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연쇄 재난의 현장, 쉴 틈 없는 긴박감 [금주의 시네마 PICK]

2024-07-08     김형호 기자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7월 12일 개봉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둘 중 하나겠지. 다리가 무너지든가, 가다가 죽든가”

7월 12일 | 스릴러 | 95분 | 15세 | 한국

감독 : 김태곤

배우 : 이선균(차정원), 김수안(차경민), 주지훈(조박), 김희원(양박사), 문성근(병학), 예수정(순옥), 김태우(정현백), 박희본(심미란), 박주현(심유라), 하도권(강대위), 장광(국방부장관), 최정우(비서실장), 구성환(버스기사)


한줄 리뷰 : ‘연쇄 재난’이 주인공이다. 또 한편의 VFX 국가대표 영화다.

줄거리 : 안개 주의보가 발효된 공항대교. 수십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한다. 그 사고에 안보실 행정관 정원(이선균)과 딸 경민(김수안)이 휘말린다. 서울로 돌아가던 미란(박희본)과 유라(박주현) 자매, 병학(문성근)과 순옥(예수정 부부도 예외가 아니다. 군사용 실험견들을 이송 중이던 국방부 호송 차량도 전복되어 책임 연구원 양 박사(김희원)도 고립된다. 렉카 기사 조박(주지훈)이 발 빠르게 도착하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한편, 추돌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헬기마저 추락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이에 따라 통제를 벗어난 실험견들이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7월 12일 개봉

주인공 ‘연쇄 재난’ : 초반 안개 낀 대교에서 공항대교를 질주하는 차량부터 분위기를 잡는다. 그러더니 자동차 추돌 사고, 헬기 추락, 실험견 공격, 탱크로리 폭발, 붕괴 위기의 대교까지 연이어 재난이 연쇄 재난이 이어진다.

각본 : 재난 영화 각본은 재난들을 나열만 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막상은 드라마 장르보다 더 까다롭다. 주인공 ‘재난’은 눈물도 웃음도 없기 때문이다. 무표정한 재난과 재난 사이를 연결해야 ‘스토리’가 된다. 그렇다고 인물의 대사가 많아선 재난 영화의 맛이 사라진다. 그러니 간결하고 매끄럽게 감정을 압축해야 한다.

<굿바이 싱글><족구왕><범죄의 여왕> 시나리오로 간결하면서 강렬한 아이디어를 보여줬던 본작의 감독 김태곤, <미녀는 괴로워><국가대표> 등으로 매끄러운 각본에 일가견을 보인 본작의 제작자 김용화, <부산행><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 감정을 불어넣은 박주석 작가가 공동으로 각본을 설계했다. 재난들을 다채롭게 그리고 부드럽게 연결시켰다.

재난 보도 사진 : 공항대교에 한정되기 때문에 연쇄 재난의 공간은 밀실처럼 한정된다. 그런데도 스크린 전체가 꽉 차고 특히 질감이 굉장히 좋다. 똑 똑 따내면 한 장 한 장이 재난 현장 보도 사진이다.

덱스터스튜디오 : <신과 함께>, <승리호>는 한국의 VFX(시각효과) ‘국가대표’ 영화들을 작업한 덱스터 스튜디오가 이번엔 연쇄재난들을 창조했다. 헬기 추락, 다리 붕괴, 실험견들까지 CG 기술로 일촉즉발의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시킨다. 전체 큰 그림들은 익숙하니까 그렇다 치자. 그런데 관객 정면으로 날아오는 샷은 덱스터스튜디오의 주특기가 맞는다. 3D가 아닌데도 움찔거리게 만든다. 게다가 ‘털’ 하나로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다움을 보여준다. 실험견 에코들은 움직임도 생김새도 어색함이 전혀 없다. 특히 공격할 때 무섭다. 15세 관객에게 공포 장르 효과도 있을 듯 싶다. 더 설명해야 수식어일 뿐이다. 직접 확인하자.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박희본(심미란), 박주현(심유라)

딱 하나 : 아쉽다면, 유라의 골프 채 액션. 아쉬운 이유는 분량이 부족해서. 더 나왔어도 좋았겠다. 그나마 하일라이트에서 유라의 골프 채 장면은 꽤 멋진 설정이었다. 유라 역을 연기한 박주현은 '뭔가' 있다. 액션 영화를 찍어야 한다, 반드시, 확실히.

하도권 VS 에코 11마리 액션 : 강대위(하도권)의 분량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 포인트가 확실하다. 실험견 에코 11마리와 대적하는 액션이 인상 깊다. VFX로 구현된 실험견들을 대신해 블루 수트를 입은 무술팀이 액션 합을 맞추었다. 김태곤 감독의 상상을 하도권 배우, 무술팀, CG팀이 현실로 만들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의 이건문 무술감독이 총괄했다. 그는 상상을 현실로 연출한 ‘감독’이다. 이건문 무술 감독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촬영 : 홍경표 촬영감독은 <기생충><곡성><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촬영한 현재진행 중인 한국영화의 역사다. 전체 분량의 90%를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긴박한 상황을 역동적으로 담아낸다. 왜 현재진행형인지 역량의 차이를 보여준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이선균(차정원), 김수안(차경민)

가만 있지 않는 딸 : 95분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넣었다. 가령, 아빠 정원(이선균)이 가만히 있으라는데도 딸 경민(김수안)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예전 같으면 그런 경민에게 짜증날 법 하다. 하지만 이제 관객은 경민이 가만 있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경민이 기적을 만든다. 

러브레터 : 조박(주지훈)이 정원을 향해 “명이 길다”는 대사를 반복적으로 한다. 특히 그 대사는 늘 멀리 있는 정원에게 하고, 정원은 한번도 답하지 않는다. 김태곤 감독이 편집하면서 추가한 러브레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