽광장에서 더 가까운 건 ‘하연옥’이긴 하다. 극단에 돌아와서 먹었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긴 하다.
제8경 #재첩국
진주(이지현)와 시아(이정은)가 어느 식당에서 재첩국을 먹는다. 민물조개 재첩을 넣고 끓인 맑은 국이다. 시아의 말대로 해장에 좋다.
그런데 영화 속 식당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엔드크레딧을 정말 열심히 봤는데도 모르겠다. 누가 알려달라. 가보고 싶다.
제0경 #삼각지 다방
영화를 보면 무조건 가보고 싶어지는 곳은 삼각지 다방이다.
삼각지 다방은 진주(이지현)가 촬영하고 싶었던 장소이자 지역 예술가들의 50년된 아지트이다. 그런데 여기가 철거가 될 예정이다.
영화를 다 보면 관객든 예술가들과 함께, 진주와 함께 삼각지 다방 철거를 반대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0경이다. 그러면 영화에서 진짜로 철거가 될까? 그건 봐야 알 듯.
한편, 현실의 ‘삼각지 다방’은 24시간 연중무휴 영업 중이다. 진주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