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진주의 진주〉에 관해 몰라도 되는 36가지 사실(1) 이상한 진주의 진주
7월 24일(수) 개봉하는 〈진주의 진주〉에 관해 몰라도 되는 36가지 사실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전반부 부제는 ‘이상한 진주의 진주’.
7월 24일 개봉
드라마 | 89분 | 12세이상관람가 | 한국
감독 | 김록경
출연 | 이지현, 문선용, 임호준, 이정은, 김진모, 길도영, 오치운, 허웅
영화감독 진주(이지현)는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촬영장소인 카페가 없어지는 일을 겪는다.
다행히 선배의 소개로 찾아간 진주에서 주환(문선용)을 만나고 영화 시나리오에 딱 맞는 낭만적인 카페 ‘삼각지 다방’을 발견한다.
50년 동안 지역 예술가들이 모이는 아지트였던 '삼각지 다방'은 사람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이곳 역시 철거가 예정된 상태. 엉겁결에 진주는 예술가들과 함께 철거 반대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영화를 찍어야 하는 진주와 문화공간을 지키고 싶은 예술가들. 그리고 돈을 벌어야 하는 다방 주인과 갈등 속에서 ‘삼각지 다방’은 결국 철거일을 맞이하게 되는데..
#01 퀴즈: ‘삼각지 다방’은 철거됐을까? (정답 맨 아래)
#02 이상한 진주의 진주: 전반부는 영화감독인 주인공 진주(이지현)가 진주시의 ‘삼각지 다방’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진주는 ‘삼각지 다방’에 갈 수가 없다. 길 안내를 하던 주환(문선용)이 길을 헤맨다. 그래서 진주는 엘리스, 진주시는 이상한 나라(Wonderland)가 된다.
#03 Jinju’s Pearl(1): 영문 제목을 Jinju’s Pearl라고 지은 김록경 감독은 그 의미를 “진주(Jinju)의 보석(Pearl)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진주는 우리가 될 수 있고 보석은 공간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04 Jinju’s Pearl(2): 공간이 보석? 에나? 김록경 감독이 제목을 지었지만, 그래도 그 해석은 틀렸다. 그 반대다. 보석은 주인공 진주, 곧 사람이다.
진주시의 한자 이름은 晉州이다. 주인공 이름인 진주는 소설가 아빠가 眞珠 곧 Pearl이라고 지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진주시라는 공간은 Jinju일 수는 있어도 Pearl일 수 없고, 주인공 진주의 이름은 Pearl일 수 있다. 따라서 공간의 보석이 사람이다.
#05 낭만 카페(1): 진주가 촬영 장소로 찜해놓은 ‘낭만 카페’는 초반에 철거된다. 그렇다고 ‘낭만 카페’ 사장에게 그 공간이 특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재건축해서라도 유지해야 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낭만 카페’ 라는 간판 혹은 업종이 중요하지 않을 뿐이다.
#06 낭만 카페(2): 극 중에선 진주에게 왜 특별할까? 기억 때문이다. 소설가 아빠는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던 공간에 어린 딸 진주를 데리고 다녔다. 다 큰 딸 진주는 그런 아빠의 공간을 기억하고 이야기로 기록하고 싶었다.
만약 진주가 기억하지 못했다면 그저 한 달에도 몇 군데씩 사라지는 흔한 카페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다시 말하지만, 주인공 진주가 Pearl이다. 감독님, 이게 맞잖아요?
#07 낭만 카페(3): 진주가 기억하는 낭만 카페는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표현된다. 류진호 감독의 작품이다. 즉 관객에게 전해지는 낭만 카페는 이야기-공간-기억이다. 이 요소로 만들어지는 상품이 바로 영화다.
#08 경로: 진주역에 내린 진주를 주환(문선용)이 마중 나와 길 안내를 시작한다. 경로는 다음과 같다.
진주역 → 망진산 봉수대 → 진주성 → 평거동 카페 거리 → 중앙시장 → 중앙시장의 남강식당 → 중앙시장의 슈발 양화점
#09 진주역(1): 진주역은 주인공 진주의 시작점인 동시에 영화 〈진주의 진주〉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김록경 감독은 “옛날 진주역이 아닌 새롭게 지어진 진주역을 처음 봤다. 한옥 건물의 웅장한 진주역을 지나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던 길에 공간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10 진주역(2): 다만 “한옥 건물의 웅장한 진주역”은 진주역만의 특색이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극 중 대사를 빌리면 “진주든 전주든” 기차역이 똑같이 생겼다.
그런 점에서 진주역은 김록경 감독의 “레트로라는 명목으로 오래된 것을 다시 만들어 나가는 아이러니”라는 영화 기획의도를 적확하게 상징한다.
#11 망진산 봉수대: 여기서 주환은 진주에게 진주 전경을 보여준다. 이 장면부터 주환의 길 안내는 조금 이상하다. 외지 사람에게 진주 전경을 보여주려면 당연히 진주성으로 간다. 그건 그냥 규칙이다. 마치 서울에 누가 놀러 오면 일단 63빌딩 데려갔듯(지금은 롯데월드타워지만), 진주의 63빌딩이 진주성이다.
#12 진주의 진주성 1차 방문: 주환은 진주를 공북문 매표소로 안내해서 들어갔을 것이다. 비석이 모여 있는 비석군(碑石群), 열일문 등이 그쪽이다. 그쪽 주차장이 넓다.
#13-1 진주성의 보수 공사: 기와 공사를 하는 장면은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당시에 보수 공사를 하던 장면을 찍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와를 바꿨을 테니, 지금은 원래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범위를 더 넓혀 보면, 진주성 전체가 언젠가는 하나도 원래의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공간을 진주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13-2 ‘삼각지 다방’ 그대로: ‘삼각지 다방’을 지키려는 극단 남강 연출가 ‘준용’(임호준)은 진주를 극단 극장에 데려온다. 거기서 ‘삼각지 다방’과 똑같은 차와 약과를 내준다. 그러면 ‘삼각지 다방’이 되는 걸까?
#13-3 텅빈 ‘삼각지 다방’: 공식 줄거리에 나와 있는 ‘삼각지 다방’ 철거 일. ‘삼각지 다방’은 짐을 모두 정리해 텅 비어있다. 그 텅 빈 공간은 진주와 예술인들이 지키려던 그 ‘삼각지 다방’인 걸까?
#13-4 가설 만약 철거하지 않더라도 낡은 ‘쇼파’와 집기를 다 바꾼다면 여전히 그 ‘삼각지 다방’일까? ‘삼각지 다방’의 낡은 쇼파와 집기를 버리지 않고 다른 곳에 똑같이 다방을 만든다면 거기도 ‘삼각지 다방’일까?
#13-5 테세우스의 배: #13에서 언급한 장면들은 플루타르코스가 제기한 ‘테세우스의 배’라는 역설, 그리고 거기에 토머스 홉스가 다시 추가한 질문과 같다. 요약하면 ‘테세우스의 배’를 계속 보수하면 원래의 나무판지가 없어질 텐데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는가? 보수하면서 버린 낡은 나무판지로 다른 배를 만들면, 기존 배와 새로 만든 배 중 어떤 것이 테세우스의 배인가?
#14 수상한 주환씨: 진주 사람이 보면 주환은 진주에게 길 안내를 이상하게 한다.
진주성에서 중앙시장까지는 차로 5분, 걸어도 10분 거리다. 그런데 주환은 느닷없이 진주를 데리고 중앙시장의 정반대 방향인 평거동 카페 거리로 향한다.
#15 평거동 카페 거리: 최근 몇 년 들어 진주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그런데 영화에 등장한 몇몇 카페는 사라졌다. 이쯤에서 다시 퀴즈. 그러면 ‘삼각지 다방’은 어떻게 됐을까?
#16 진주의 성: 영화 후반부는 진주가 겨우겨우 ‘삼각지 다방’을 찾은 다음부터다. 진주는 자신의 영화를 거기서 촬영하고 싶다며 오사장(오치훈)에게 이름을 밝힌다.
SC# 삼각지 다방
진주: 저는 서진주라고 하는데요.
오사장: 서진주요? 이름이 진주네요?
#17 서진주: 진주 관객이 그 장면을 보면 일제히 이럴 것이다. ‘서진주요? 동진주 아이고?’ 뭔 소리인지 몰라도 된다. 안 중요하다.
하여튼 진주 사람은 그러면서 피식거렸을 거다. 그리고 진주 관객이라면 김록경 감독이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를 눈치챌 것이다. 주환이 데리고 갔던 평거동 카페 거리가 바로 서진주다. 주환은 서진주를 서진주로 데려간 것이다.
#18 뺑뺑이: 주환은 진주를 데리고 중앙시장 내를 이리저리 돈다. 끝내 진주가 가고 싶었던 ‘삼각지 다방’을 찾지 못한다. 이 시퀀스는 진주 시내를 모르는 관객에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거동과 중앙시장의 위치를 몰라도 주환의 행동이 뭔가 수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19 중앙시장 내 남강식당: 여기 맛집이다. 그리고 ‘삼각지 다방’까지 200걸음도 안 된다. 이걸 알면 주환의 행동은 더욱 더 수상하다.
#20 중앙시장 내 슈발 양화점: 중앙시장 다녀본 사람이라면 한 번은 가봤을 곳이다.
#21 스타박스 아줌마: 진주가 혼자 카페를 찾아 헤맬 때, “스타벅스” 아니고 “스타박스”라고 정확히 발음하는 아줌마가 등장한다. 이 배우 이름 확인하려고 엔드크레딧을 챙겨봤다. 엔드크레딧에도 스타박스 아줌마로 표기됐다. 배우 이름은 조완희. 진짜 자연스럽다. 진주 로케이션을 인증하는 배우다.
#01-a 퀴즈 정답: 이 영화의 형식을 빌리면, 퀴즈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조금 더 헤매야 한다. 〈진주의 진주〉에 관해 몰라도 되는 36가지 사실 후반부 기사 ‘시네마 천국, 삼각지 다방’에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