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 패키지딜, 매력은?[임종룡의 우리금융 보험 M&A 시장 뒤흔든다③]

인수시 생보업권 6위 보험사 그룹내 편입

2024-07-21     김호성 기자
동양생명과 ABL생명. 사진 = 각 사.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보 대신 검토하고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두 곳을 묶어 인수하는 이른바 '패키지 딜'은 일단 가격부터 우리금융지주가 쓰려고 했던 금액을 뛰어 넘을 가능성이 있지만, 자산 규모 및 수익성 등 여러 면에서 인수를 검토해 볼 만한 매력이 있다는 평가다. 

2024년 3월말 기준 동양생명·ABL생명 지분 구조. 자료 = 삼성증권.

동양생명은 다자보험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가 75.4% 지분을, ABL생명은 다자보험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양생명의 시가총액은 6월말 기준으로 1조1000억원,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치솟으면서 약 일주일새 시총이 2000억원 이상 뛰었다.

지난해말 기준 장부가치 2조9000억원(2023년말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최근 0.38~0.44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동양생명의 가치가 2~3조원, 이 가운데 매각 주체인 다자생명보험그룹의 지배지분 75.3%를 인수하는데만 최소 1조5000억원~2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주요 보험사 PBR(P/B) 및 동양생명 주가 및 PBR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매각가 3조원 안팎이 거론되던 지난해 롯데손보의 순자산가치(1조4511억원)와 CSM(1조9634억원)을 합산한 금액이 3조4145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동양생명은 CSM 하나만으로도 2조7000억원(올해 1분기 기준 2조691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순자산 2조9039억원을 합하면 5조6000억원을 넘어선다.

ABL생명의 경우 CSM(8700억원), 자기자본(8983억원)의 합계가 1조7000억원을 넘어선다. 보험사의 기업가치 평가에 사용되는 'P/(BV+CSM)' 지표로 보더라도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했던 것과는 양수도 금액 자체가 확 바뀌는 느낌이다. 

동양생명 인수가치 예상. 자료=삼성증권

자산과 수익성면에서도 동양생명은 6위권 중형 보험사로서 업권내 자리매김이 확실한 편인데다가, 수익성 역시 안정적하다는 평가다. 

동양생명의 자산은 32조원 규모로 업계 6위권 중형 생보사다. 

특히 동양생명은 수익성이 좋은 생보사로 꼽히는데, 최근 5년 간 실적을 살펴보면 ▲2019년 1515억원 ▲2020년 1286억원  ▲2021년 2758억원 ▲2022년 970억원 ▲2023년 2957억원, 올해 1분기 역시 885억원의 안정적인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을 비교하면 409억원 거둔 롯데손보보다 순이익 규모가 두배에 달한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 순이익/자본+부채) 기준으로는 동양생명이 1.08%로 22개 생보사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다. 기업이 자본을 이용하여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당기순이익 / 자본총계)면에서는 지난해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1, 2위를 기록했다. 수익성 면에서 그만큼 시장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주요 생보사, 동양생명, ABL생명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이. 자료 = 금융감독원.

사업포트폴리오 역시 앞으로의 수익성 유지에 유리한 구조로 돼 있다.

동양생명의 올해 1분기 보장성보험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2320억원으로 전체 신계약 APE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에서는 수익성 지표를 구하는데 있어 보장성보험이 유리하다.

IFRS17 도입 이후 저축성보험의 경우 수입보험료의 일부(보장성)만이 보험수익으로 인식되는 반면, 보장성보험의 경우 대부분이 보험수익으로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 회계제도에서는 저축성보험은 수익이 아닌 보험 부채로 인식해 자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그간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을 늘리는데 집중해왔다.

다만, 금리 인하기로 돌아선 이후에는 사업구조의 유불리에 대해 다시 평가해볼 필요는 있다. 금리 인하기에는 통상적으로 가계 자금에 여유가 생기고 이에 저축성 보험 가입자수가 늘면서 채권 등의 운용 규모를 유지하기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 

큰 틀에서는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다자보험과 적당한 가격에 합의가 된다면 우리은행으로서는 동양생명을 사들이는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으로 가격에 대한 이견 뿐 아니라, 롯데손보의 애매한 시장 위치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즉, 롯데손보를 인수하더라도 과거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하면서 신한금융을 제쳤을 당시나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로 리딩금융그룹 왕좌를 되찾아왔을 당시처럼 단박에 하나금융지주를 제칠 만한 덩치의 매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한 총자산, 자본총계, 신지급여력비율(K-ICS) 등 지표. 자료 = 삼성증권.

그러나 동양생명의 업권 내 입지는  다르다.

김재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현재 진행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단기간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김 연구원은 "두 회사의 합산 자산 규모가 50조3000억원으로 신한라이프의 85.9% 수준에 달하는 만큼, 단기간에 고객 기반 및 자산 규모를 확보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무적 부분에서도 동양생명만 놓고 보면,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한 대응능력 지표인 K-ICS자본비율( 신지급여력비율)이 193.4%(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량하다는 점도 피인수 기업에 대한 자본 부담 완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부분이라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동양+ABL생명' 인수 및 합병에 따른 단기 판도 변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유는 과거 '신한라이프+오렌지라이프', 'KB생명+푸르덴셜생명' 등의 합병 사례와 달리, 기존 우리금융지주 내 합병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확보할 보험사가 없기 때문이다.

동양+ABL 합병을 가정하면 전체 자산 규모가 50조원으로 껑충 뛰긴 하지만, 업계 내에서 비교하면 여전히 6위 수준이다. 기존 동양생명은 자산 기준 업계 7위다.

또한 ABL 생명의 경우 2023년말 기준 (경과 조치 적용 전) K-ICS 비율이 130%에 불과해 금감원의 권고수치 (150%)를 미달한다. 이에 인수 성공 시 합병 보험사의 단기적 우선 순위는 공격적인 영업 확대보다는 자본력 확보 및 K-ICS 비율 안정화가 선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