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금투세 폐지 안하면 1400만명 타격...밸류업은 단계적 추진"

취임 2년 기자회견..."시장 왜곡한 부동산 세금 정상화"

2024-05-10     김호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를 당초 약속한 대로 폐지하기 위해 국회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징벌적 과세를 완화하고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는 등 기존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9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진행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 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는 1400만 개인투자자의 이해가 걸려 있어 폐지하지 않는다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 문제는 국회에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고 특히 야당에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모든 투자자에게 매기는 세금이다. 당초 여야 합의에 따라 내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올초 금투세 폐지를 선언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부터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우리나라는 이런 금융투자, 주식투자 관련해서 배당소득세라든지 상증세 등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다"며 "(금투세가 시행되면) 자본시장이 무너지게 되고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실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윤 통령은 그러면서 금투세 도입을 시도했다 포기한 대만의 사례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대만 같은 경우 금투세를 시행하겠다는 발표만 했다가 증시가 난리나고 막대한 자금 이탈이 돼서 결국 추진 못했다"고 말했다. 

"밸류업,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협력 유도"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에서 기대하는 강도 높은 정책도 펼쳐나갈 것이며 기업 밸류업은 착실하게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10일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대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설명회를 여는 등 이 정책과 관련해 증권가 및 기업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2차 세미나를 통해 기업제고 정책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증권가 리포트도 적지 않다.

이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이제 막 밸류업 논의를 시작하는 상황으로 '씨 뿌리기'가 한창인 상황인데 세부 내용이 공개될 때마다 '알맹이가 없다'는 식으로 반응이 나오면 그게 결국 실제와 관계없이 주식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언론 등을 통해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을 옥죄면서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적절한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의 협력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징벌적 과세 완화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정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징벌적 과세'라고 지적하며 완화하겠다는 뜻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지난 정부 때 매매 가격만 폭등한 게 아니라 전세가가 폭등했다"며 "갭 투자가 많이 이뤄졌고, 전세사기도 발생해 국민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현상이 시장원리를 무시한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금도 과도하게 들어가면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예컨대 양도소득세를 중과세를 한다면 시장 가격은 30억 원인데 그걸 팔아 세금 다 내면 10억원짜리밖에 안 된다"며 "임대차 시장도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면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 전가가 이뤄진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안정적인 주거 보장이 정책 목표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골자를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대출 규제 완화, 그리고 세금 완화 등 크게 세가지로 꼽았다. 기존의 정책 방향을 유지하겠단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