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반도체·산업용 가스 등 '캐쉬카우' 확보한다..."IPO 탄력"
18일 이사회 열고 자회사 2곳 편입안 의결 에센코어, D램·SD카드 가공 유통 산업용 가스 SK머티리얼즈에어도 합병
SK그룹이 리밸런싱(사업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SK(주) 해외 손자회사인 반도체 모듈 유통회사 에센코어를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금창출 능력이 우수한 에센코어를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자회사로 합쳐 2026년까지 목표로 한 SK에코플랜트의 순조로운 기업공개(IPO)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로써 올 6월 말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결의한 '밸류체인 정비'의 양대 축인 SK온과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이 구체화됐다. 친환경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재무상태가 불안정해진 SK에코플랜트에 캐시카우(Cash Cow)를 붙여 주는 방안이 그간 거론돼 왔다.
다만 이같은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은 핵심 이해관계자인 재무적투자자(FI)들이 동의해야 확정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주)와 SK에코플랜트는 18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에센코어를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SK㈜는 SK에코플랜트 지분 42.9%를 보유한 대주주다. SK그룹 측은 최근 SK에코플랜트 재무적투자자(FI)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에게 관련 안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FI들의 전환권과 관련해 가격재조정(리픽싱)이 이날 이사회에서 논의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6월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 94만주)와 같은 해 7월 6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 133만3334주)를 발행했다. 이를 통해 FI들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이 1조원에 달한 것이다.
당시 글랜우드크레딧과 한국투자증권은 SK에코플랜트 RCPS를 인수하는데 각각 3200억원, 800억원을 투입했다.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음프라이빗에쿼티, 브레인자산운용 등 투자사들은 SK에코플랜트가 발행한 6000억원어치 CPS를 인수했다.
이 가운데 CPS를 인수한 PEF들과는 발행일로부터 1년 뒤에 30%, 상장과 동시에 나머지 70%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조건이 설정됐다. 상장 속도가 빨라질 수록 PEF들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에 유리한 상황이 되는 구조다.
홍콩에 본사를 둔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공급받아 SD카드, USB 등으로 가공·유통하는 회사다. SK그룹은 지난 2013년 이 회사를 인수했다. 현재 SK(주)의 싱가포르 투자 자회사인 SK S.E.Asia Pte. Ltd.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에센코어는 안정적인 공급처와 탄탄한 영업망을 기반으로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5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 경기가 좋았던 2021년에는 11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8210억원이다.
이 회사는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아 소매시장에서 판매하거나, SD카드·USB 등으로 가공한 뒤 세계 시장에 유통한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판매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좋아지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에센코어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SK(주)가 손자회사인 에센코어를 현물출자 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에센코어 외에도 SK에코플랜트는 18일 이사회에서 SK(주)의 알짜 자회사인 산업용 가스전문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옛 SK에어가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심의한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에 CIC(Company in company) 형태로 있는 소재분야 투자회사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다.
2021년 12월 SK㈜와 SK머티리얼즈가 합병하면서 소재분야 투자회사 SK㈜머티리얼즈와 SK㈜ 100% 자회사로서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로 나뉘게 됐고, 이 과정에서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트리켐, SK쇼와덴코, SK머티리얼즈리뉴텍,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등과 함께 SK㈜머티리얼즈의 지배를 받고 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 역시 에센코어와 같은 방식이 될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각종 빌딩과 공장을 지을 때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가스관 설계 및 시공을 맡는 등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처럼 SK그룹이 알짜 자회사 2곳을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는 것은 2026년까지 목표로 잡은 SK에코플랜트의 IPO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각각 600억~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되는 만큼 2026년 상장 계획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