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글로벌 스마트폰 리포트] 손바닥 위에서 터진 '전쟁의 불꽃'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전년비 4.5%↑

2024-06-02     진운용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한때 포화상태에 이르며 추가 성장 동력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을 참조하고 애플이 삼성전자의 패블릿, 투트랙 전략을 답습하는 등 서로를 카피하며 시장을 유지하던 시절이었다.

잠잠하던 시장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5G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다. 4G에서 5G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ICT 서비스가 출현한 것은 아니었으나 네트워크의 속도와 양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입체적인 판의 흐름이 펼쳐졌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더 빠르고 더 풍부한' 네트워크 경쟁을 필두로 글로벌 인터넷 업계의 간격이 촘촘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한번의 변화는 AI다. 생성형 AI가 살아나며 미중 패권전쟁의 유탄에 맞았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까지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AI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경쟁은 더 치열하고 복잡한 구도로 흘러가는 중이다. 아이폰을 필두로 하는 애플의 부침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가 판을 흔들었고, 오랜만에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중국 스마트폰 업계도 힘찬 용트림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황이다. AI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까지 '도광양회'에서 '대국굴기'를 선언한 지금, 2024년 전반부를 관통한 시장의 트렌드와 방향성이 후반부에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 AI 스마트폰의 위력과 파급력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2024 글로벌 스마트폰 리포트를 들여다 볼 차례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 S24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모처럼 웃고 있다. 시장 포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소비 진작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가 스마트폰을 수요를 자극하며 시장은 새로운 정국을 맞이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끌고

전년 대비 전세계 스마트폰 실판매량 및 증감율. 출처=하이투자증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시장에 다다르고, 이렇다 할 흥행작까지 부재하면서 2016년을 고점으로 하락세를 걸었다. 2021년 코로나 펜데믹 당시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반등했으나 2022년부터 다시 뒷걸음쳤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손인 중국 경기가 침체한 것도 스마트폰 시장이 가라앉은 주요한 이유였다. 중국은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할 때 선제적으로 봉쇄조치를 취함으로써 경기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에 다른 나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할 때에도 봉쇄조치를 지속함으로써 경기는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실패했다. 

중국은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통화 정책을 비롯해 부동산과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들을 쏟아냈고, 마침내 2024년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5.3%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구환신(以舊換新)’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구환신이란 중고제품을 가져오면 신규제품 구매 시 할인우대 제공 및 보조금을 지원하는 중국소비부양책이다. 

지난 3월 양회를 앞두고 중국 국무원은 소비부양을 위해 ‘대규모설비 업그레이드 및 소비품 확대를 위한 이구환신 행동방안(推·大·模··更新和消·品以··新行·方案)’을 발표한 바 있다. 

2009년 6월 처음 등장한 이구환신은 원래 중고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을 새것으로 교체할 때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해주는 정책이었다. 올해 발표된 이구환신 행동방안은 과거 단순히 새것으로 교체를 넘어 친환경·스마트·정보화 기능을 탑재한 제품구매를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노동절 소비를 앞둔 지난 4월 상무부 등 14개 부서 공동으로 ‘소비품 확대를 위한 이구환신 행동방안’, ‘자동차 이구환신 보조금 실시세칙’ 등 다양한 내구소비재 부양책을 발표했다. 연이어 상하이·절강성·광둥성·푸젠성 등 각 지방정부별로 자동차·가전·가구·인테리어 등 내구소비재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이구환신 행동방안을 발표했다. 

나아가 지방정부와 징둥·쑤닝이거우 등 소비재 유통기업 공동으로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 징둥은 2024년 한 해 동안 스마트폰과 같은 3C 제품(컴퓨터·통신·전자제품), 자동차 등 내구재 판매를 위해 65억 위안(약 1조2302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비부양을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각종 보조금 및 소비쿠폰정책을 발표하면서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이구환신 정책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했고, 전분기 대비로는 4.6% 증가하며 2분기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 

AI가 밀고

자체 인공지능 모델 ‘블루LM’을 탑재한 비보의 ‘X100 시리즈’. 출처=비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의 등장도 스마트폰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시장 포화 상태를 맞이하는 것처럼 보이던 시장이 AI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더 빠른 속도와 고화질의 카메라 및 디스플레이를 선전하며 급속도로 성장했으나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이렇다 할 흥행작이 나오지 않게 됐다.  그러나 2022년말 오픈AI에서 챗GPT를 출시하고, 생성형 AI가 스마트폰 내부에 탑재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AI가 탑재된 세계 최초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를 올해초 출시했다. 갤럭시 S24에는 ‘서클 투 서치’, ‘실시간 통번역’, ‘생성형 사진 편집’ 등 다양한 AI 기능들이 제공된다. 

여세를 몰아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 효과에 힘입어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6%에서 올해 1분기 20%로 성장함에 따라 1위 자리를 다시 되찾았다. 

애플의 텃밭인 미국에서도 삼성전자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올해 2월 애플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9% 감소한 반면 삼성전자는 26% 증가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 이후 갤럭시 이용자 교체 수요 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I가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사들도 재빨리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개막한 세계 최대 ICT 전시회인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4에서 샤오미, 오포, 아너 등 중국 스마트폰사들은 자체 AI 모델을 만들어 자동 사진 편집 기능 등이 가능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를 공개한지 불과 한 달만에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이 연이어 선보여진 것이다. 

KB증권은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2024년 1억대에서 2027년 5억대로 급증하며 향후 4년간 누적 출하량이 11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