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임종룡의 비은행 '한판승부'] 인력도 자산도 없다?... 'IB+플랫폼' 임종룡의 승부수
'중소형급 이상 증권사 인수' 예상 깬 파격 외부전문가 영입·자회사 합병·증자, 설계도대로 '착착' 보통주 자본 훼손 없이 증권업 진출 '신의 한수'
"보통주 자본비율을 소모하지 않고 증권업에 진출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포스증권의 경우 타 증권사와 달리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회사이므로, 위험가중자산을 크게 증가시킬 만한 금융자산이 없어 향후 자기자본에 전혀 영향이 없을 것", "우리종금이 그간 실질적으로 IB 비즈니스를 쭉 해오며 50년 전후의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포스증권이 갖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과 기존의 종금이 갖고 있는 IB와 업그레이드 시키겠다"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의 합병을 결정한데 대한 그 배경과 기대,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우리금융그룹이 밝힌 주된 내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의 합병을 통해 증권업에 진출한데 대해 초기 존재감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증권업계는 우리금융그룹이 적어도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의 중소형급 이상의 증권사를 인수해 급속도로 자본확충을 함으로써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해 왔다.
예상과 달리 우리금융그룹은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시장 순위 53위, 사실상 최하위에 속하는 포스증권을 택했다.
이처럼 워낙 작은 증권사를 합병 대상으로 고른 탓에 증권사업을 위한 초기 인력, 영업자산 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10년 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이라는 청사진 역시 추가적인 증권사 인수합병(M&A) 없이는 힘들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 관측도 있다.
2014년 NH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선 것과 비교하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을 1조700억원(우리투자증권만 산정시 9500여억원)에 매입했고, 이어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과 합병하면서 단숨에 국내 증권업계 1위 증권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합병회사는 총자산 42조원과 자기자본 4조3000억원으로 초대형 증권사로 재탄생했다. 이를 통해 NH농협금융은 비은행 사업을 급속도로 확대시켰다.
어느 정도의 타당성이 있는 평가라고 보기에는 이번 합병 결정에 대한 우리금융그룹의 설명은 매우 명쾌하다.
우리금융그룹이 우리투자증권과 포스증권과의 합병을 선언하면서 강조한 골자는 ▲IB와 디지털 플랫폼의 시너지 ▲보통주 자기자본을 줄이지 않고도 증권업에 진출한 효율성 ▲부동산 익스포저가 전혀 없는 청정지대의 증권업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즉, 자본 효율성을 기반으로 향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합병 결정의 방점을 둔 것이다.
2014년 당시 NH농협금융 회장으로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급성장이라는 빅딜을 성공시킨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이번엔 우리금융그룹의 증권업 재진출 과정에서 또한번 발현됐다. 중소형급 증권사 인수를 위해 수조원대의 자본을 투입할 것이란 금융권의 허를 찌른 승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예상을 깬 승부수...설계도는 임회장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 3월 우리금융그룹 수장에 오르면서 임 회장은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와 자본 건전성 문제는 기본적으로 치유해야 할 과제"라고 밝히며 비은행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 회장은 당시 취임사에서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면서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비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등 그룹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4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균형 있는 수익구조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위기 속 기회를 찾아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 속도를 높이겠다"고 재차 밝혔다.
이후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사전 작업을 일관되면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왔다. 마치 임 회장 취임 이후부터 치밀하게 그려진 설계도에 따라 결정하는 행보였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 등 금융권에서의 전문성을 겸비한 사외이사들을 영입했다.
임 회장이 내정자 신분이었을 때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하는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이미 단행했다.
이와 함께 같은해 주총에서 우리자산운용 대표에는 외부 출신인 남기천 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영입했다. 남 대표는 대우증권에서 파생시장본부장 겸 고유자산운용 본부장을 지냈고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 전까지 대체투자본부를 이끈 대체투자 전문가다.
이어 올해 주총에서는 우리종합금융과 우리자산운용 신임 대표 후보에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던 남 대표와 최승재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각각 추천해 외부 출신 전문가 기용을 강화하며 비은행 부문 역량 확대에 속도를 높였다.
또한 우리은행 남대문 본사 인근 우리금융디지털타워 4개층(1개층은 영업부)에 상주하던 인력들을 여의도역 TP타워(사학연금 빌딩)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증권업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이 제기됐다.
비은행 계열사 지배구조 개선·자본 확충도 설계도대로
외부 인력 뿐 아니라 증권업 진출을 위한 계열사 지배구조 및 자본확충 작업도 마치 이미 그려놓은 설계도가 있는 듯이 착착 진행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8월 우리종금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어 같은해 9월 우리금융그룹은 자회사인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 합병 계획을 공식화했고 이로부터 4개월 만인 올해 1월에 두 자회사의 합병을 완료했다. 두 자회사 간 합병을 통해 남게된 종속법인 우리자산운용은 운용자산 39조원, 시장순위 10위의 종합 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또 올해 1월에는 12월에는 우리종합금융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함으로써 중소형 증권사 체급인 자기자본 1조1000억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이와함께 우리자산운용은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 합병을 완료해 덩치를 키웠고, 국내 톱5 벤처캐피탈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완료해 우리벤처파트너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임 회장 취임 후 중소형 규모 이상의 증권사 인수에 나설 것이란 예상과 함께 피인수 대상 증권사 리스트가 나돌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전문인력 확충, 자본 투입의 효율성 등 여러면을 애초부터 고려한 치밀한 승부수를 던져온 것이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 회장으로서 우리투자증권 등 우투패키지를 인수를 추진하던 때인 2013년 9월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담은 내용을 담아 임직원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다. 임 회장은 이같은 끊기 있는 승부사 근성을 이번엔 10여년만에 우리금융그룹 회장으로서 보여줬다.
신평사 "수익기반 다변화 긍정적...재무지표 악화는 경계해야"
우리금융그룹의 이번 행보에 대해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대체적으로 긍정적 분석이 나왔다.
우리종금과 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우리금융그룹 자회사 편입을 발표한 다음날인 이달 4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스페셜리포트를 내고 "우리금융그룹의 은행 부문에 대한 자산 의존도는 90%, 이익 의존도는 99% 내외 수준으로 경쟁 금융그룹 대비 은행 부문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합병을 통한 비은행 부문 확대는 우리금융그룹의 수익 기반 다변화 및 전반적인 사업 지위 제고와 성장성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보고서는 "우리금융지가가 증권 및 보험업 등 비은행 금융회사 M&A를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다각화 과정에서 '이중레버리지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될 우려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과의 합병을 통해 '이중레버리지비율'과 부채비율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은행금융지주 평균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의 '이중레버리지비율'과 계열로부터의 현금배당 유입 규모를 감안하면 회사의 실질적인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이중레버리지비율'란 금융지주회사 재무안정성 감시 강화 위한 계량지표로, 자회사 출자가액(장부가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자회사 출자가 지주회사의 부채를 통해 이뤄졌음을 나타낸다. 현행 금감원 지도비율은 130% 이내다.
자본비율 훼손 없이 증권업 진출...신의 한수?
신평업계에서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지적한 바 대로 이번 포스증권 합병은 물론 향후 롯데손해보험과 같은 보험사 인수에서도 자본 여력이라는 장애물을 뛰어 넘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올해 1분기 96%로 관리 기준 130%와 비교하면 자회사 지원 여력은 충분하다. 반면,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분기 기준 12%로 13%를 웃도는 타 금융지주와 비교해 상당히 부족한 상태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지표 중 하나다.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자기자본비율은 납입자본·이익잉여금 등 핵심 자본으로 구성된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영구채(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을 더한 총자본비율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근본적 성격상으론 채권(부채)이지만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다는 점에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영구채를 제외한 보통주자기자본(CET1)을 끌어올리는 건 유상증자 또는 당기순이익 증대로만 가능하다.
이 마저도 유상증자는 주가 하락 문제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다. 또 순익이 늘어나도 그 만큼 위험가중자산도 증가해 지표를 크게 끌어올리기가 힘들다. 즉, M&A를 통한 비은행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에서 우리금융그룹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장애물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인 셈이다.
이같은 점에 대해 이정수 우리금융그룹 부사장은 3일 '우리종금-포스증권 합병 기자 브리핑'에서 “그간 언급했듯이 저희의 보통주 자본비율(CET1) 목표는 12%다. 이번 포스증권과의 합병 과정에서 보통주 자본비율을 소모하지 않고 증권업에 진출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중심 증권사 될 것…리테일·종금 시너지"
이처럼 자기자본 훼손의 우려를 비껴나며 포스증권과의 합병을 증권업 진출의 승부수로 띄운 우리금융그룹의 목표는 기존 IB 능력을 극대화하며 디지털 중심 증권사로 나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증권사 M&A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순익을 늘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남기천 우리종금 대표는 5월 3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국내 증권사의 흐름이 매스 마케팅 부문에서는 디지털 위주로 바뀌고 있다"며 "지점을 확대할 계획은 없고, 기존 우리종금 지점은 고액 자산가 위주의 대면 영업 창구로 활용하고, 대중 영업은 디지털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증권은 3700개가 넘는 펀드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펀드 판매 전문 플랫폼으로 개인고객 28만명, 고객자금 6조5000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PB(프라이빗뱅커)와 WM(웰스매니지먼트)까지 영업력을 확대해야 하는 숙제는 남아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증권사 출범 이후 그룹 네트워킹을 활용해 비은행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남 대표는 "우리금융그룹이 슈퍼 앱을 런칭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고 했다. 남 대표는 또 "지점을 확대할 계획은 없고, 기존 우리종금 지점은 고액 자산가 위주의 대면 영업 창구로 활용하고, 대중 영업은 디지털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우리종금 기반의 기업여신과 단기사채, 회사채(CP) 등의 업무를 바탕으로 부채자본시장(DCM), 주식자본시장(ECM), M&A 등 전통 IB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우리금융그룹은 내다봤다.
우리종금은 국내에 남아있는 마지막 종금사다. 종금사는 채권자본시장(DCM)·주식자본시장(ECM) 업무를 비롯해 투자금융(IB), 채권운용 등 증권업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증권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남 대표는 "우리종금의 발행어음과 기업 여신, IB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자산관리(WM) 세팅이 진행되고 있어 추가 상품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종금의 WM부문과 시너지를 위해 인공지능(AI) 등 차별화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남 대표는 "우리종금이 가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발행어음을 기반으로 포스증권의 디지털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할 생각이다. 차별화의 문제인데, 그냥 디지털이 아니고 로보와 인공지능(AI)을 많이 진행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AI 부문에서 차별화 요소를 보여주겠다"며 "우리금융의 슈퍼 앱과 결합되면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적 목표는 주식 매매 부분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런칭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우리종금의 발행어음과 기업 여신, IB, S&T, WM의 세팅이 진행되면서 추가 상품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며 "그룹의 기술과 은행의 네트워크가 활용되면 큰 폭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주목받는 종금업 발행업무...합병 이후 꽃피우려면?
다만, 이 가운데 발행어음업(단기금융업무)과 관련해서는 긍정적 전망과 다소 부정적 전망이 엇갈린다.
발행어음업무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을 조달해 중소·중견기업 대출, 부동산 금융, 비상장사 지분 매입, 해외 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할 수 있어 초대형 IB(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초대형IB 중에서도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이 업무에 대한 인가를 받았다.
포스증권과의 합병 이후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수익을 내려면 운용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우리금융의 증권사에는 전문가라든지 관련 조직 자체가 세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기존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조차도 고금리 상황에 직면하면서 자금을 운용하는게 쉽지 않다. 그러나 임 회장 체제 이후 외부 전문가 기용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인만큼 이 분야의 전문가 영입에 속도를 내는 것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단, IB와 디지털간 시너지라는 큰 틀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종금의 기존 종금업을 당분간 지속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선 메리츠종금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는 "메리츠종금과 같이 증권사와 종금사 합병 시에는 일정기간 종금업 겸영기간이 주어지는 사례가 있었다"라며 "겸영기간이 주어지면 그동안 질서 있게 증권사로 전환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